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5일째 행방 묘연..언제 어떤 메시지 들고 돌아올까?돌아와 어떤 입장 밝힐지 주목..정몽준 전철 밟진 않을 듯

  • “안철수를 찾아라.”

    27일부터 시작된 18대 대통령 공식 선거운동에 눈코 뜰 새가 없는 가운데서도 문재인 후보의 뇌구조의 상당부분은 ‘안철수’라는 단어가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석연찮은 사퇴 기자회견 이후 잠적한 안철수 후보. 급격히 늘어난 부동층 중 일부라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빼앗긴다면 상당히 불리할 수밖에 없는 문재인 후보.

    어떻게든 안 후보의 추가적인 ‘액션’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문 후보 측의 절실한 마음이다.

    안 후보가 사퇴를 선언하고 잠행을 시작한 게 벌써 5일째다. 민주당도 슬슬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다. 최소한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보여준 ‘편지 정치’라도 보여주길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 ▲ 안철수 후보가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잠적한 지 벌써 5일째다. 박근혜-문재인 양강 구도로 공식 선거일정이 시작됐지만, 정치권은 안철수 후보가 언제 돌아오면 어떤 메시지를 들고 올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 연합뉴스
    ▲ 안철수 후보가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잠적한 지 벌써 5일째다. 박근혜-문재인 양강 구도로 공식 선거일정이 시작됐지만, 정치권은 안철수 후보가 언제 돌아오면 어떤 메시지를 들고 올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까지 파악된 안 후보의 행적은 ‘지방으로 갔다’는 것 뿐. 취재 결과 안 후보는 수행원을 대동하지 않은 채 직접 운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 후보 스스로 외부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선거에 대한 그의 고민을 짐작케 한다.

    안철수 진심캠프 관계자들도 안 후보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처가가 있는 전남 여수를 찾았다는 얘기도 있고, 본가가 있는 부산으로 향했다는 말도 있다. 한때 멘토였던 법륜스님이 있는 사찰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안 후보의 이런 ‘방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후보의 바람대로 선거 기간 내에 돌아올 수도 있고, 선거가 끝난 후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선거 기간 내에 어떠한 입장 표명은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수일 내에 열릴 캠프 해단식을 전후해 그동안의 정치 행보에 대한 결자해지는 해야 하는데다, 이미 정치인으로 데뷔한 이상 대선 정국에 자신의 입지를 굳힐 어떠한 액션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만약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할 경우 ‘무책임함’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안 후보는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문 후보가 부족한 탓이고, 문 후보가 된다면 그 역시 자신의 공으로 돌릴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선 것이 사실이다.

  • ▲ 안철수 후보가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잠적한 지 벌써 5일째다. 박근혜-문재인 양강 구도로 공식 선거일정이 시작됐지만, 정치권은 안철수 후보가 언제 돌아오면 어떤 메시지를 들고 올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는 안 후보가 돌아온다고 해도 자신의 입장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정치의 쓴 맛을 한 번 본 뒤라 더 그렇다.

    누가 이길지 확실하지 않는 상황에서 문 후보에게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나오는 냉정한 분석이다.

    아마도 “이미 제 입장을 기자회견을 통해 충분히 말씀드렸지 않느냐”는 식의 애매모호한 발언을 이어가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안 후보에게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가장 가까운 답습 과제다. 공동정부를 논의했지만, 단일화 이후 한 자리의 인사권도 내줄 수 없다는 노무현 후보의 거절에 단일화도 철회하고 한나라당에게도 버림 받는 정치적 매장을 당했던 정몽준 후보의 사례는 현 시점의 안 후보가 가장 조심하는 부분이다.

    예상대로 흘러갈 경우 문 후보의 입장은 곤궁해진다. 안철수 사퇴 직후에도 박근혜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싸우고 있다는 것은 이제 안철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점차 예전의 지지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마지막 남은 것이 문 후보의 주군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안철수 후보의 집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 노 전 대통령처럼 결국 정몽준 후보를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릴지라도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동정표를 얻을 수 있기에 남은 방법은 그 것 뿐이다.

    하지만 정치학습을 통해 정치공학에 점점 눈을 떠가는 안철수 후보를, 이것저것 지킬 게 많은 문 후보가 과연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끌어낼 수 있을까? 남은 대선정국에서 가장 굼금한 대목이자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