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뜬 눈으로 밤 지새..살아도 사는 게 아닙니다""화를 낼 수록 나만 더 피폐해져".."살기 위해 '소 취하'"
  • "다 제 잘못과 무지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고민 끝에 '결자해지'하는 마음으로 모든 소송을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추석 당일 자신이 아내를 구타했다는 오보를 낸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형사 소송을 제기했던 개그맨 김경민(43)이 종전 입장을 번복, '소 취하'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김경민은 5일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화를 낼수록, 앙심을 품을수록 저만 더 피폐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어제 오늘 아내와 상의 끝에 모든 소송 계획을 접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며칠간이 제 인생에 있어 가장 고통스러운 나날인 것 같습니다. 가슴이 그냥 막 답답하고 분통이 터지고 가만히 있어도 식은땀이 막 나요. 제 아내는 며칠째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어요. 저 역시 하루에 2시간도 채 못 자는 것 같아요. 이건 살아도 사는 게 아닙니다. 이런 삶을 계속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미치겠는 거 있죠? 보통 형사 고소를 하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년까지 걸린다고 하더군요. 사실, 요 며칠새 가진 인터뷰만으로도, 함부로 남의 얘기를 공론화하는 분들에게 충분히 경각심은 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쯤에서 끝내기로 했습니다. 이러다간 제 명에 못 살 것 같았어요."

  • 일부 언론사의 성급한 보도로 졸지에 자신의 아내를 때리고 목을 조른 '짐승'이 돼 버린 김경민. 그는 지난 2일 <뉴데일리>와의 해명 인터뷰를 시발로, 자신과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긴 언론사·네티즌에게 '선전 포고'를 날렸다. 이날 폭행기사를 최초 보도한 종편사와 기자 등을 형사 고소한 김경민은, 아무런 확인 과정 없이 허위·과장 보도를 일삼은 다수 언론사들에게도 활시위를 겨눴다.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사에 적시한 신문사들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 정정보도를 요구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

    사실상 국내 대부분의 언론 매체들에게 칼 끝을 들이댄 김경민에게 전 국민은 높은 관심을 보였고 대부분 '동정'과 '위로'의 시선을 보냈다. 그와 동시에 김경민 가족의 사생활과 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언론의 '선정적 보도 행태'에 대해선 자성을 촉구하는 쓴소리가 연일 터져 나왔다.

    따라서 여론을 등에 업은 김경민이 자신에게 해를 가한 언론사에게 응당한 사과와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였다.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이 일을 계기로 국내 언론사들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

    그러나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지 불과 사흘 만에 김경민은 상대방에게 겨눴던 칼날을 거뒀다. 형사 고소는 물론, 언중위를 통한 제소 계획도 모두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 김경민은 고소를 취하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첫 번째로 꼽았다.

    "정신적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몸도 함께 망가지더군요. 저와 와이프도 문제지만 애들이 무슨 죕니까? 우리 부부가 밥을 통 못 먹는 탓에 자연히 아이들도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어요. 애 엄마가 솔직히 너무 상태가 안 좋아요. 하루종일 울기만 해요. 이러다가 무슨 큰 일이 나는 게 아닌가 겁도 나구요."

    "애꿎은 아내가 저 때문에 악플에 시달리는걸 보면 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가 가시방석 위에 앉아 있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저희가 고소를 하면 편해질까요? 그 사람들이 벌을 받으면 제가 행복해질까요? 또 다시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법정공방까지 벌인다면 저희들 기사는 더 많이 쏟아지고 악플은 더 많이 달리겠죠. 지금과 같은 상태가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절대로 저희 가정이 이전으로 돌아가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접자..접어."

    김경민은 "어제 오늘 아내와 얘기를 하면서 근본적으로 나한테 문제가 있었는데, 안 좋은 결과만 가지고 계속 남만 탓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 가족을 어렵게 만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했다.

    "내가 제일 비겁했어요. 내가 아내에게 욕설을 퍼붓고 힘들게 했는데…, 남편으로 가장으로 멋지게 살지 못했는데 자꾸만 남이 망쳐놨다고 핑계를 댔어요. 일종의 책임회피죠. 아내에게 몹쓸 욕을 하고 경찰까지 출동하게 만들었는데 그 잘못은 생각도 안하고 우리를 나쁘게 보도한 언론사만 탓했어요. 가만히 보면 그 언론사는 제일 먼저 쓰기도 했지만, 제일 먼저 기사를 내려주신 곳이에요. 나름대로 제 입장을 들어주신 건데…. 남의 눈에 티끌 보느라, 내 눈 들보는 보지도 못한다는 말이 딱 맞는 거 같아요."

    "사실 많이 부끄러워요. 겨우 먹을 것 때문에 와이프한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 경찰 조사까지 받고…, 추석 명절에 국민 여러분께 안좋은 소식만 들려 드렸잖아요. 이게 무슨 집안 망신입니까? 그런데 뭘 잘했다고 기자회견을 하고 '억울하다' '이럴 수가 있느냐'는 말만 되풀이 했어요. 언론사를 탓하기 전에 제 자신을 돌아봤어야 하는건데…. 이게 다 제가 모자라고 부덕한 탓입니다."

  • 김경민은 "즐거운 한가위 명절에 소란을 피워 죄송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누굴 탓하고 원망하기보다, 나 자신부터 바로 서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누구를 한없이 원망하고 칼을 가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 복수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그 전에 제가 화병으로 죽겠어요. 솔직히 제가 누구를 탓할 처지도 못되구요. 이번 일만 해도 제가 잘못한 건데 괜시레 언론사만 걸고 넘어졌어요."

    "이 자리를 빌어 저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착실히 그리고 남 원망하지 않고 잘 살겠습니다. 이제는 걱정 보다 웃음을 안겨 드리는 개그맨으로 돌아가렵니다. 금방 회복되진 않겠지만 저희 부부, 열심히 노력해서 빠른 시일 내에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취재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사진 양호상 기자 n2cf@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