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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북한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관영매체들을 총동원해 FTA에 대해 매국적이며 굴욕적이란 선동적 용어를 써가며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특히 남조선의 시민단체들과 노동자, 농민 등 각계각층의 인민들이 나라를 통째로 미국에 팔아 넘기는 FTA 체결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전개해야 한다고 부추기고 있다. 광우병 파동 때와 같은 대규모 촛불시위를 유도하려는 선동적인 보도 같아 보인다.
한미 FTA가 실패하면 한미 동맹관계에 금이 가고 심지어는 한미 군사동맹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고 북한은 그렇게 되면 마음 놓고 한국을 무력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만일 한미 FTA가 실패한다면 북한 못지않게 좋아할 이웃들이 또 있다. 바로 중국과 일본이다.
반 FTA 측은 처음에는 자동차를 거론하면서 “우리는 당장 퍼주고 미국은 천천히 내주는 불평등 조약”이라고 공격하다가 그 다음에는 농민들이 다 망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국민들의 FTA 찬성여론이 60% 를 넘자 서민들이 잘 이해하기 어려운 ISD 를 내걸어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FTA 협상 팀을 향해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이완용이란 자극적인 막말로 국민들을 선동하기도 한다. 광우병 파동 때 어린애를 앞세워 “ 나 더 살고 싶어요”라는 자극적인 선동을 했던 맥락에서 나온 수법이라 할 수 있겠다. 불행히도 반 FTA는 이를 볼모로 반미 정서를 폭발시켜서 다음 선거 때 최대한 이용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변해 버린 것이다.
ISD는 생소하고 낯선 단어라 일반 서민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사실을 왜곡시켜 선동하기 쉽다는 판단인 것 같다. 아무리 우리 측 전문가들이 과거 45년 동안 ISD 위반으로 제소 당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설명해도 들은 척도 안 한다. 한국의 대미 투자액이 534억 달러인데 비해 미국의 한국 투자는 449억 달러라 ISD는 미국에 투자한 우리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장치이고, 우리가 필요한 조항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미국에 당할 것이라는 피해의식을 내세워 못들은 척 한다. 또 문제가 생겼을 때 미국 법정에 서는 것이 아니라 제3 국제기관인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센터에서 중재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해도 우리의 사법제도와 주권을 침범하는 독소조항이라며 계속 우기며 정부 측의 설명은 아예 듣지도 않고 FTA는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적 을사조약이라고 계속 떼를 쓴다.
하지만 이런 공격에도 국민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그처럼 바랐던 광우병 촛불시위와 같은 대규모 시위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야 비로서 깨달아서인지 며칠 전 한 발짝 뒤로 물러나 ISD를 나중에 다시 협상하겠다는 약속을 미국으로부터 받아온다면 FTA를 통과시키겠다는 절충안을 40 여명의 야당의원들이 제시했다. 이제 곧 FTA 가 통과되는가 보다 하고 좋아했더니 그게 아니다.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투표로 결정하면 될 것을 민주당이 정식으로 당론으로 채택하기 전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아니나 다를까, FTA가 통과되면 감기약이 열 배로 뛸 거라는 등의 허위 사실들이 유포되기 시작했다. 광우병 때와 똑같은 수법이다. 결국 검찰은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 지난 7일 한미 FTA와 관련해 SNS와 인터넷을 통해 허위 사실이나 악의적인 괴담을 유포한 사람들을 구속 수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들과 합세해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저해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악질적이고 파괴적인 거짓말 드라마가 판치는 걸 뻔히 알면서 이를 단속하겠다는 검찰에 대해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저해한다며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보수당인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이래서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한나라당을 지지하던 보수세력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한나라당의 정치철학이 대체 뭔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수당인 공화당은 과거 2백50년 동안 성공적으로 보수의 자리를 뚜렷하게 지켜왔다. 한나라당도 선거가 임박해 표를 의식해서 좌파 쪽을 향해 추파를 던지는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좌파들 앞에 떳떳이 맞설 수 있고 법과 질서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보수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선거 때 흩어진 보수세력을 다시 결집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밀어부쳐서라도 FTA 를 통과시켜 대(大) 여당으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믿는다. 한나라당은 지금부터라도 대담하게 보수정당으로서의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는 이념이 뚜렷이 달라야 한다. 양당이 뚜렷하게 다른 이념 아래 서로 견제하면서 나아가야 민주정치가 성숙해지는 것이다. 이 것이 한나라당이 살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