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군부가 후계체제 확립에 기여한 인물을 숙청하고 군단장 출신 인사를 핵심에 발탁하는 등 급속하게 요동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6일 김정은의 든든한 후견인 그룹에 속했던 리영호 총참모장을 모든 직책에서 해임한 데 이어 17일에는 북ㆍ중 국경수비를 담당하는 8군단장인 현영철을 대장에서 차수로 승진시켰다.

    현영철의 직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후임 총참모장으로 발탁됐거나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북한군 총참모장은 남한의 합참의장 격으로 군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군부 및 정권의 핵심 요직이다.

    군사전문가들은 6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야전군의 군단장이 일약 군부의 핵심으로 등장한 것은 북한 군부가 재편 내지는 세대교체를 향한 장정의 길에 들어섰음을 뜻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김정일 시절 임명되고 발탁된 인사들이 주축이 된 군부 요직이 그의 아들인 김정은 측근들로 급속히 세대교체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북한 군부 변화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정책 결정 시스템이 야전군 출신 인사들에서 총정치국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면서 최측근인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을 맡고 총정치국 제1부국장 김정각과 총정치국 조직담당 부국장인 김원홍이 각각 인민무력부장과 국가안전보위부장으로 영전한 것 등을 볼 때 그런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백승주 박사는 "김정일 시절에는 그가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야전군 출신들을 우대한 경향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아직 정치 경험이 짧은 김정은은 정치감각을 가진 군인들을 중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 박사는 "북한 군부 내에서 총정치국의 기능이 매우 강해질 것"이라면서 "앞으로 총정치국에 어떤 인물이 들어가느냐가 북한 군부 변화의 폭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인민군은 노동당 규약에 의해 인민군 당 위원회와 인민군 총정치국을 중심으로 하는 당 중앙위 직속 당 조직과 정치기관을 군단에서부터 말단 구분대에 이르기까지 배치하고 있다.

    중앙에는 인민군 당 위원회가 있고 대대급 이상에 당 위원회, 중ㆍ소단위에는 당 세포 및 당 분조가 각각 조직돼 있다. 또 당 위원회와는 별도의 정치기관으로 인민군 총정치국, 대대급 이상 부대에는 정치부가 설치돼 있다.

    70세인 리영호 차수의 퇴진과 함께 군부 내에서 70~80대에 이르는 연로 장성들의 역할이 급속하게 소멸하거나 축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1천400여명에 이르는 군 장성 가운데 70대 이상은 혁명세대로 대우받으며 40여년 이상 군에서 호사를 누리고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은 시대에서는 장성 규모를 감축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군의 한 전문가는 "김정은은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해 군부의 '연경화(年輕化) 전략을 펼칠 수도 있다"면서 "이는 1980년대 중국 덩샤오핑의 간부충원 정책과도 흡사하다"고 말했다.

    북한 군부가 세대교체의 흐름을 탄다고 해도 당분간 대남 강경노선은 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군부가 변화를 겪으면서 내부 갈등이 발생하면 이를 진화하기 위해 대남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지만 남측의 대선을 앞두고 섣불리 결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특히 리영호의 후임으로 거론됐던 강경파 김영철 정찰총국장과 최부일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을 기용하지 않은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리영호 해임에는 지난 3년간 군부 강경 정책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우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면서 "전체적으로 군부 강경파들의 입지가 다소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