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주민들의 행동 규범 역할을 하는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유일사상 10대 원칙)을 39년 만에 개정했다.

    북한은 제목까지 '당의 유일적 령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으로 바꾼 이번 개정에서 2011년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김일성 주석과 동급으로 격상하고 수령뿐 아니라 노동당에 대한 충실성을 강조했다.

    유일사상 10대 원칙은 북한에서 헌법이나 노동당 규약보다 주민의 생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돼 앞으로 북한의 정치·사회생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2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10조 65항으로 이뤄졌던 유일사상 10대 원칙을 올해 6월 10조 60항으로 축소, 통합하면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권력 세습을 정당화하고 노동당의 권능을 강조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김정은 시대 들어 김정일 위원장을 김 주석과 동급으로 격상한 북한은 이번에 개정한 원칙에서 '김일성'이라는 문구를 '김일성·김정일'로 바꾸고 '김일성의 혁명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변경했다.

    제3조 4항에 '백두산 절세위인들'이라는 표현을 추가하고 제10조 2항을 "우리 당과 혁명의 명맥을 백두의 혈통으로 영원히 이어나가며"라고 명시해 김정은 제1위원장의 3대 세습뿐 아니라 이후 4대 세습도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제3조에 "당의 권위를 절대화하며 결사옹위해야 한다"거나 제4조에 "당의 로선과 정책으로 철저히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특히 기존 제4조 8항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교시와 개별적 간부들의 지시를 엄격히 구별하며"를 제4조 7항의 "당의 방침과 지시를 개별적 간부들의 지시와 엄격히 구별하며"로 바꿔 수령에 대한 언급 부분을 삭제하고 노동당으로 대체했다.

    제9조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유일적 영도 밑에"는 "당의 유일적 영도 밑에"고 바뀌었고 간부 선발 척도로 명시했던 제9조 7항의 '수령에 대한 충실성'은 '당에 대한 충실성과 실력'으로 고쳤다.

    북한이 이처럼 수령 대신 노동당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도력이 확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당이라는 정치 시스템을 이용해 북한 사회를 지도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김정일 시대에 작동하지 않던 노동당의 기능과 역할을 김정은 체제에 복원하기 시작했으며 당 정치국 회의 등을 통해 국가 중대사안을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제7조에서는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세도(勢道)'를 가장 앞에 내세워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력 공고화에 장애가 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특히 이번에 개정된 10대 원칙에서는 제1조 3항과 4항에 각각 있던 '프롤레타리아 독재정권'과 '공산주의'라는 표현이 사라졌으며 제7조 1항에서는 주민들이 소유해야할 정신으로 '당성, 혁명성, 인민성'을 명시하고 '노동계급성'을 삭제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09년과 2010년 헌법과 당규약을 각각 개정하면서 '공산주의'를 모두 삭제한 바 있다.

    이밖에 개정 원칙 서문에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군사력과 자립경제를 가진 위력을 떨치게 됐다"고 적시한 것도 작년 4월 개정한 헌법 서문에 '핵보유국'을 명기한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김정은 시대에 맞는 체제 성격과 진로를 규정하기 위해 사상적인 내용이 중심인 유일사상 10대 원칙을 개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