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좌파와 합치는 게 새 정치?


  • ▲ 류근일 뮤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
    ▲ 류근일 뮤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

    안철수의 출몰을 계기로 ‘새 정치’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고 있다. 그가 밀려난 후에도 여-야는 다투어 “우리가, 그리고 내가 안철수와 그 지지자들의 ‘새 정치' 염원을 구현할 사람”이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그 만큼 ‘새 정치’ 운운이 ‘메뚜기 한 철’이 됐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새 정치’란 무엇인가? 그 실체가 뭐란 말인가?

    아마도 기성 정계, 기성 정치문화, 기성 정치관행에 대한 불만일 것이다. 이 불만은 보편적 정서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철수 문재인이 내놓았던 ‘새 정치 공동선언’이 내놓은 안(案)을 과연 ‘새 정치’의 대안으로 봐줄 수 있는가?

    없다. 왜?

    까짓 ‘중앙당 축소’ ‘국회의원 수 조정’ ‘국고보조금 축소’ 따위는 저 아래 있어야 할 방법론적 소도구(小道具)들 중 몇 개일지언정, 저 위에 있어야 할 상위개념(上位槪念)은 못 되기 때문이다.

    ‘새 정치’란 말은 ‘낡은 정치’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다. 안철수 입장에서는 ‘낡은 정치’란 기성 정계, 즉, 새누리당과 민주당, 또는 재래의 보수와 재래의 구좌파를 뜻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재래의 보수와 재래의 구좌파를 똑같은 강도로 비판했어야 말의 앞뒤가 맞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고, ‘민주당 + 재래의 구좌파’와 짝짜꿍이 돼가지고 ‘가치와 철학의 공유’니 ‘단일화’니를 하겠다고 했다. 이건 그 스스로 ‘새 정치’ 운운한 자신의 첫 마디를 뒤집은 것이다.

    그가 진실로 ‘새 정치’의 기수가 되려 했다면 그는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낡은 것’의 한 축인 ‘민주당 + 재래의 구좌파’와 ‘가치와 철학의 공유’ 운운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리고 철학적 정치적 정책적 ‘제3의 길’을 갔어야 했다.

    그러지 않고, 486 탈레반들노무현 키즈들NL(민족해방) 이념집단으로 짜인 재래의 구좌파와 한 데 섞여서 뭐, ‘가치와 철학의 공유’를 이끌어내겠다?

    사람 웃기지 좀 말았으면 한다. 그들이 ‘안철수 어린이’ 정도의 ‘귀족 엘리트’ 개량주의 따위에 맞추기 위해 자신들의 완고한 이데올로기를 탈색시킨다는 것은 만화 영화 속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점은 안철수 지지자들도 똑똑히 유념해야 한다. ‘새 정치란 말로 집약된 그들의 여망 자체는 존중받아야 하고 존중할 만하다.

    그러나 ’새 정치‘라는 게 만약 새누라당과 합치는 것일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민주당 + 재래의 구좌파‘와 합치는 것일 수도 없다. ’민주당 + 재래의 구좌파‘ 역시 김대중 노무현 시대를 통해 '끼리끼리 해먹은’ 사례들로 점철된 기득권 권력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매사 뭘 제대로 알고 덤벼야 한다. ‘새 정치’라는 지극히 지당하신 말씀 하나로 우우~하고 흥분하고 휩쓸렸다가는 전략가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장단에 실컷 놀아나는 결과만 자초할 수 있다.
    '부동표‘라는 말 자체가 그런 것 아닌가?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