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받은 청바지 입고 나서다 음주차량에 치여"밤늦도록 편집 몰두..차기작 관련 대화 나눠"
  • '301, 302' '학생부군신위' 등의 작품으로 한국 영화계에 큰 획을 그었던 박철수 감독이 향년 6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박 감독은 19일 0시 30분 무렵,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의 한 아파트 앞 횡단보도에서 승합차에 치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박 감독은 보행 신호에 맞춰 정상적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에, 만취한 운전자가 모는 차량이 그대로 들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박 감독은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출혈이 너무 심해 곧바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낸 운전자 윤모씨는 당시 면허정지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92%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윤씨를 구치소에 수감하고 영장 신청을 검토 중인 상태.

    박 감독은 이날 신작영화 '러브 컨셉츄얼리'의 파이널 편집 작업을 하고 집에 들어가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과 함께 '러브 컨셉츄얼리'를 제작해 온 류현진 피디는 19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어제까지도 기분 좋게 대화를 나누던 감독님이 이렇게 돌아가실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며 "정말 비통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류 피디는 "전날 감독님과 시나리오 2~3편에 대한 대화도 나누면서 아주 무탈하게 보냈는데 새벽 무렵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제작 중이던 영화도 문제지만 남아 있는 가족 분들이 너무 안됐다"고 말했다.

    류 피디는 "평소 젊은이들 못지 않은 열정으로 저를 탄복시켰던 분"이라고 고인을 회상한 뒤 "사고 직전, 선물로 받은 청바지를 입고 그렇게 좋아하시면서 나가셨는데…"라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고 박철수 감독의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1일, 장지는 용인시립공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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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님이 돌아가시기 직전 마지막까지 함께 계셨다는 게 맞나요?

    감독님은 전날 밤 늦게까지 파이널 편집을 하셨어요.
    저를 비롯해 대표팀, 그리고 지인 몇 분과 함께 계시다 자정 무렵에야 자택으로 돌아가셨죠.
    사고 장소는 감독님이 사시는 죽전 인근 아파트 바로 앞이에요.
    집 앞에서 그런 사고를 당하실 줄이야….

    - 사고 직후 경찰 전화를 제일 먼저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새벽 무렵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 받아보니 경찰이었어요.
    감독님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얘기였죠.
    제가 (현장에)갔을 때는 이미 숨을 거두신 상태였어요.
    아마도 차에 치이시고 곧바로 숨지신 것 같아요.
    유족보다 제가 경찰 전화를 먼저 받았어요.
    비보를 듣고 곧장 가족 분들에게 소식을 전했죠.
    감독님 핸드폰이 락이 걸려 있어서 경찰관이 유가족이나 다른 지인에게 알리지 못한 것 같아요.
    마침 감독님이 소지한 지갑에 제 명함이 있어서 저한테 연락이 먼저 온 거죠.

    - 그날 감독님 옷차림이 어땠나요? 날씨가 추워서 두꺼운 외투를 입으셨을 것 같은데.

    돌아가실때 입으셨던 의상이 청바지예요.
    영화에 출연한 배우 중 청바지 사업을 하는 분이 계신데요.
    그 분이 청바지를 감독님께 선물해 드렸어요.
    그런데 어제 처음으로 선물 받은 그 청바지를 입으신 거예요.
    원래 감독님이 청바지 스타일을 즐겨 입으시거든요.
    그렇게 기분좋게 청바지로 갈아 입고 나가셨는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 감독님과 마지막으로 어떤 대화들을 나누셨나요?

    제가 마지막으로 감독님과 대화를 나눈 사람이에요.
    그날 감독님이 차기작으로 고민 중인 2~3가지 작품을 놓고 얘기들을 나눴었는데요.
    아직 시나리오 작업 중이라, 향후 어떻게 진행을 하고, 투자자 미팅은 언제로 잡을 것인지 등을 논의 했어요.
    당장 3월에 개봉하는 영화 문제도 얘기했던 것 같아요.

    - 감독님이 편집 중이던 영화는 정상 개봉이 가능할까요?

    뜻하지 않게 유작이 돼 버린 영화 '러브 컨셉추얼리'는 앤딩 크래딧 등 아주 부수적인 작업만 남은 상태였어요.
    그날도 감독님께서 그런 마무리 작업들을 하신 건데요.

    원래 개봉은 5월 정도로 내다봤어요.
    일단 장례가 다 끝난 뒤에야, 개봉 시기 등을 논의해야 할 듯 싶어요.

    - 감독님은 평소 어떤 분이셨나요?

    저보다도 훨씬 연세가 많으신 분인데, 열정 만큼은 웬만한 젊은이들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예요.
    정말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