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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용팔이 사채업자가
어머니로 살기로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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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3일부터 SBS 주말드라마가 <원더풀 마마>라는 제목으로 새로 시작했다.
드라마가 시작되자마자 높은 빌딩 옥상 위에 위태하게 서 있는 윤복희(배종옥)가 보인다.
앗! 자살하려나? 잠시 아래를 내려다 보던 윤복희는 5만 원짜리 돈 다발을 아래로 내 던진다.“하하하!”
미친 듯이 웃으면서 자신의 일생을 칭칭 감고 있었던 돈을 조금도 아깝지 않은 듯 징그런 뱀을 떼어 내 듯이 던져 버린다.
남편은 세 자녀를 남겨놓고 죽었다.
돈도 없고 배운 것도 없는 윤복희(배종옥)는 살길이 막막하여 택한 것이 빚을 얻어 시장바닥에서 일수쟁이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돈을 벌게 되니 사람을 고용하여 제때 돈을 안 갚으면 협박하고 가차없이 때려서라도 돈을 받아내는 사채업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런 윤복희를 ”개 독종, 일수쟁이, 용팔이(팔에 무서운 용 문신을 했다)”라고 불렀다. 어린 딸은 그것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왕따를 당하는 아픔을 겪으며 자랐다.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번 돈으로 백억 대나 하는 빌딩을 지었다.
먹고 살 일이 막막하여 험한 일에 뛰어 들었지만, 이제 자식들이 다 장성하여 결혼을 할 나이들이 되었다. 자녀들의 결혼을 생각하여 남이 손가락질하는 사채업자 쫑 내려고 한다.
이제 불행 끝. 행복 시작이 시작되나 했는데 알츠하이머가 찾아온다.
첫 회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데 어수선하고 산만하기 그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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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질서가 없는 그들의 인생과 같다. 그저 하루 하루 제 멋대로 하고 싶은 대로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무분별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같이 정신 사납다.
엄마 말에 따르면 큰 딸 고영채(정유미)는 명품귀신, 큰 아들 고영수(김지석)는 호구귀신, 막내 아들 고영준(한동수)는 여자 귀신이다. 영채네 가족이다.
장훈남(정겨운)은 부모 없이 지극한 형(안내상)의 사랑으로 자라서 투자회사의 팀장으로 자리잡았지만, 자기 차인줄 오해하는 영채에게 대뜸 “이 주책 바가지 아줌마야” 마구 소리 지르며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다. 일면 가족을 무척 아끼고 특히 청각장애인인 형의 일이라면 사업상 사람을 만나다가도 만사 제쳐 놓고 달려간다.이장호(이민우) 가족이 있다. 냉철하고 수완 좋은 사장이지만 부하직원인 실장과 외도를 하고 있다.
“옷 만 명품이면 뭐해? 패션의 완성은 얼굴인 것 몰라?”
아내한테 권위적이고 무시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 아내(이청아)는 남편이라면 꼼짝 못 한다.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난 실장이 자기와 똑 같은 500만 원짜리 목걸이를 한 것을 보면 당연히 의심부터 하게 되는데 “대표님이 부하직원한테 500짜리 해 주는 것 너무한 것 아녀요”라고 물을 정도로 순진하고 세상일을 아무 것도 모른다.
영채 삼 남매는 바람에 날려 이리 저리 날라 다니는 낙엽처럼 삶에 대한 아무 기준이 없이 살아간다. 뻥뻥 뚫린 창호지 문처럼 구멍이 나 있다. 세상사람들 시각으로 보면 도무지 대접 받을 만한 것 하나 없고, 오히려 비웃음을 사고 손가락질 받을 사람들이다.
하지만 모두 선량하다.(혹은 어리석다.)
영채 삼남매와 정겨운 가족과는 달리, 자신들의 삶은 차곡차곡 야무지게 잘 쌓아 가고 있지만 철저히 이기적이고 못 된 사람이 있다. 이장호 그리고 이장호와 불륜관계인 실장이다. 이 여자는 불륜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된 아내가 어리숙하게 물어보니까 오히려 싸부친다.“주제넘게 한 마디 하겠는데 남편 마음부터 헤아려야지요.”
조금도 당황하거나 미안해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하다 못해 뻔뻔스럽다. 불륜관계도 진화하는 것일까? 새로운 모본이 될까 겁난다.
현대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무슨 일이 닥치면 우선 손익을 계산하느라 머리가 빠개진다. 조금이라도 손해 보려 하지 않으려 늘 긴장의 허리띠를 풀지 않고 산다. 조금이라도 세상에 뒤쳐지지 않으려 빈 틈 없이 계획을 짜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옆에 있는 사람 눈길 한 번 줄 시간이 없다.
정보가 발달하여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가슴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지혜가 아니라 가슴을 차갑게 만들고 허무케 하는 지식만 전달하는 정보가 홍수처럼 우리 삶에 흘러 들어와 넘실거린다.
서울, 시골, 젊은이나 어린이나 노인이나 모든 정보가 골고루 구석구석 전해진다. 그 정보는 모든 사람들을 그악스럽게 만들고 오염시켰다.오로지 돈 버는 데 일생을 달려 왔던 윤복희는 알츠하이머가 걸리고 멈춰서 보니 자기 앞가림도 할 줄 모르는 형편없는 자식들을 보게 된다.
돈으로 자식을 키웠지만 그것이 오히려 자식을 망쳤음을 깨닫는다. 돈 버는데 골몰하느라 내팽개쳤던 어머니의 자리로 돌아 가 엄마가 되기로 한다.이것은 우리 산업화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가난을 벗자’는 한 가지 목표에 목숨 걸고 산업화의 길을 걸어 오는 동안 우리 사회는 도무지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 모르게 망가졌다. 그것을 바로 잡아 줄 영웅을 모두 기대하고 있다.
윤복희 여사가 그 일을 어떻게 이루어 나갈 지 지켜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