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선진화포럼/ 2030발언대 제46호]
    대한민국 불량 소프트웨어,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

    이효정(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 2학년)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姑 김수환 추기경이 생을 마감하기 직전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우리 사회에 큰 감동을 전했다. 우리 사회에서 ‘감사’와 ‘사랑’이라는 가치가 그 동안 얼마나 무시되어 왔는지 되돌아 본다면 부끄러운 마음뿐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래 없는 경제발전을 이룩한 국가이다. 그러나 한국이 지난 2006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이래 수년째 소득 3만 달러대 선진국에 진입을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국민의 부족한 선진화 의식에 있다. 뛰어난 하드웨어 뿐 아니라, 선진 시민 의식이라는 소프트웨어 발전에 공들일 때이다.

      며칠 전 뉴스에서 보도된 ‘외국인 학교 부정입학’의 사례는 정직함이 결여된 대한민국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외국인 학교는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이거나 학생이 적어도 해외에서 3년 이상 거주했을 때 기본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그런 입학자격을 무시하고 보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 시키기 위해서 그것도 일명 우리 사회의 고위층이라는 사람들이 자녀들을 부정입학 시킨 것이 보도되었다. 이 사건은 160여 명에 달하는 부정입학 학생들을 퇴학 시키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거짓이 만연해 있는 이상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2012년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OECD 34개국 중 10점 만점에 4.32 점을 받아 터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32위로 최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공동체 구성원과의 접촉 빈도 등 사회 안정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에서는 최하위였다. 이 조사 결과는 현재 우리 사회가 타인에 대한 배려와 봉사 정신보다는 어떻게 하면 남을 밟고 올라 설 수 있을까를 가르치고 고민하게 함을 보여 주고 있다. 과거 유교사상에 기초하여 배려와 공동체 의식을 삶의 지표로 삼았던 사람들이 우리의 조상이라고 얘기하기 조차 부끄러워지는 통계 수치이다.

      더 늦기 전에 선진 시민 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의 인격적 성숙이 요구된다. 현재 우리 사회는 개구리가 맞아 죽을 것에 연연하지 않고, 그 목숨을 하찮게 여기고 돌을 연못에 마구 던질 수 있을 정도로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는 비성숙한 사회이다. 며칠 전, 인터넷을 통해 크게 이슈가 된 기사가 있었다. 학교 폭력을 견디지 못하여 자살을 선택한 학생이 자살 시도 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오열을 하는 모습이 찍힌 CCTV가 공개 되었다.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부터 폭력으로 심지어 목숨을 버리는, 그리고 이런 사례들이 빈번하게 보도될 정도로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은 우리의 모습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다.

      준법정신은 또 얼마나 나태한가?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낙태율 1위라는 부끄러운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영화 ‘집행자’에서는 책임지지 못할 임신을 고민해 온 미혼의 두 남녀가 결국은 중절 수술을 택하고 관계를 정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불법인 낙태가 만연하게 일어나는 안타까운 현상을 꼬집어 보여준다. 생명에 대한 경시뿐 아니라 법에 대한 준수도 경시되는 사회이다.

      낙태율 뿐 아니라 이혼율, 청소년 자살율 등의 지표들을 살펴 보아도 어느 하나 괜찮은 것이 없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결여된 우리 사회의 해결 방안은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시민자질의 함양을 위해서는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젊은 사람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지식의 전달과 습득에만 초점을 두고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학교에서부터 인간을 기르기 보다 정보를 주입하여 왔다. 인재를 길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젠 학교 교육, 가정교육을 통해 우리가 왜 사는지,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인간교육, 문화 교육에도 힘써야 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선진 시민 의식을 성숙시켜나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