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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S 수,목 드라마 (밤10시)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상속자들> (연출 강신효 극본 김은숙) 10월 31일 자에서 윤 비서실장은 상속자 집단과 일반인의 차이를 확실히 깨닫고 싸늘해 지는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
     


  • 최원영은 이 드라마에서 새로운 모습의 비서실장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는 실장으로서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고 모든 일을 전체적으로 볼 줄 아는 눈이 있어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여 김회장(정동환)으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다.

    절대로 자신의 선을 넘거나 병든 회장이나 어린 사장(최진혁)한테 깎듯하게 대하면서도 조금도 비굴하지 않다. 회장과 사장 사이의 갈등, 조강지처의 아들이면서도 고아의 서러움을 품고 사는 큰 아들인 사장과 첩의 아들로  주변을 맴도는 두 아들 사이에서도 균형을 잘 잡고 있다.

    한 마디로 능력있는 실장이다. 그 전의 드라마에서 보여 주던 일과 성공 밖에 모르는 차가운 이미지에서 부드럽고 여유있는 인간미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여 두 아들로부터도 신뢰를 받고 있다.

    더군다나 그는 가부장의 아버지를 완전히 벗어 난 현대적인 아버지다. 아내를 잃었지만 아들과 더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어머니가 없어도 조금도 그 빈 자리를 못 느낄 정도로 아버지로 인해 찬영(강민혁)이는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밝고 긍정적이어서 제왕적인 제국고에도 끄떡없이 잘 다닌다. 

    기껏 키워 준 부모한테 무슨 원수나 되는 것처럼 조개처럼 굳게 입을 다물고 사는 요새 아이들과 달리 아들 찬영은 아버지한테 모든 얘기를 시시콜콜 털어 놓는다.

    "너 때문에 화려한 불금이 매우 담백해졌다는 생각 안 드냐?"
    "아빠 애인 생겼어?"

    심지어 준영이 여자 친구 보나(정수정)와도 막힘없이 얘기가 잘 통한다.

    "내가 아주 나쁜 놈을 낳았네! 찬영이 잘 감시 해. 여자 밝혀!"
    "아버님! 내 남친한테 너무 심한 말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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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윤회장은 기존 이미지의 재벌 회장 답지 않다. 그는 병 든지 10년이 넘어서 어쩌다 갑자기 회사에 나와도 모든 임원들을 꼼짝 못하게 한다. 모든 면에 뛰어 난 통찰력을 갖고 있으며 거기다가 인품과 품격도 갖추고 있어서 존경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회장을 모시고 그의 어떤 지시도 척척 잘 해내는 윤실장은 은근히 자부심과 긍지가 있었을 것이다.
     


  • 오래동안 사람과 가까이 지나다가 섬광처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게 되는 가슴 아픈 불행한 순간이 찾아 오게 된다. 윤실장은 회장님을 존경하고 따랐기 때문에 충성된 신하처럼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였다.

    찬영이가 자신이 괜찮은 집안인 줄 알았다가 제국고에 와서 자신은 不可觸(불가촉)천민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 것처럼,  윤실장은 자신을 어떻게 보는 지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은상 때문에 알게 된다.

    김회장은 윤실장이 자신의 집에 소개시켜 준 박희남여사에 대해서 묻는다.

    "부부가 함께 포장마차를 했는데 힘든 형편에도 인성이 좋아서 자주 갔었습니다.
    남편이 꽤 오래 병원에 있게 되어서 아직도 그 빚을 갚고 있습니다"

    김회장이 박희남여사라고 부르는 은상네에 대해서 윤실장은 나름 자랑스럽게 당당히 말하면서 은상이를 왜 제국고에 보냈는지 물어 본다.

    "제가 왜 탄이랑 가까이 하면 안 되는지 적어도 백명의 입을 통해 듣게 될테니까!.."

    그 은밀히 숨겨져 있던 위선과 잔인한 함정에 빠져서 지금 은상이는 제국고에서 천민을 향해 사방에서 으르렁거리며 덤벼드는 상속자들과 싸우느라 매 순간 가시방석이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제국그룹을 위해서 일 한다고 내심 자랑스런 긍지로 휘날리던 윤실장의 따뜻한 가슴으로 써늘한 냉기가 들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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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영이가 다니는 제국고에서 대학교 다닐 때 뜨겁게 서로 사랑하던 호텔사장 이에스더를 만난다.
    요새 자꾸 부딪히게 되면서 둘 사이에는 다시 옛날의 감정이 되살아나고 있던 참이다.

    김회장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아직 그 의미를 확실히 파악이 안되어서 멍하다.
    아직도 자신을 못 잊어하는 에스더를 보면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한 가닥 희망을 가졌던 윤채호다.

    최연소 비서실장에 오를 정도로 영리하며 모두에게 신뢰받는 윤실장은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전구에 불이 들온 것처럼 정신이 확 든다.

    비로소 재벌들의 생리를 확실히 알게 되었고 그녀가 자신을 버린 이유를 알게 된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빛이 사라지고 이제 차갑게 그녀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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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우같이 영리한 김회장은 아들들이 어떤 여자와 만나는지 뒷 조사를 하고 있었으며 날카로운 촉으로 탄과 은상의 관계를 한 눈에 파악하고 있다.

    원이 만나는 여자도 김회장의 너그러운 은총으로 제국고를 나온 불가촉천민이다. 김회장은 그 사실을 알고 윤실장한테 처리를 지시 해 놓았다. 당황하는 현주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자신의 어린 사장한테 말한다.

    "아무 말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몰라도 되는 일입니다."

    김원이 탄한테 부당하게 대하는 것을 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윤실장이었다.
    그들의 제국을 위한 하나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 불가촉천민에 지나지 않음을 심장으로 알게 된 윤실장은 이제 그들에게 마음을 닫아 버리고 거리를 둔다.

    호의적이고 이해심이 담긴 정겨운 목소리는 사라지고 오직 용건을 시행하는 사람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돈은 많이 가졌지만 그 대신 인간적인 행복을 모두 잃어버린 제국그룹에 속하는 상속자들.
    그들 가운데서 사람의 냄새를 풍기며 윤활유가 되어 주었던 윤실장도 더 이상 그들을 사람으로 보는 것을 포기하며 작은 파라다이스라고 생각했던 낙원을 잃어버렸다.

    앞으로 상속자들의 세계를 더욱 적나라하게 체험하게 될 윤실장은 그들을 적으로 생각하며 살까?
    아니면 은상이 같은 하류층과 상류층 사이의 다리가 되어 줄까?

    [사진출처= SBS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