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선진화포럼 /2030 발언대 제48호]
    배려가 없는 사회, 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

    정수연
    /선진화홍보대사 제11기 /서울여자대학교 행정학과

  •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와 같이 요구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선진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시민의식의 선진화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저는 시민의식이 내면화되고 그에 따른 행동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의 변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저는 종종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예의 없는 아이들의 모습과, 그런 아이의 모습을 방관하는 부모의 모습을 볼 때입니다. 부모가 잘못을 한 아이를 보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는 다른 이에게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는 부모의 슬하에서 자란 아이는 과연 어떤 아이로 자라날까요?

      최근 사람들은 젊은 세대들이 예의범절이 없다고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젊은 사람들만의 잘못이라고는 볼 수는 없습니다. 그들에게 올바른 시민의식을 가르쳐 주지 않은 어른들의 부재 역시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정은 산업화로 인해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급격히 변화되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 고유의 전통 가정윤리를 제대로 계승하지 못하고 단기간에 유입된 서구적 가치관과 충돌하면서 과도기적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5살 이전의 교육은 아이의 성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이 시기에 아이들이 가장 많이 따라하고 영향을 받는 사람은 바로 부모님입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우리 부모님들은 아이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했을 때에 바로잡지 않고 과잉보호하는 모습은, 아이에게 잘못된 행동 습관을 형성하게 됩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철저히 벌금으로 제재를 가합니다. 거리에 담배꽁초, 껌, 쓰레기 등 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지하철 안에서 음식을 먹는 것, 어린이가 장난을 쳐도 예외없이 부모가 책임을 지고 엄청난 벌금을 물도록 함으로써 억압적으로 유도하는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반면 일본 엄마들은 "남에게 폐(迷惑·메이와쿠) 끼치지 말라"는 말로 가정교육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렸을때부터 공공장소에서 엄격히 연습을 시킵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효과가 크다는 말처럼, 일본의 가정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엄마가 직접 천천히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가르치는 점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러한 부모를 따라 행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른 예절을 익히게 됩니다.

      일본 역시 '메이와쿠 방지 조례'라 하여 '남에게 현격히 폐를 끼치는 행위'를 막는 법이 있기는 하지만, 싱가포르의 강력한 법에 의한 강제적인 습관화와는 달리 정신적으로 자연스럽게 내면적인 습관화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은, 경쟁체제로 변함에 따라 학업성취에만 치우쳐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성적인 측면을 무시하고 점수화되고 평가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가치를 등한시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남에 대한 배려보다는 내가 먼저 살아남아야 한다는 이기적인 행동이 발생하고, 이것은 결과만 좋으면 과정이 잘못되어도 괜찮다는 사회 속에서 자기 중심적인 행동이 반복되고 굳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제는 학교의 커리큘럼에 이론적으로만 배우고 머무는 것이 아닌, 이것을 생활화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정교육을 통해 배려를 배웠다면, 이제는더 나아가 공동체 협력과 사회성을 배우는 것이 학교의 역할인 것입니다. 또한 저학년부터 자발적으로 활동을 유도하면서 책임감을 기르는 프로그램 역시 많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과도한 학습 대신 토론과 역할극, 신문활용 교육(NIE) 등 체험 활동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게 합니다. 또 프랑스의 인성교육은 연극과 음악·미술·스포츠 등 여럿이 어울려 활동하면서 협동심을 배운 체험활동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게 하고 있으며, 일본 아키타현에선 유치원과 초·중등 학생들의 연계 수업을 통해 사회성과 배려심을 키웁니다. 수업 과정에서 고학년들은 저학년 동생들을 돌보며 책임감을 기르고 저학년들은 선배들과 함께 생활하며 예절과 질서를 배우는 것 역시 좋은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시민의식의 선진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강력한 법으로 억제하고 시민의식을 유도하는 방향이 더 빠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현재 이기적이고 삭막한 사회 속에서 어그러진 첫 단추를 다시 바로 끼우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생활 습관형성과 공경심, 봉사정신과 공동체 의식 등을 배양하는 3F 운동(From I: 나부터, From Now: 지금부터, From Small: 작은 일부터)처럼 자신의 할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질서의식, 친절하고 부드러운 태도로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시민의식이 발전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