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통합당은 지난달부터 불거져 나온 박지원 원내 대표의 보해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받은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당내의 이미지가 실추 되어 국민들 앞에 얼굴을 내밀기 민망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공천명목으로 수십억에 달하는 금품수수로 수사를 받게 돼 쥐구멍을 찾아야 할 판이다.

    지난 4·11 총선 과정에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는 대가로 수십억 원의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친노 계열 인터넷 방송국 양경숙 전 대표와 돈을 건넨 서울시내 구청 산하단체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민주통합당 내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친노 세력은 현직 당대표인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한명숙 전 대표와 문성근 상임고문 등 당내 영향력이 큰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친노 계열인 인터넷 방송국 ‘라디오21’ 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표적 조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 했을 당시 노 대통령을 돕기 위해 활동을 했던 조직이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탄핵 반대를 외치며 활동했던 조직이다. 이런 관계로 노 전 대통령은 당선 후에도 개인적으로 교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라디오 운영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친밀 했던 조직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관심이 많았던 조직인 만큼 그들의 영향력 또한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인지 일설에는 노무현 정부 시절 매년 많은 자금을 지원 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니 이 단체의 영향력을 과히 짐작할 만하다. 이 단체의 대표를 지냈던 사람, 양경숙씨는 열린우리당의 방송연설기획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양씨는 2003년 2월에 문성근 상임고문, 명계남,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 친노 인사들과 함께 ‘라디오21’을 만들어 대표를 맡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방송의 주된 활동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광우병 촛불 집회를 생중계하고, 지난 총선에서 막말로 물의를 일으켰던 나꼼수 진행자 김용민씨의 막말도 이 방송을 통해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양씨는 2010년 ‘백만 민란’과 ‘국민의 명령’의 집행위원으로도 활동한 것으로 밝혀져 민주당 권력의 핵심에 가까운 인물로 분류해도 거의 틀리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양씨의 이런 약력과 영향력을 익히 알고 있었던 사람들 중에 몇몇이 국회의원 공천을 받기 위해 자금을 건넨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 하는 증거로는 4·11 총선 당시 양씨 본인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신청해 면접심사 대상 75명 안에까지 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푼돈도 아닌 30십억이 넘는 거액의 자금을 건네주는데 받을 사람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돈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 당연히 확인하지 않겠는가.

    이들에게 문제가 발생 한 것은 공천 대가로 수십억 원의 거금을 건넸지만 공천을 받지 못한 불만이 말썽의 소지가 된 것으로 보여 진다. 돈을 건넨 사람들은 거액의 돈을 들였는데 공천을 받지 못했으니 당연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한편 통장으로 입금 된 이 거액의 공천대가성 자금은 이미 전액 인출돼 해당 계좌에는 돈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수사 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양씨가 공천 대가로 돈을 건넨 사람들에게 민주통합당 실세 인사들과의 친분을 팔았다는 점으로 미루어 양씨가 혼자 돈을 썼거나 ‘배달사고’를 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민주당 실세에게 일부 금액이 넘겨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로 실제 이씨 등이 양씨에게 돈을 건넨 후 양씨의 주선으로 박 원내대표를 한 두 차례 만난 것으로 진술해 더욱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현재 빅 이슈가 된 공천대가성 자금 사건의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금액도 거액이고 관련된 인사의 수도 적지 않은 것으로 예상돼 민주당의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은 새누리당의 불법 공천헌금 비리가 터졌을 당시 민주당이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제는 역공을 당할 수밖에 없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예전 속담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고 본다. 예전부터 진정한 선비는 남의 잘못에 관대하고 자기의 잘못에는 가혹하다고 했는데 민주통합당은 거대 야당으로서 깨끗하고 양심 있는 선비 정신을 보일지 탐관오리의 행동을 보일지 난관 타개하는 행동을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