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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주 중소기업청 내정자(사진.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18일 청와대에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인사를 발표했던 청와대는 물론 기대감을 드러냈던 중소기업계도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17일 정부조직법 개편안 합의와 함께 중기청장에 상당한 권한 이임이 이뤄지는 상황이어서 황 내정자가 진짜로 사퇴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장직을 수락할 경우 소유 주식을 전량 처분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소액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황 내정자는 이날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하며 이 같이 이유를 밝혔다.중기청장은 차관급으로 4급 이상 공무원의 경우, 본인 및 이해관계자 보유주식이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보유지식을 모두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 해야 하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야 한다.
지난 15일 인사 소식을 알게 된 황 내정자는, 법에 따라 보유 주식을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하면 되는 줄 알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추후 확인 결과, 주성엔지니어링 오너로 700억원이 넘는 주식을 가진 황 내정자는 백지신탁위원회가 직무관련성 여부를 판단할 경우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현재 황 내정자는 주성엔지니어링 지분 25.45%와 부인 김재란씨가 1.78%를 보유하고 있다.
18일 현재가격으로만 따져도 74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중기청장을 수행하게 되면, 자신이 평생 키워온 회사를 팔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공직자윤리법에 공직에 나설 경우 주식을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하면 되는 줄 알고 중기청장직을 수락했지만,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경우 주가 급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 황철주 내정자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며 중소기업 육성을 화두로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인만큼 청와대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특히 주식 매각에 따른 내정자의 기본적인 피해를 예상하지 못하고 무작정 인사를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비판도 쏟아진다.
중소기업계에서도 자신이 회사를 직접 일궈 성공한 기업인을 중기청장으로 내세운 것에 기대감이 컸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가 요직 차관급 인사를 하면서 내정자의 주식 보유 현황과 임명 이후 벌어질 상황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지 않느냐.
만약 이를 알고도 인사를 단행했다면, 기업인에게 재산과 경영권을 포기하라는 것인데, 이건 도저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한편 황 내정자의 사의 표명에 따라 후임 중기청장의 인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국회가 정부조직법을 합의하면서, 그동안 묵혀왔던 중기청의 위상 강화에도 동의했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 중기청장은 매주 국무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해오던 불공정거래행위 기업 고발권도 갖게 된다.
국무회의 의결권은 없는 단순한 배석이긴 하지만, 참석만으로도 중기청의 위상이 크게 강화되는 것은 물론 ‘불공정거래행위 기업 고발권’은 민간기업에 대한 ‘지도권’까지 가져오게 돼 일각에서는 ‘장관급’ 권한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