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형 지도자 추대, 조기 전대론과 함께 당권 쟁탈전 치열해질 듯
  • 9일 만장일치로 추대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은 ‘관리형 지도자’로 분류된다.

    본인 스스로 중도적 이미지를 구축해온데다, 실제로 각 계파나 세력간의 중재의 역할을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선을 걸어온 문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배경에는 현재까지 당을 쥐락펴락했던 친노나 비주류로 취급받았던 비노 세력 모두 지금은 안정적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서로간에 형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을 빨리 정상화 시킨 뒤 조기에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친노는 친노대로 대선 패배 책임론을 희석시키면서 다시 재기를 노리는 호흡 고르기 시간을 벌 수 있다.
    비노 역시 반성보다는 당권 잡기에 혈안이 된 친노 세력에 대항할 분위기 조성을 하고 진영을 가다듬을 수 있다.


  • 바꿔 말하면.
    지금은 싸워서 남 보기 부끄러우니,
    전열을 다시 맞춰 제대로 싸울 때 공정하게 관리할 심판을 내세웠다는 말이다.

    때문에 문희상 체제가 출범하면 외부적으로 비춰지는 당내 갈등은 어느 정도 봉합되는 수순을 밟겠지만, 빠르면 3월로 예정된 차기 전당대회까지 각 진영의 몸집 불리기는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자칫 비대위의 역할이 당 위기 극복이 아닌 경선관리에 국한될 수도 있다.

     

    √ 우선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존재감이 계속 커지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위상을 상실한 이해찬 전 대표를 대신해 당권을 노릴 공산이 크다.
    선거 당시 한발짝 뒤로 물러나 있었기 때문에 책임론에서도 일정 부분 자유롭다.
    심복인 박기춘 원내대표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자신이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

     

    √ 호시탐탐 당권을 노리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주목을 받는다.

    90%를 넘나든 대선 지지율을 보여준 호남의 역할론이 정 전 의장에게는 반가운 여론이다.
    이 과정에서 전면으로 나서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의 연합을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계속된 당내 경선에서 제대로 부각되지 못해 불만이 쌓여온 호남 대의원들의 표심도 심상치 않다.

     

  • ▲ 지난 2011년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정동영 상임고문 ⓒ 연합뉴스
    ▲ 지난 2011년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정동영 상임고문 ⓒ 연합뉴스


    √ MB 정권시절 2010년 지방선거 승리 이후 민주당의 가장 전성기를 이끌었던 손학규 전 대표의 귀환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친노 세력이 주춤하고 있는 지금이 외국으로 나가는 손 전 대표가 다시 돌아와 복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볼 수 있다.

    동교동계에서 시작했지만, 의정부를 기반으로 하는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수도권의 맹주 손 전 대표 두 사람의 교감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다만 이 부분에서는 당내 또 하나의 계파를 이룬 정세균 상임고문의 가교 역할이 중요한 변수로 부각될 수 있다.

  • ▲ 안철수 전 교수 ⓒ 정상윤 기자
    ▲ 안철수 전 교수 ⓒ 정상윤 기자


    √ 손 전 대표와의 밀약설이 나왔던 안철수 전 교수의 역할론도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전히 안 전 교수를 '구세주'(메시아)로 여기며 기다리는 소장파 의원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의중이 손 전 대표의 복귀와 맞물릴 경우 대세론이 갖춰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이들은 민주당 해체론까지 거론하며 당 밖의 범야권세력과 결합하는 통합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이 고심 끝에 내놓은 문희상 카드.

    자칫 대선 패배의 원인 분석과 반성이나 자숙의 시간보다는 당권 싸움을 하기 전 쉬어가는 페이지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3월말·4월초 조기 전대론이 힘을 얻은 상황에서 민주당의 차기 당권 쟁탈전은 이미 군웅들이 할거하는 춘추전국 시대로 돌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