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공개한 자료 88번째…국내 주소 공덕동 풍림 VIP텔은 '가짜'
  • ▲ 뉴스타파가 공개한 '버진 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명단' 중 일부. 88번째에 원종호라는 이름이 보인다. [사진: 뉴스타파 캡쳐]
    ▲ 뉴스타파가 공개한 '버진 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명단' 중 일부. 88번째에 원종호라는 이름이 보인다. [사진: 뉴스타파 캡쳐]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사람 명단 중
    눈에 익은 사람이 또 나타났다.

    DJ 정권 시절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유죄를 선고받았던,
    故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 씨의 측근
    <채후영> 씨에 이어 나온 사람은 <원종호> 씨.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의원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기억할 이름이다.
    <안랩>의 2대 주주와 이름이 같아서다.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국제탐사언론인협회(ICIJ)>와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사람들의 명단을 조사했다.

    7차례의 명단 발표 이후 <뉴스타파> 측은 네티즌들의 힘을 빌리겠다며,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명단 150명의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중 88번째에 <원종호>라는 이름이 있다.

    <원종호> 씨는 <Shinning Coast Investment>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다.
    한국 내 주소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404번지 풍림빌딩]이라고 적었다.
    이 주소는 <풍림 VIP텔>이라는 오피스텔이다.

    대법원 등기부등본 열람 서비스를 찾아보고, 현장을 방문해 본 결과
    [원 씨] 성을 가진 사람 소유의 호실은 6개였지만,
    <원종호> 씨나 관련된 업체는 현재 이 빌딩에 없었다.

    대체 <원종호> 씨의 정체는 뭘까?

    사실 <뉴스타파>가 공개한 명단의 <원종호>가 <안랩>의 2대 주주로
    1,000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긴, 그 <원종호>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원종호> 씨가 여전히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의 정체 때문이다.

  • ▲ 주식정보사이트에서 살펴본, 2005년부터 2011년 말까지 '안랩'의 주가 추이. 원종호 씨는 2008년부터 지분을 매입했다고 한다. [그래픽: 씽크풀 캡쳐]
    ▲ 주식정보사이트에서 살펴본, 2005년부터 2011년 말까지 '안랩'의 주가 추이. 원종호 씨는 2008년부터 지분을 매입했다고 한다. [그래픽: 씽크풀 캡쳐]

    <원종호> 씨는 2008년 어느 날부터 <안랩> 주식을 1주일에 2~4차례 씩 사들였다.
    당시 <안랩>의 평균 주가는 1만 4,000원 대.

    이때는 <안철수> 의원이 대선에 출마한다거나,
    [서울시장 재보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생각을 누구도 하지 못했다.
    <원종호> 씨는 <안랩> 주식을 계속 사들였다.
    그가 매집한 주식의 규모는 약 130억 원. 지분율로는 10%였다.
    <안철수> 의원에 이은 2대 주주였다.

    <원종호> 씨가 그렇게 사들인 <안랩> 주식은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선]과 2012년 초 대선 열기를 겪으면서
    1,200억 원에 가까운 가치를 갖게 됐다.

    <원종호> 씨는 2012년 초 자신의 모든 주식을 장내에 매도했다.
    당시 금융가에서는 “원 씨가 올린 시세차익이 최소한 1,000억 원에 이를 것”
    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여의도]에서는 [음모론]까지 나왔다.

    다른 주식은 보유하지 않고, <안랩> 주식만 매집한 이유,
    부동산 임대업을 한다고 했는데 [남는 자금]으로 투자하지 않고,
    왜 대출까지 받아가며 <안랩> 주식을 샀는가,
    그에 대해 알려진 게 하나도 없다는 점 등이 [음모론]이 나온 배경이었다.

    2012년 9월 <서울중앙지검 조세금융조세조사 2부>에서
    <원종호> 씨가 <안랩> 주식을 매입하면서,
    <5% 룰(지분을 5% 이상 보유하게 될 때 공시해야 하는 법적 의무)>을
    위반한 혐의를 들어 조사를 시작했다.

    많은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이 조사하면
    <원종호> 씨의 [정체]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의 정체를 밝히지는 못했다.
    법원에서 1억 원의 벌금을 내라고 약식기소하자 흔쾌히 벌금을 내고는 사라졌다.

    이런 <원종호> 씨의 행태를 본 많은 사람들은
    그가 <안철수> 의원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한다.
    <안철수> 의원은 “원 씨를 모른다. 만난 적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사람들의 의심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 ▲ 2012년 18대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할 당시 안철수 의원. 그러나 그는 후보등록 직전 사퇴했다. [사진: 당시 KBS 보도화면 캡쳐]
    ▲ 2012년 18대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할 당시 안철수 의원. 그러나 그는 후보등록 직전 사퇴했다. [사진: 당시 KBS 보도화면 캡쳐]

    1972년 1월 1일 출생,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거주한다는 <원종호> 씨.
    <뉴스타파>가 공개한 <버진 아일랜드 페이퍼 컴퍼니> 명단 속 <원종호> 씨와
    [안랩 2대 주주였던] <원종호> 씨가 동일 인물이라면
    <안철수> 의원은 물론 <안랩>을 의심하는 시선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