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상경 총파업 투쟁에 1만여 명 참여…을지로 사거리 점거서울 도심 교통 오후 내내 정체…시민들 소음과 교통불편에 “짜증
  • 민노총이 4년 만에 연 ‘총파업 상경투쟁’이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소기의 목적도 거두지 못한 채 3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 ▲ 31일 오후 2시 경 서울역 광장에 모여드는 민노총 산별노조.
    ▲ 31일 오후 2시 경 서울역 광장에 모여드는 민노총 산별노조.

    민노총은 지난 8월 29일부터 총파업을 실시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참여 조합원이 크게 줄어들자 29일과 31일 부분 총파업을 실시하고, 31일에는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31일 오후 2시 경 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역 광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보건노조, 건설노조, ○○생명 노조 등이 깃발을 앞세우고 광장을 차지했다. 모여든 사람의 수는 5천여 명은 족히 돼 보였다. 예의 '다함께'도 기관지인 '레프트21'을 들고 나타났다.

  • ▲ '다함께로 추정되는 사람이 '다함께' 기관지 '레프트21'을 선전 중이다. 다함께는 광우병 난동과 '제주해적기지녀'로 유명하다.
    ▲ '다함께로 추정되는 사람이 '다함께' 기관지 '레프트21'을 선전 중이다. 다함께는 광우병 난동과 '제주해적기지녀'로 유명하다.

    경찰과 집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오후 3시 서울역 광장에서 YTN 앞과 숭례문을 지나 서울시청광장까지 편도 2차선 도로를 점유하고 행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 ▲ 서울역 광장에서 YTN을 지나 숭례문으로 향하는 시위대 선봉. 낯익은 얼굴도 보인다.
    ▲ 서울역 광장에서 YTN을 지나 숭례문으로 향하는 시위대 선봉. 낯익은 얼굴도 보인다.

    오후 3시를 조금 넘기자 방송차를 앞세운 민노총 시위대가 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행진 시작부터 ‘불법’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2차선을 가리키는 교통표시막대를 시위 방송차 앞에 선 민노총 조합원이 슬금슬금 중앙선으로 옮겨버리는 것이었다. 결국 숭례문 일대의 교통은 마비 상태가 됐다.

    민노총 시위대는 남대문 카메라 상가 밀집지역을 지나면서 편도 4차선 전체를 점거한 채 느릿느릿 행진하기 시작했다. 교통은 마비되고, 시민들은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했다.

  • ▲ 통진당 강기갑 대표. 민노총이 집회를 열면서 통진당을 버릴 리 없다.
    ▲ 통진당 강기갑 대표. 민노총이 집회를 열면서 통진당을 버릴 리 없다.

    시위대는 롯데백화점 명동본점을 지나 종로 1가 종각역 방향으로 향하는 듯 했다. 대열을 가다듬더니 지하철 2호선 을지로 입구역 교차로 주변을 점거한 채 ‘집회 아닌 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시위대 방송차는 현 정부와 경찰, 새누리당을 향해 욕설 섞인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고, 시위대들은 그 자리에 퍼질러 앉아 음료수와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경찰은 종각역 방향으로 약 200m 가량 떨어진 곳에 차벽과 방송차를 배치하고 ‘경고방송’을 시작했다.

  • ▲ 통진당 강기갑 대표. 민노총이 집회를 열면서 통진당을 버릴 리 없다.

    “민주노총 여러분은 지금 경찰과의 약속을 어기고 있다. 허가된 도로와 장소가 아닌 곳에서 불법집회를 열고 있다. 경고방송이 반복된 뒤에는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해산에 나설 것이다. 또한 집회 장면은 모두 기록돼 사법처리의 증거물로 쓰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민노총 시위대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민노총 시위대가 을지로 입구역 교차로를 점거하면서 불과 10여 분 만에 서울 도심 교통은 극심한 정체를 빚기 시작했다. 용산, 동대문, 장충동, 강남, 종로 방면 도로는 아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였다.

    민노총 측은 오후 5시 30분 경 점거를 풀고 자진 해산했다. 경찰은 민노총 시위대가 해산할 때까지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고 ‘방송’만 했다.

  • ▲ 한 경찰이 시위대에 붙잡혀 카메라와 메모리카드를 빼앗겼다.
    ▲ 한 경찰이 시위대에 붙잡혀 카메라와 메모리카드를 빼앗겼다.

    2시간 가까이 민노총과 경찰 방송차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방송 배틀’을 벌이자 피해를 입은 건 을지로 주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행인과 상인, 직장인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 마디씩 던지고 지나갔다. 민노총 시위대로 보이는 험상궂은 사람들이 인도를 가로막고 서 있자 겁먹고 외면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다수의 직장인들은 도심 점거 집회 광경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SNS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보내면서도 민노총 시위대의 눈치를 봤다.

    시위 현장을 촬영하던 한 경찰은 행인들 사이에 숨어든 민노총 조합원들에게 붙잡혀 카메라와 메모리 카드를 빼앗겼고, 몇몇 시위대는 행진 도중 마주친 '어버이연합' 회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 ▲ 어버이 연합 회원과 민노총 시위대 간의 몸싸움 장면.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다고 한다.
    ▲ 어버이 연합 회원과 민노총 시위대 간의 몸싸움 장면.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다고 한다.

    이 와중에도 민노총 방송차는 외면하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가리키며 “보라! 시민들이 오늘의 총파업을 대부분 지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시민들의 표정이 불쾌하다는 듯 변하는 게 보였다.

    실제 지난 8월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가 이번 총파업 상경시위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번 총파업에 동참한 조합원도 전체 민노총 숫자의 20%에 불과했다. 이날 을지로 점거 시위 참석자 수는 더욱 줄어들어 8천~1만여 명 가량이었다.

    반면 이들이 서울 시민들에게 입힌 피해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웠다. 오후 3시 30분부터 2시간 가량 을지로 일대를 점거했을 뿐이었지만 오후 7시 40분이 넘은 시간에도 서울 시내의 정체는 풀리지 않고 있다. 때문에 시민들의 불평과 비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 31일 오후 7시 40분 서울 도심주변 실시간 교통상황. 이렇게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어떻게 지지를 얻으려는 걸까.
    ▲ 31일 오후 7시 40분 서울 도심주변 실시간 교통상황. 이렇게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어떻게 지지를 얻으려는 걸까.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에조차 나타나지 않는 민노총의 이날 '총파업 상경 (불법 도로점거) 시위'는 실패로 보였다. 10년 넘게 ‘종북 당권파’에 끌려 다니다 ‘생존’을 위해 통진당을 버린 민노총. 이들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에는 이미 늦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