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 편찬 사업 공식 중단..사실상 백지화 <중앙일보> “학문 외적인 압력으로 편찬위원 양심적 목소리 낼 수 없어” 사업 무산 책임, [외압]과 [이념공세]] 탓..국편 책임은 전혀 언급 안 해

  •  
    대한민국 임시정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현대사를 망라하는 국사편찬위원회의 [대한민국사] 편찬 사업을 두고 다시 한 번 소란이 벌어졌다.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이태진)가 별도의 한시 기구(대한민국사 편찬위원회)까지 만들어 의욕적으로 추진한 正史 [대한민국사] 편찬 사업은 지난달 23일 <중앙일보>가 내용을 보도하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3일과 24일 관련 기사를 통해 국편의 [대한민국사] 편찬의 역사적 의미를 크게 부각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이태진 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해 ‘국민 대통합’의 분위기 속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편찬’이란 국편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했다.

    좌우의 분열을 넘어, 대통합이란 대의적 명제 아래서 한국근현대사를 조명하는 正史 [대한민국사]를 쓸 때가 됐다며, 편찬 사업의 당위성도 역설했다.

    그러나 국편의 [대한민국사] 편찬은 <뉴데일리>의 집중적인 문제 제기에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중앙일보>와 달리, <뉴데일리>는 [대한민국사] 편찬 사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국편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본지는 특히 [깡통진보] 편향성이 뚜렷한 학자들이 [대한민국사] 편찬위원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국내 언론 중 최초로 보도해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본지의 기사를 계기로 국편의 섣부른 사업 추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학계 내부에서 쏟아졌다.

    필진 구성의 편향성은 물론, 정권인수기라는 민감한 시기에 국편이 사업을 추진하려는 데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숨어 있다는 의견이 학계 안팎에서 나왔다.

    파문이 커지자 국편은 20일 [대한민국사] 편찬위원회를 열고, 사업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회의에서는 편찬 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고, 이런 내용을 이태진 위원장에게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국편의 [대한민국사] 편찬 백지화 소식과 함께 이태진 위원장의 사업 강행 보도가 거의 동시에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대부분의 언론이 국편이 사실상 사업을 접기로 했다는 기사를 실었으나, <동아일보>는 21일자 <논란의 ‘대한민국사’ 편찬… 일부 수정해서라도 강행>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태진 위원장이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편은 바로 다음날 <동아일보>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긴급 해명자료를 내는 등 소동을 빚었다.

    그러나 국편의 [대한민국사] 편찬을 적극적으로 선전하는 데 앞장섰던 <중앙일보>는 사업 무산을 크게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21일 <이념 공세에 좌초한 『대한민국사』 편찬>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국편의 사업 백지화 방침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에서 [대한민국사] 편찬위원회(위원장 김희곤 안동대 교수)의 회의 결과를  인용해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대한민국사]의 편찬 사업이 [이념 공세]에 시달렸다면서, 사업 무산의 책임을 비전문가들의 [학문 외적인 압력] 탓으로 돌렸다.

    첫 보도 당시 인터뷰에서 이태진 위원장은 “경제개발과 민주화 양쪽의 공과를 모두 따지면서 이념적 편향성을 극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보도가 나간 이후 『대한민국사』편찬위원회는 이념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우파 성향의 단체에서 일부 편찬위원을 지목하며 ‘좌편향’이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이때부터 『대한민국사』 편찬의 파행은 예고됐다.

    이같은 사태 전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20일의 편찬위원회 회의에서 제기되었다고 한다.

    김희곤 편찬위원장은 “학문 외적인 압력이 심한 현 상황에서는 편찬위원들이 양심적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우리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주문을 받아 작업을 하는 한시적 기구로서 이런 상태에선 작업을 계속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국사편찬위원회에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위와 같은 보도를 한 <중앙일보>는 다른 언론들이 [대한민국사] 편찬 무산의 이유를 [사업의 졸속 추진] [편향된 시각]에서 찾으며, 국편의 행태를 비판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이념 공세]의 원인이 [우파 성향의 단체]에서 일부 편찬위원을 [좌편향]이라고 공격한 데 있다고 했다.

    이어서 김희곤 위원장의 발언을 빌려 [학문 외적인 압력] [편찬위원들의 양심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학계 내부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몇몇 학자들만으로 사업을 진행한 국편의 책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학계에서 쏟아진 필진 구성의 편향성 문제, 국편의 역량 부족을 탓하는 견해 등도 일체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국편은 사업 중단이 [편찬위원들의 양심적 목소리]를 막은 [학문 외적인 압력]때문인 것처럼 몰고 갔다.

    나아가 <뉴데일리>를 비롯한 언론과 시민단체, 학계 안팎의 우려와 비판을 [비전문가들의 이념공세와 외압]으로 폄하했다.

    <중앙일보>의 시각에서 본다는 국편의 [대한민국사] 편찬 중단은 부당한 [외압] [이념공세]로 인한 안타까운 ‘좌초’다.

    사업 무산의 책임이 [외압][이념공세]에 있는 만큼 사업의 주체인 국편은 아무 잘못도 없는 셈이다.

    <중앙일보>의 기사만 놓고 본다면, 국편과 이태진위원장은 [부당한 외압][철 지난 이념공세]에 시달린 [순교자]이고, [대한민국사] 편찬을 비판한 이들은 비열한 [가해자].

    <중앙일보>에 행태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역사학을 전공한 서울의 한 교수는 <중앙일보>의 논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과정 자체가 잘못됐다.
    이렇게 중요한 사업을 비밀리에 한 것도 그렇고, 보도자료도 내지 않고 일부 언론을 통해 쓸쩍 흘린 것도 잘못이다.

    더구나 [백년전쟁]에 출연한 사람과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건립을 앞장서서 반대한 사람을 필진으로 구성했다.
    명백한 좌편향 인사다.

    한국 근현대사를 정사로 편찬할 역량도 없다.

    과정이나 필진구성, 역량문제 등 모든 점에서 문제가 많다.

    <중앙일보>가 말한 것처럼 부당한 외압이나 이념공세에 따른 좌초가 아니다.
    그렇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