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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다가오면서 재미동포들이 최초로 참정권을 행사할 날도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재미동포들의 투표율은 몇 가지 이유에서 매우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 ▲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가장 큰 문제는 영주권자들에 대한 규정이다. 관련 법률은 영주권자들의 경우 지난 2월 11일까지 본인이 직접 대한민국 공관에 가서 동록을 마치도록 하고 있다. 우편 등록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공관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영주권자 교포들은 비행기를 타고 직접 가족을 데리고 와야 하는데 이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진짜 투표는 3월 28일부터 6일간 계속된다. 그러니 투표하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고 가족을 데리고 또 한번 공관으로 와야 한다. 게다가 영주권 소지자는 지역구가 없다는 이유로 국회의원 투표는 하지 못하고 오직 정당만 찍게 되어 있다. 그렇게 힘들게 비행기를 타고 와서 등록을 마치고, 또 투표일 날 다시 비행기를 타고 와서는 결국 정당에만 표를 행사하고 돌아가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비는 고사하고라도 생업에 종사하는 바쁜 한인 영주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정당만 찍고 돌아가는 게 무슨 참정권이냐고 불평을 할 만 하다.
미국에는 당을 찍는 제도가 없다. 그럼 당은 왜 찍는가. 각 정당의 득표수에 따라 비례대표가 배정되기 때문이다. 비례대표는 당이 임명하는 국회의원을 말한다. 지역구가 없으니 지역구에 가서 힘들게 선거운동을 할 필요도 없는 하늘이 내려준 국회의원직이다. 국회의원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게 아니라 당이 임명하다니, 세상에 이런 민주국가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니 신이 내려준 국회의원을 하기 위해 몇몇 교포들이 오래 전부터 여의도에 와서 진을 치고 인맥을 이용해 직접 다리를 놓느라고 분주하다. 또 다른 희망자들은 교포사회 지도자임을 과시하기 위해 한인사회의 무슨 연합회다 하면서 회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몸싸움을 하다가 경찰이 들이닥쳐 싸움을 말리는 불상사까지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다 비례대표 때문이다. 조용히 잘 있는 교포들에게 공연히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현지를 돌면서 무슨 향우회다 하면서 미국까지 와서 한국식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미국에서는 적어도 비례대표가 6 명은 나올 것이라는 등으로 바람을 넣는 바람에 많은 교포들이 조국에 돌아가서 정치를 하고 싶다고 들뜨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 재외동포 투표 등록을 마친 분들이 전국적으로 약 5% 밖에 안 된다고 한다. 과연 2월 11일까지 등록을 마친 사람들 중에서도 과연 몇 명이 한 달 보름 뒤 3월 28일부터 6일간 있을 투표에 참가할 지도 궁금하다. 실제 투표율은 약 2% 정도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투표율이 이렇게 낮게 나올 경우 다음 국회에서 반드시 문제가 제기할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외동포들의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첫째, 등록만이라도 영주권자들도 똑같이 우편으로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부정 때문에 걱정이 된다는데 미국에서는 등록뿐만 아니라 투표도 우편으로 한다. 그렇다고 해서 부정투표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둘째, 투표날 선호하는 당만 찍을 게 아니라 그 당에 비례대표로 출마한 후보들을 교포들 손으로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누가 교포들을 대변하는 비례대표들인지 우선 알아야 투표할 마음도 생기지, 이를 모두 당에게 맡겨버리니 재미동포 참정권은 말만 그럴 듯한 정치 쇼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된 것이다.
교포들을 대변할 비례대표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당만 선택하고 그 임명권을 전적으로 당 지도층에 맡기는 이 투표를 해외동포 참정권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꺼림직하다. 더욱이 참정권은 무슨 특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해외동포들에게 마땅히 주어져야 하는 국민의 권리를 OECD 국가 중 한국만이 유일하게 이들의 투표권리가 무시당해 오다가 오랜 노력 끝에 돌려받게 된 것인데 이런 반쪽 참정권은 해외동포를 무시한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렇게 해놓고 교포들 투표율이 낮다고 교포들을 비난하는 것은 더욱 옳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