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의 돼지는 마사지를 받지만
    주민들의 돼지는 제 명에 못 산다


    최다미 기자 / 뉴포커스     
     
      탈북자들은 한결같이 남한의 돼지를 보고 놀란다.
    탈북자 이옥란 씨는 남한의 농촌에 방문해 돼지를 본 후 원래 저렇게 큰 동물이었는지 물어본 적도 있다고 했다. 이옥란 씨는 "북한 돼지는 다 뼈만 남은 새끼돼지"라면서 "아무리 커봤자 강아지 크기 정도인데 한 마리에 40kg 정도 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새해가 되면 협동농장에서 군량미, 愛國米 등의 각종 지원米와 더불어 인민군대에 지원하는 명목으로 돼지를 바칠 것을 요구한다.
      
      이옥란 씨는 "돼지를 내지 못하면 돼지무게의 3배에 해당하는 입쌀을 내야 한다"면서 "가을 추수 후 식량분배를 하는데 돼지를 내지 못하는 경우 그만큼을 덜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돼지를 도둑맞아 어쩔 수 없이 입쌀 120kg을 바친 적이 있다"면서 "여기저기 빌려서 겨우 지원을 했지만 120kg이라는 양에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많은 양의 입쌀을 내는 것이 무서워서 가정집들에서 돼지를 기른다.
  •   그런데 여기서 여러 문제가 생긴다.
    돼지 냄새가 나도 참고 기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주민들이 먹을 양식도 없는데 사료는 더욱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돼지는 자랄수록 식욕이 왕성해서 주민들은 어느 정도 자라면 재빨리 군대에 낸다.
    이옥란 씨는 "어차피 군대에 바칠 '남의 돼지'라서 인분만 먹여 키우는 집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돼지를 기르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라면서 "훔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자신의 집에서 기르는 돼지를 도둑맞지 않으려고 철창에 가두고 자물쇠로 잠그기도 하는데, "자물쇠를 끊고 훔쳐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제대군인 출신 탈북자 김영수 씨는 "배고픈 군인들은 돼지가 잘 때 접근한 후 라이터에서 가스만 나오게 하는 방법으로 질식시켜 들고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군인들은 "어차피 다 군대에 지원할 것들인데 미리 가져간다" 혹은 "돼지가 군대에 입대한다"는 장난 섞인 메모를 남기고 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민들은 돼지가 식욕이 왕성해지기 전에, 그리고 도둑맞기 전에 얼른 국가에 낸다. 이런 이유로 국가에 바쳐지는 돼지들은 모두 새끼돼지들이다. 한 해 중 어느 시기에 내도 상관은 없지만 많은 주민들은 상반기에 내는 것을 선호한다.
      
      정권은 주민들에게 각종 명목을 붙여 물자를 바칠 것을 요구하고, 주민들은 피폐한 삶 속에서 어떻게든지 정권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호위과학연구소(김일성장수연구소)로 알려진 기초과학연구소에서는 金氏一家가 먹는 돼지고기도 무균으로 생산한다. 배설물을 즉석에서 치우는 것은 물론 돼지에게 마사지와 목욕을 시키는 등 지극정성을 다한다.
    이렇게 김정일의 돼지는 마사지를 받지만 주민들의 돼지는 제 명에 못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