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운구차 호위 8인 중 한명..숙청 개연성 높아
  • 북한이 리영호(70) 정치국 상무위원 겸 인민군 총참모장을 모든 당직에서 전격 해임했다고 16일 밝혔다.

    우리나라 합참의장 격인 인민군 총참모장은 군부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요직이어서 리 총참모장의 해임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 북한이 밝힌 리 총참모장의 해임 사유는 ‘신병관계’ 즉 건강상의 문제로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북한은 건강이 안 좋았던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경우 지난 2010년 사망할 때까지 직책을 유지시켜준 전례가 있어 이번 해임 사유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북한의 내부 권력 투쟁 속에서 리 총참모장이 숙청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경찰청장 격인 주상성 인민보안부장도 지난해 3월 같은 이유로 해임했고, 이후 숙청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 김정일 영구차 호위 8인 중 한명 리영호는 누구?

    리 총참모장은 김정은 체제에서 군 권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물이지만, 김정일 시대에만 해도 그리 알려진 거물은 아니었다.

    만경대혁명학원과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나온 것으로 알려진 그는 1959년 입대해 2002년 중장, 2003년 상장으로 승진하는 등 고속성장, 평양방어사령관까지 지냈다.

    그가 처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전후. 김정은 후계체제가 형성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당시 김정일은 2009년 2월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을 우리나라의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장에 임명하면서 리영호를 합참의장격인 총참모장으로 발탁했다. 두 사람 다 장성택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면서 김정일이 장성택 라인을 권력의 전면에 배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리영호는 2010년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신설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라는 요직을 꿰찬다. 이 대회에서는 김정은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오르는 후계 체제를 선포하는 시점이었다.

  • ▲ 김정일 70회 생일인 16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광장에서 생중계된 육해공군 장병들의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리영호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 연합뉴스
    ▲ 김정일 70회 생일인 16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광장에서 생중계된 육해공군 장병들의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리영호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 연합뉴스


    √ 급등장 후 전격 해임…왜?

    혜성처럼 등장한 리영호가 권력 중심에 오른 지 불과 2~3년만에 전격 해임된 것에는 아직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의 말이다.

    “우리도 북한의 보도(리영호 해임)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후속적인 동향도 봐야 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원인은 역시 권력투쟁이다. 리영호가 민간인 출신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당 세력과의 내부 권력 다툼에서 밀려 났다는 관측이다.

    김정은이 군을 장악하는 과정을 돕길 바랐던 김정일의 기대만큼 그가 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으로는 김정은 체제에서 대표적인 강경파였던 리영호가 낙마한 것을 두고 북한 대남 정책의 변화가 감지되는 부분도 있다.

    리영호는 총참모장에 오른 직후인 2009년 4월 인민군 창건 77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 ‘이명박 역적패당’을 언급한 인물이다.

    당시 그의 말이다.

    “거듭되는 경고에도 감히 침략전쟁의 불을 지른다면 우리 군대와 인민은 강하고 무자비한 정의의 통일대전으로 대응할 것이다.”

    “우리 대(代)에 기어이 미제와 남조선 괴뢰 역적패당을 총대로 쓸어버리고 민족 최대의 숙원인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반드시 이룩하고야 말겠다.”

    전문가들은 리영호의 전격적인 해임이 일부 인사 간의 권력 암투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당과 군부 간 노선 투쟁의 결과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해임 사유가 어떻든 간에 야전군 출신인 리영호의 낙마로 군부에 대한 당의 통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