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에 준하는 총선준비" 로드맵 공개쇄신파-민본21-10인모임 등 "사퇴 먼저"
  •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8일 당 쇄신안을 내놨다. 지난 7일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 3인이 동반사퇴하며 홍 대표를 압박한데다 이날 오전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 등에서 홍 대표의 사퇴와 '당 쇄신'을 요구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재창당 준비위원회 발족과 오픈프라이머리 (개방형 국민참여경선제) 실시 등을 포함한 '로드맵'을 공개했으나 쇄신파는 "어떤 쇄신과 변화도 홍 대표가 주도하면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쇄신파는 홍 대표의 쇄신안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친이계 재창당파 10인 모임도 재창당 준비위를 조속히 구성한 뒤 현 지도부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 "재창당 준비위..당 완전히 재건축"

    홍 대표는 "당내외 인사로 재창당 준비위를 발족시켜 13년 전통의 한나라당을 허물고 당을 완전히 재건축하겠다. 21세기 변화된 시대에 맞고 미래를 선도할 수 있도록 백지 위에서 완전히 새 정당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 ▲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8일 여의도 당사에서 당 쇄신과 관련 로드맵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8일 여의도 당사에서 당 쇄신과 관련 로드맵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또 내년 총선과 관련해 "혁명에 준하는 총선 준비를 하도록 할 것이다. 현역 의원 전원의 불출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자기 희생적이고 과감한 인재영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찍이 보기 어려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국민이 보기에 도덕성의 문제나 자격의 문제가 있을 경우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를 위해 예산국회 직후 총선 기획단을 발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한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내년 총선에서 실질적으로 전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고 언급했다.

    대선 출마자는 1년 6개월 전 당직에서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당헌 개정이 이뤄질 경우, 박근혜-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등 차기 대권주자들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면서 전면적으로 당 운영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또 "한나라당과 사실상 노선-정책이 거의 같거나 함께 할 수 있는 제 세력을 모아 범여권의 대동단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에 씌워진 기득권, 수구, 부자 정당의 이미지를 씻고 젊은이가 희망을 갖는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당내외 인사가 참여하는 '정책쇄신 기획단'도 발족시키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당내 잇따르는 퇴진 요구에 대해서는 "당 대표로 있는 동안 쇄신 작업에 매진하겠다. 자리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무책임하게 대안없이 대표를 그만두고 나가버리면 당에 대 혼란이 초래된다. 대안이 마련될때까지는 대표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겠다"고 일축했다.

    ◆ "홍 대표, 쇄신 대상..즉각 사퇴해야"

    반면 쇄신파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두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무리 훌륭한 얘기도 메신저가 누구냐에 따라 빛이 나기도, 빛이 바래기도 한다. 어떠한 쇄신과 변화도 홍 반장(홍준표)이 주도하면 빛이 바랠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의원도 "홍 대표는 쇄신의 대상인 만큼 비켜줘야 한다."며 거듭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원 의원은 "쇄신 논의는 새로운 기구가 해야하는데, 홍 대표가 왜 쇄신안을 발표하고, 각종 기구의 인선을 왜 자기가 해야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쇄신안 발표는 홍 대표의 대표직 유지를 하기 위한 연명책"이라고 비판했다.

    남경필 의원도 트위터 글에서 "홍 대표는 동문서답을 했다. 대표직을 물러나는 것이 지금 홍 대표가 할 일이다. 그래야 창조적인 새 질서가 탄생하고 그 토대 위에서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새 길이 열릴 것"이라며 홍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또한 '재창당파 10인모임'도 기자회견을 갖고 "재창당 추진위는 시급히 만들어 위임해야 한다. 현재 남은 지도부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재창당 추진위를 만든 뒤 즉각 사퇴해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재창당 논의 등을 위한 의총 및 연찬회 개최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