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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에서 지난 21일 침몰한 국내 화물선 브라이트 루비(Bright Ruby)호가 3년 전에는 해적에 피랍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2008년 9월 소말리아 인근의 아덴만에서 현지 해적에 피랍됐다는 것인데, 당시 이 선박은 100일 이상 억류됐던 다른 피랍 선박보다 비교적 빠른 억류 37일만에 풀려났었다.
이번에 이 배에 승선한 한국 선원 중 3년전 소말리아에 피랍됐던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이트 루비호는 피랍 사고후 해적이 출몰하는 아덴만이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화물을 아예 취급하지 않고 남미나 아프리카로 우회 운항하는 등 나름 '안전 운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주의 조치도 조난은 비켜가지 못했다.
브라이트 루비호는 21일 오후 3시14분(한국시간) 자동으로 조난신호를 내보낸 뒤 50분 뒤인 4시5분께 다시 수동으로 선박보안경보신호만 우리 해양경찰청 등에 남긴 채 북위 16도33분, 동경 113도 59분 지점에서 사라진 것이다.
아직 이 배의 정확한 조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당시 사고 해역의 파도가 5∼6m 수준으로 높았고 바람이 초속 15∼20m로 강해 항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이 사고 원인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22일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는 아무 탈 없이 귀환했지만 풍랑 등은 못 이기고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참 비운의 선박"이라고 말했다.
브라이트 루비호에는 한국인 선원 9명을 포함, 모두 21명이 타고 있었으며 사고가 나자 우리 해경의 연락으로 홍콩 수색구조본부가 21일 오후 5시부터 항공기를 사고 해역에 출동시키고 주변에서 항해 중인 선박에도 협조 요청을 했다.
그 결과 6시간 뒤인 밤 11시에 5명, 22일 오전 4시5분에 7명, 오전 6시께 1명(한국인 5명 포함해 총 13명)이 각각 싱가포르행 및 중국 광둥성행 선박, 리비아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현재까지 선박에 통상 3∼4개 정도 실려있는 10∼15인승 구명보트 2개만 발견된데다 해수 온도가 아주 낮은 것은 아니어서 실종자들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지에서는 상선ㆍ선박 7척과 중국 헬기 등이 계속 수색하고 있다.
중국측은 이날 오후 군함 2척을 사고 해역에 투입하는 등 전방위적인 수색을 벌일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는 사고가 난 지 20시간 가까이 됐다는 점에서 3년전 소말리아에서처럼 우리 선원 전원이 무사 귀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는 수색 작업을 이유로 사고해역에 머물러 있는 구조 선박들이 향후 싱가포르 등에 도착하면 재외공관 직원이 구조 선원을 맞이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구조 선원들은 건강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령(船齡)이 24년인 브라이트 루비호는 선사인 제이앤제이가 보유한 유일한 선박인 것으로 전해져 앞으로 보상문제 등을 논의할 때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말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