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동일한 토론시간 배정받고도 상대적으로 존재감 부족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향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공격은 10일 2차 대선후보 TV토론에서도 계속됐다.

    정작 실전에서 박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이날도 이 후보에 가려졌다. 문 후보는 박 후보의 발언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지난 토론보다 흐릿했던 존재감에 색을 입혔으나 역부족 이었다.
    이 후보는 문 후보보다 박 후보 비판에 열을 올렸다.

    이정희 후보는 첫 기조연설부터 박 후보를 날카롭게 몰아 붙였다.
    1차 토론 뒤 새누리당이 대선후보 TV토론의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한데 따른 비판에 박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빗댔다.

    "지난번 1차 토론 뒤에 새누리당이 '이정희 방지법' 발의했다.
    이런 것이 박정희 스타일인가 유신스타일인가 무엇인가."

    그는 본 토론에 들어가자, 박 후보의 재산형성과정 및 경제인식이 서민과 거리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데 집중했다.

    "박 후보는 18년간 청와대에 살다가 성북동으로 들어갔는데 무상으로 이 집을 거저 넘겨받았는데 취득세, 등록세 등도 안냈다.
    박 후보가 머리로는 이해해도 월세나 주택담보가 뭔지도 모른다."

    ◈ 더 치열해진 박근혜 VS. 이정희

    이 후보는 또 "새누리당이 계속 대기업 규제를 풀자는 것 때문에 골목상권이 모두 침범됐다.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 말하기 전에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고)에 대한 반성부터 필요하다"고 몰아부쳤다.

    그러나 이날은 박근혜 후보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번 토론 당시 "이정희 후보는 아주 작정하고 네거티브를 해서 박근혜라는 사람을 내려앉히려고 온 사람 같다"며 불쾌감을 토로했던 만큼 맞대결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 후보가 박 후보에게 "얼마 전 대선후보 경선에서 최저임금을 잘 모르던데, 이제는 얼마인 지 아느냐, 내년에는 얼마가 되는 지 아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 이에 박 후보는 "올해 최저임금은 4,580원"이라고 답하자, 이 후보는 거듭해서 "그럼 내년에는"이라고 묻자, "내년에는 4,860원으로 책정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스무고개를 풀 듯이 하거나 마치 학교에서 선생이 학생에게 숙제를 해왔느냐고 따지는 것이 과연 대선 토론회에 적합한가"라고 따져 물었다.

    박 후보의 답변 도중 이 후보가 끼어들자, 사회자가 나서서 "내가 지명한 후보외에는 다른 후보는 상대 후보의 발언시간에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다만 이 후보는 지난 4일 이뤄진 1차 TV토론에서 "나는 박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토론회에) 나왔다"고 독설을 퍼부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것에 비해서는 다소 수위를 낮췄다.
    지난번 토론 때 너무 박 후보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이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토론회에서 박 후보에게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원을 사회 환원하겠다고 답한 일을 지적하며 "비자금이고 전형적인 지하경제인데 상속세와 증여세를 냈느냐"고 캐물었다.

    이에 박 후보는 "이 후보는 코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하라. 지난번 (토론회) 보니 대선을 완주할 계획은 없으면서 대선 국고보조금 27억원을 받으면 '먹튀'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文, 긴장감 떨어졌지만…

    토론이 박근혜 VS. 이정희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문재인 후보는 동일한 토론시간을 배정받고도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떨어졌다.
    문 후보는 박 후보와 상호토론에서 이명박 정부와 박 후보의 연관성을 집중 공략했다.  

    "새누리당 정부는 지난 5년간 4대강 사업과 부자감세를 했고, 그리고 예산안을 매번 날치기하면서 민생을 파탄 냈다"고 지적한 뒤 "박 후보는 그에 대한 공동 책임이 없냐"고 따졌다.

    이에 박 후보는 "참여정부 때 얘기를 먼저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값도 그때 (참여정부 당시) 최고로 뛰었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 양극화도 그때 가장 심했고, 대학 등록금도 역대 최고로 올랐었다"고 말했다.

  • 박 후보는 이어 "당시 경기침체에 대한 국민의 원망 때문에 정권이 바뀌었다. 지금도 (참여정부) 당시 이뤄졌던 것들의 연장선상에서 고통을 받는 게 상당히 많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문 후보가 양극화 등에 대한 자신의 현 정부와의 공동 책임을 주장한데 대해서도 "지난 5년간 야당에선 매일 무슨 일만 있으면 박근혜가 답하라고 하지 않았냐. 그런 건 기억나지 않냐"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박 후보는 역으로 "문 후보의 경제정책을 보면 실패한 참여정부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세계경기가 호황이었는데 우리나라만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고 참여정부 실정의 책임을 물었다.

    박 후보가 입원 및 외래환자의 건강보험 보장을 똑같이 90% 높이는 문 후보의 공약은 14조~20조원이 필요하다고 공격하자, 문 후보는 "입원환자 보장률만 90%로 올리는 것이다. 전제부터 잘못 말씀하셨으니 소요재원도 8조5,000억원으로 달라진다"고 맞섰다.

    문 후보는 또 박 후보의 심장 질환 등 4대 중증 질환 국가 지원 공약을 언급하며 "심장 질환은 국가가 책임지고 간 질환은 책임지지 않는 게 합리적인 보장이냐. 4대 중증 환자는 전체의 15%밖에 되지 않아 나머지 80%가량은 의료비 경감에서 제외된다"고 역공을 폈다.

    이날 토론에서 박 후보는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실수를 해 논란을 빚었다.
    박 후보는 이날 복지재원 마련 구상과 관련해 "정부가 자의적으로 쓸 수 있는 재량지출을 줄이고 지하경제 활성화 등을 통해 연간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하경제는 비자금, 세금을 피해가는 불법자금, 조직폭력배들의 활동자금, 유흥업소나 성매매를 통해 유통되는 자금 등을 가리킬 때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