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자가 인터뷰 요청하자 “할 말 없다” 전화 뚝
  • ‘통영의 딸’ 신숙자(70)씨가 두 딸 혜원(36)·규원(33)과 함께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전전하다 결국 고향 땅을 다시 밟지 못하고 간염으로 사망했다.

    반면 신씨의 남편 오길남(70)씨에게 월북을 권유했던 작곡가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85)씨와 윤정(62)씨는 독일 시민권을 가진 상태에서 김일성이 선물한 평양 전원주택에서 노년을 보내면서 독일과 한국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지내고 있었다.

  • ▲ 지난 1월1일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왼쪽)씨가 딸 윤정씨와 함께 김정일을 조문한 뒤 부산 김해공항으로 입국,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월1일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왼쪽)씨가 딸 윤정씨와 함께 김정일을 조문한 뒤 부산 김해공항으로 입국,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일보>에 따르면 오씨에게 월북을 권유한 작곡가 윤이상은 1995년 사망했다. 당시 김정일은 자신 명의로 화환을 보냈고 평양에서 국가적 추모회도 개최했다. 이씨가 독일에서 칠순을 맞자 생일상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모녀는 독일과 평양, 경남 통영을 오가며 살고 있다. 이씨는 자서전 격인 ‘나의 독백 윤이상 부인 이수자의 북한 이야기’(2001년 한겨레신문사)에서 “(남편의 사망 직후) 남편의 생애를 내 손으로 쓸 때까지는 절대 죽을 수 없다는 일념에서 김(일성) 주석이 선물로 내 주신 비워 두었던 북의 집으로 떠났다”고 썼다.

    이씨는 평양 교외의 고급 주택의 잔디가 깔린 마당에서 개를 안고 찍었던 사진을 책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나의 집은 평양 중심지에서 자동차로 25분 거리에 있다. 낮은 산이 집 주변을 두르고 있어서 산자락이 모두 정원인 셈이다”라고 썼다.

    이들은 한국에 있을 땐 경남 통영시 용남면 화삼리의 해안도로 주변에 있는 윤정씨 소유의 330㎡(약 100평)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생활한다. 윤이상이 생전에 살던 독일 베를린 집은 '윤이상 기념관'으로 만드는 사업이 추진돼 국비 8억원이 지원됐다.

  • ▲ 김일성이 준 평양 저택과 통영의 고급 주택과 벤츠… 김일성이 윤이상 부부에게 내준 평양 교외의 고급 주택(사진 위)과 경남 통영시 용남면의 윤이상씨의 딸 윤정씨 소유의 주택(사진 아래) ⓒ조선닷컴
    ▲ 김일성이 준 평양 저택과 통영의 고급 주택과 벤츠… 김일성이 윤이상 부부에게 내준 평양 교외의 고급 주택(사진 위)과 경남 통영시 용남면의 윤이상씨의 딸 윤정씨 소유의 주택(사진 아래) ⓒ조선닷컴

    이씨 모녀는 지난해 12월 김정일 조문을 위해 방북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조선일보>가 ‘통영의 딸’ 신숙자씨의 사망을 확인한 이후 윤이상의 가족이 살고 있는 통영시 단독주택을 찾았으나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통영 집 대문 앞에는 이수자씨 모녀가 외출 시 이용하는 벤츠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다. 벨을 누르자 2층 실내복 차림의 윤씨가 발코니에 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황급히 실내로 몸을 피하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이에 앞서 전화 통화에서도 윤씨는 “할 말 없습니다”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이후에는 아예 전화 전원이 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