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 의회가 올해 첫 회기를 시작한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의사당 앞에서 정치권의 무능과 정경유착에 항의하는 대규모 점령시위가 벌어졌다.

    월가점령 시위대의 한 분파인 `의회를 점령하라(Occupy Congress)' 시위대 1천여명은 이날 오전 백악관 옆 프리덤 광장에서 의사당까지 행진을 벌인 뒤 의회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비가 오는 가운데 의사당 앞에 모여 "우리는 99%(We are 99%)"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We want chage)" "DC를 점령하라(Occupy DC)"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일부 시위대는 의회에 대해 노골적인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특히 일부 시위대는 경찰이 설치한 플라스틱 방벽을 찢고 의회 정문 계단 앞까지 진출했으며, 이 과정에서 의회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시위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시위대가 속속 의사당 앞으로 몰려들었으며, 비가 그치자 인근 공원 등에 흩어져 있던 시위대도 가세했다.

    이날 시위 참여를 위해 미네소타주(州)에서 왔다는 로버트 팔머씨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의회 점령 시위를 위해 닷새 전에 워싱턴DC에 왔다"면서 "우리가 주장하는 문제는 단지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의회는 시위 주최측이 이날 오전 일찍부터 시위를 예고함에 따라 경찰 100여명을 의사당 주변에 배치했으며, 입구에는 철제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시위대의 진입을 차단했다.

    주최측은 이날 배포한 성명에서 "(부유층) 1%를 위한 의회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면서 "모든 의원들은 월가의 돈으로 의석을 샀다"고 주장했다.

    주최측은 이날 시위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 중계하며 일반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했다.

    시위대는 이날 하원이 의사 일정을 진행하는 오후 늦께까지 집회를 계속할 예정이다. 상원은 공식 회기를 시작하지 않고 임시회의 형식의 `프로포마(pro foma)' 세션만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