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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질문의 요지가 뭐냐?”
잔뜩 기대감을 실은 눈으로 대답을 기다리던 기자의 표정이 일순간 변한다.늘 이런 식이다.
24일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이날도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질문이 조금 길어지면 가차 없다.
질문이 길어지면 의도가 숨어 있기 마련.
발표 내용의 '육하원칙'을 묻는 질문 외에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끊어낸다.기사거리를 만들어야 하는 기자들은 미칠 노릇이다.
“그래서? 뭐라고? 잘 안 들려.”
이제는 김 인수위원장의 명대사로 인식된 이 말도 비슷한 맥락이다.그나마 길게 묻고 길게 답해야 하는 ‘왜’라는 항목에 대해서도 쿨하다.
“그게 내 권한인데, 왜? 더 설명해야 하나?”
사실 그렇게 대답하면 질문한 사람도 별로 할 말은 없다.질문자는 머슥하지만 전체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그렇다고 꼭 중요한 이야기를 피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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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24일 삼청동 인수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
√ 김용준 인선 이유는 소통?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차기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유에는 이런 모습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해야 할 말만 하고 불필요한 질문은 차단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 혹은 말꼬투리를 잡아 단점을 드러내려는 것은 굳이 해명하려하지도 않는다.
인수위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오랜 법관 생활에서 익혀온 경험과 경륜이라고 평가한다.
일일이 설명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부분은 가려지고 일각의 우려가 마치 사실인 양 부각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2008년 벌어진 광우병 사태가 대표적이다.
반대 의견을 설득하는데 지나치게 몰두하면 본질을 설명할 시간은 그만큼 줄어든다.
박 당선인이 김 위원장을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한 것에는 진정한 국민통합과 소통을 위해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와 같은 접근 방식도 다소 필요하다는 생각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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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회견 도중 조윤선 대변인에게 도움을 받는 모습 ⓒ 이종현 기자
√ 민주당도 일단 한수 접었다
김용준 위원장의 국무총리 지명에 민주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인사청문회 공세를 예고했다.하지만 이날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이 낸 논평은 그동안 보여왔던 ‘으르렁’거리는 모습이 아니었다.
김용준 총리 지명자의 책임총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겠다
박근혜 당선인이 차기 정부 국무총리로 김용준 현 인수위원장을 지명했다.
김용준 지명자는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한 훌륭한 법조인이자,
장애를 극복하고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해온 사회통합적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책임총리제 도입을 약속해왔다.
그런 면에서 그동안 김용준 지명자가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했던 책임총리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보여주었는지는 의문이다.
책임총리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행정경험과 부처장악능력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서 과연 어떤 경험과 능력을 지녔는지도 검증의 대상이다.
민주당은 국회청문회를 통해 김용준 지명자가 책임총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하여 국민들에게 보고 드리겠다.철저한 자질 검증을 예고하면서도 김 지명자를 훌륭한 법조인과 사회통합적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특히 박용진 대변인이 여권의 인사에 대해 칭찬부터 시작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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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24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건물을 들어서고 있다. ⓒ 이종현 기자
√ 76세 고령에 세종시 근무까지, 우려도 많다
물론 김용준 지명자에 대한 우려도 많다.먼저 76세(만 74세)라는 고령이 걸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나이(75세)보다 한 살 더 많다.
여기에 총리실이 세종시로 옮겨가면서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야 하는데 다소 몸이 불편한 김 지명자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국무회의를 주재해야 하는 총리가 의사소통상 어려움이 있을 정도로 청력이 좋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김 지명자는 아주 가까이 접근하지 않으면 긴 대화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청력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측은 이에 대해서도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건강상의 문제는 스스로 잘 관리하고 있으신 걸로 알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것이 먼저겠지만 세종시 근무도 큰 어려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인수위 고위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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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준은 누구?
김용준 지명자는 3살 때 앓은 소아마비를 딛고 헌법재판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된다.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고서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서울고 2학년 재학 중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사법고시(당시에는 고등고시)에 수석합격하면서 1960년 최연소 판사로 임명됐다.이후 서울가정법원, 광주고법, 서울고법 등을 거치고 서울가정법원장을 역임한다.
지체장애인으로서는 최초로 1988년 대법관에 임명됐고 1994년 제2대 헌법재판소 소장에 올랐다.
현재 법무법인 넥서스에 '고문'으로 있으면서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대선후보 중앙선대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 위원장도 맡았다.
박 당선인이 김 지명자에 대해 "제가 존경하는 분"이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