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前경총 회장 부부, 조욱래 DSDL회장과 장남, 조중건 씨 부인 포함
  • ▲ 이수영 OCI 회장. 경총 회장을 지냈다. '뉴스타파'의 조사 결과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고 한다. [사진: 연합뉴스]
    ▲ 이수영 OCI 회장. 경총 회장을 지냈다. '뉴스타파'의 조사 결과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고 한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경영인총연합회 회장을 지낸 이수영 OCI 회장,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장,
    조중건 前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
    조욱래 DSDL(舊동성개발) 회장과 그의 장남 조현강.

    이들의 공통점은 [조세피난처(Tax Heaven)]에 몰래 계좌를 만들어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정보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입수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계좌 정보를
    국내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함께 분석한 결과로 나온 것이다.

    <뉴스타파>는 2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내의
    <전국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 취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명단이 이수영 OCI 회장 부부 등 5명이다.

  • ▲ 22일 '뉴스타파'는 전국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한국인 중 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사진: 연합뉴스]
    ▲ 22일 '뉴스타파'는 전국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한국인 중 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사진: 연합뉴스]

    <뉴스타파> 측은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한국인 숫자가
    245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前경총 회장인 이수영 OCI 회장 부부를 포함해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명목 상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 공개한 사람 이외에 주소 등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한 것도 20여 명이다.
    특히 245명의 한국인 명단 가운데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 총수와 총수 일가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수영 OCI 회장,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 관장은
    2008년 4월 28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RICHMOND FOREST MANAGEMENT LIMITED>라는 회사를 설립했다고 한다.

    조중건 前부회장의 부인 이영학 씨도 2007년 6월 19일 <버진 아일랜드>에
    <Kapiolani Holdins Inc>를 설립했고,
    조욱래 DSDL 회장과 그의 장남도 같은 해 3월 15일 <버진 아일랜드>에
    <Quick Progress Investment Inc>를 세웠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명단은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PTN)>과 <커먼웰스 트러스트(CTL)>의 고객 명단과
    12만 2,000여 개의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분석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한다.

    <뉴스타파> 측은 <버진 아일랜드>에만 [한국인의 페이퍼 컴퍼니]가 있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확인된 245명 가운데 <버진 아일랜드>와 <쿡 아일랜드> 등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면서 한국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159명,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86명이었다.
    이들이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은 1995년부터 2009년 사이다.
    2000년대 중반에 증가세를 보였고, 2007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 측은 지금까지 분석이 끝난 20명의 명단 중 22일 발표한 5명 이외의 명단을
    오는 27일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공개할 것이라고 한다. 

    <뉴스타파>의 작업을 통해 과거 [페이퍼컴퍼니]를 다수 만들었던 H그룹, N그룹, L그룹,
    S그룹 오너들의 명단이 드러나게 될 경우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 ▲ 카리브해의 조세피난처 위치. 조세피난처의 다수가 중남미 카리브해와 유럽에 있다. 대부분은 자치령으로 주권은 없지만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곳이다.
    ▲ 카리브해의 조세피난처 위치. 조세피난처의 다수가 중남미 카리브해와 유럽에 있다. 대부분은 자치령으로 주권은 없지만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곳이다.



    [조세피난처]에 대한 관심은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등
    언론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최근 미국과 영국, 호주는 [조세피난처]를 통해 탈세를 저지르고, 비자금을 조성하는
    개인과 법인들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300기가 분량의 자료를 확보한 세 나라는 공동조사를 통해 <버진 아일랜드> <쿡 아일랜드>
    <만 아일랜드> <케이먼 군도> <아이티> 등 잘 알려진 [조세피난처]는 물론
    [준조세피난처]로 불리는 <안틸레스> <산마리노> <안도라> <리히텐슈타인> <안티구아>
    <모나코> 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한다.

  • ▲ OECD 산하 FATF가 지정한 조세피난처 목록. 필리핀, 룩셈부르크 등 일부는 OECD의 요청을 수락해 목록에서 빠졌다.
    ▲ OECD 산하 FATF가 지정한 조세피난처 목록. 필리핀, 룩셈부르크 등 일부는 OECD의 요청을 수락해 목록에서 빠졌다.



    <OECD>는 산하에 돈세탁방지기구인 <FATF>를 만들어
    [조세피난처]를 통한 탈세와 돈세탁을 감시하고 있고,
    UN은 산하에 <UNODC(유엔 마약범죄국)>을 통해 전 세계의 [조세피난처]를 감시 중이다.
    G20 국가들도 42개 [조세피난처] 국가를 4단계로 분류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의 사법기관과 정보기관이 모인
    <에그몽 그룹>도 일찍부터 [조세피난처를 통한 탈세 및 돈세탁 방지] 활동을 펴고 있다.

  • ▲ UNODC(유엔마약범죄국)은 당초 돈세탁을 막기 위해 활동하다 조세피난처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 UNODC(유엔마약범죄국)은 당초 돈세탁을 막기 위해 활동하다 조세피난처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정부 기관과 그 연합체들은 [부자들과 그들에 기생하는 권력층]이
    주로 [조세피난처]를 활용하는 탓에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버진 아일랜드> 관련 거래기록을 입수했다고 밝히면서,
    [조세피난처]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 활동도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21일, 미국에서는 <애플>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90억 달러 가량을 탈세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난리가 났다.
    <애플>의 CEO인 <팀 쿡>이 의회 청문회에 나와 소명을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아무튼 <뉴스타파>에서 입수했다는, [조세피난처 이용자 245명]의 명단이 공개될 경우
    국세청의 역외탈세 세무조사도 상당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