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교직원 인건비 3천억원 구멍..교육당국 ‘비상’ “사립중학교 징수는 해당 안 돼”..공·사립 형평성 시비 ‘갈등 조장’ 우려중학교 추첨결과 따라, 학부모 부담 차이..‘복불복’ 논란
  • ▲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사진 연합뉴스
    ▲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사진 연합뉴스

    “공립중학교에서 학교운영지원비를 걷는 것은 헌법이 정한 무상 의무교육의 원칙에 어긋난다”

    교육당국에 3,000억원에 달하는 예산 폭탄이 떨어졌다.

    헌법재판소는 23일 국공립중학교가 학교운영지원비를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30조 2항 및 같은 법 32조 1항 등에 대해 재판관 7대 1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사립중학교 학부모들이 낸 위헌심판 청구에 대해서는 재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부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헌재가 공립중학교의 학교운영지원비 징수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교육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학교운영지원비는 교사와 학교회계직원(행정실 등 일반직 직원)의 인건비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결정으로 교사 및 일반직 직원의 인건비 부족분을 충당키 위한 추가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등 교육당국의 혼란과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헌재가 사립중학교의 학교운영지원비 징수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에 대해서는 ‘재판의 전제성’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아 공·사립에 따른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헌재의 결정은 초중등교육법상 법률의 규정에 따른 판단이지만, 이날 결정이 몰고 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특히 중학교 배정이 학부모나 학생의 선택과 상관없는 추첨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에서, 공립과 사립 중 어디로 배정받느냐에 따라 학교운영지원비 납부 여부가 달라지는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교육현안이 됐다.

    교육계에서는 헌재가 공립과 사립간의 형평성 논란이나 교육당국의 갑작스런 예산 부담 등 예상되는 후폭풍에 대한 고려 없이 너무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헌재는 이날 공립중학교의 학교운영지원비 징수의 부당성을 강조하면서 위헌 이유를 설명했다.

    “공립중학교의 학교운영지원비는 교사와 학교회계직원의 인건비 일부 등 의무교육을 위한 인적기반 유지에 필요한 비용 충당을 위해 쓰이고 있다”

    “학교회계의 세입상 입학금, 수업료와 함께 같은 항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 학교운영지원비만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으로 남아있다. (학교운영지원비)조성이나 징수의 자율성도 완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헌법 31조 3항이 정하고 있는 의무교육의 무상 원칙에 어긋나 헌법에 반한다”
    - 헌법재판소

    헌재는 사립중학교의 학교운영지원비 징수에 대해선 재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며 부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학교회계의 세입 조항은 국공립중학교에만 적용될 뿐 사립중학교에서 징수하는 학교운영지원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사립중학교 학부모들의 청구 부분은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다”

    유일하게 합헌 의견을 낸 이동흡 재판관은 학교운영지원비의 성격에 관해 다른 재판관들과 판단을 달리했다.

    “학교운영지원비를 의무교육의 실질적 균등보장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비용으로 보기 어렵다”

    “학부모로부터 이를 징수한다고 해서 헌법상 의무교육의 무상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 이동흡 재판관 반대의견

    지난 2009년 중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중학교를 졸업한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 111명은 학교운영지원비 징수가 의무교육 무상 원칙에 반한다며 서울중앙지법에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다.

    이들은 항소심 재판부에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기각당하자 지난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의 결정에 대해 한국교총은 과거 육성회비 폐지 때와 같은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헌재의 결정은 존중한다. 그러나 갑작스런 결정으로 국가차원의 예산확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학교운영의 어려움, 교육의 질 저하 등이 우려된다”

    “1994년 초등학교 육성회비 폐지와 같은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 한국교총

    교총은 학교운영지원비 징수 폐지로 부족해진 예산 확보를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개정을 국회와 정부에 촉구했다.

    3,000억원이 넘는 예산 추가부담으로 다른 시급한 교육예산이 줄어드는 ‘풍선효과’가 나타나선 안 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공립과 사립간의 형평성 시비를 풀기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도 강조했다.

    “학생,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립중학교와 국공립중학교 학부모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이 부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