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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뉴욕 월가의 중심지 한복판에 자리잡은 Liberty Square (자유의 광장)에 지난 9월17일 700여명의 젊은 고학력 실업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보너스 잔치를 벌리는 월가를 점령하고, 고용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처음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 시위는 차츰 미국 전역의 대도시로 확산되면서 전세계 언론들이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특히 시위에 고학력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도 가세하면서 미국 역사상 처음인 “월가를 점령하자”는 시위는 이제 더 이상 일시적이고 충동적인 행사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1960년대 베트남전 반대 데모로 결국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한 기억이 새롭다. 물론 월가의 데모는 “월가 금융인들의 탐욕에 서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고통 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베트남전 반대 시위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국민들의 세금 폭탄으로 월가를 살려놓고 보니 정작 금융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 월가의 금융인들이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반항이다. 이들의 주장은 한 마디로 상위 1퍼센트에게는 온갖 혜택이 주어지면서 99퍼센트의 선량한 국민들은 소외 당하고 기만 당했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는 더욱 추락하면서 재선마저 불확실해졌다. 미 의회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 역시 크게 추락했다. 이러다간 미국에도 한국의 안철수 같은 제 3자가 별안간 튀어나올지 모른다. 250년이나 이어진 전통을 자랑해온 미국의 양당정치에 흠집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다급히 고용창출안, 일명 'Jobs Stimulus Package'를 내놓았다. 부자들에게 추가 세금을 부과해 이를 기반으로 내놓은 소위 일자리 창출 계획이다.
그런데 문제는 부자들에 대한 특별세금, 그리고 부자를 어떻게 정의하느냐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연간 25만 달러 이상 버는 사람을 부자라 했고, 공화당의 보수파들은 100만 달러 이상 버는 사람들을 부자라고 했다. 결국 25만 달러로 결정되었고, 이 부류 사람들은 추가세로 5.6퍼센트를 더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화당 극우파인 티파티 소속 의원들은 어떤 형태의 세금 인상도 반대하고, 특히 부자들만 죄인 취급해서 그들에게 벌금형 세금을 부과시키는 건 계급투쟁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불행히도 월가 시위는 수백 명이 천막 생활을 하는 관계로 공원이 더러워졌고 비위생적이라, 시에서 대청소를 하기 위해 공원을 비워달라고 요청하는 바람에 시위대는 그만 흐지부지 해산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 여파는 유럽 각지는 물론 한국에까지 퍼질 조짐을 보였다. 더욱이 오바마와 버핏의 공동 창안인 부자세가 전세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도 4분의 3 이상이 부자세금을 환영하고 월가에서의 시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가의 시위대들은 공화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미 하원에서 부자세금안이 통과될 확률이 낮다는 보도에 의회까지 찾아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분노한 젊은이들의 주장은 분명 일리가 있다. 이들은 월가에 자리잡고 있는 상위 부유층들의 탐욕 때문에 청년들의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어떤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민들은 900조원의 가계 빚에 시달리고 있는데 금융권은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내어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리고 저축은행들은 공적 자금으로 자기들끼리의 불법 돈 잔치를 벌리다 결국 몇 조원에 달하는 빚을 발생시켰다. 그들은 이 빚을 가계 빚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몽땅 뒤집어 씌우고는 배 째라고 버티고 있다. 이들 상위 부유층에 대해 정치권이 조용한 것은 정치인들이 이들에게서 많은 정치자금을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한국도 1년에 2억5천만원 이상 버는 부자들에게 오바마처럼 추가세금을 부담시켜 그 돈으로 젊은이들의 취업을 증대하는 계획을 생각해볼 만하다. 아울러 국가 재정적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무상복지는 일단 줄이고 지출을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그리고 부자세를 부과시켜야 한다. 그 돈으로 재정적자를 줄이고 또 직업을 창출하려는 오바마의 계획도 연구해야 한다고 믿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