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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재보선을 이틀 앞둔 지난 24일 안철수연구소(이하 안랩)의 주가는 10만원을 찍었다. 지난 1월 1만9천300원에 불과한 주가가 무려 5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결국 안랩은 25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 가격제한폭(15%)까지 떨어지면서 8만5천원에 마무리 됐다.
하지만 안랩의 비정상적인 주가 상승의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로 이날 전체 주식 1천만주의 안랩의 주식은 331만5천402주가 거래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같은 안랩 돌풍의 중심에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있다. 안 교수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 후보 지지선언을 이어 오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당선만 된다면 코스닥 황제주까지 넘볼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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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주가 변동 추이. 안 교수가 서울시장 재보선 출마설이 나오는 시점부터 급등해 24일에는 주가 10만원을 기록했다.ⓒ네이버
◆ 재주는 '朴'이 부리고 돈은 '安'이 먹는다
증권가에서 최근 안랩의 주가 폭등을 보는 시각은 그리 좋지 않다. 늘상 있었던 정치 테마주지만, 안랩의 경우 그 이득을 얻는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이익을 본 사람은 안 교수다. 그는 안랩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지만, 여전히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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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서울대 교수ⓒ
안 교수가 보유 중인 주식은 안랩 지분의 37.1%, 372만주. 주식가치는 3,700억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 상장사 주식부자 순위 48위다. 대선 테마 하나로 수백억대 부자가 수천억대 부자로 껑충 뛰어오른 셈이다.
다만 안 교수는 지분을 쉽게 처분할 수 없다. 그동안 토종 보안업체를 지키겠다고 외쳐온 안 교수의 말과 정면 배치되는 것인데다, 처분할 경우 몰아칠 비난은 결코 적지 않아 보인다.
대신 안 교수는 연말 현금배당에서 '잭팟'을 기대할 수 있다. 안랩의 주당 현금배당금은 400원. 372만주를 들고 있는 안 교수는 매년 14억8천8만원을 받는다. 매달 1억2천4백만원씩을 앉아서 버는 셈이다.
주가가 급등한 만큼 올해는 그 배당금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치테마주 여세에 힘입어 안랩은 올해 사상 최고치의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1일 안철수연구소가 발표한 올해 3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액은 229억4,5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억4,300만원(42%) 증가했다. 올해 누계 매출액은 663억3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0억400만원보다 203억3,200만원(44%)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안랩이 올해 총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일부 임원 소유 지분 현금화, '최대 7배' 벌었다
지분 처분이 어려운 안 교수와는 달리 안랩 지분을 소유한 일부 임원들은 주가가 급등한 이후 이를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스톡옵션 등의 명목으로 주식을 받은 임원은 총 5명.
지난 4월 22일 김홍선 대표이사가 2만주에 대한 주식매수선택권을 얻은 것을 비롯해 김기인, 조시행 상무이사가 각각 4,000주를 같은 날 취득했다. 또 사외이사인 권석균, 서남섭 씨 등도 이날 각각 800주, 300주씩을 취득했다.
이들 가운데 권석균 사외이사를 제외한 다른 임원들은 이후 보유 지분을 전량, 또는 일부를 장내매도 형식으로 팔았다. 조시행 상무이사는 주식을 취득한 지 사흘 만인 지난 4월 25일 700주, 이튿날 또 1,200주를 장내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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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상무이사의 경우 취득 당시 단가가 주당 8,850원이었으나 사흘 만에 처분단가가 주당 1만9,253원, 1만9,529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또 남은 지분 중 100주를 지난 8월 10일 주당 2만3,200원에 처분했고 이달 11일과 12일에도 각각 200주, 1,750주를 6만원, 6만863원에 장내매도했다. 처음 취득 단가보다 7배가량 비싼 값에 판 셈이다.
앞서 지난 9월 8일에는 김기인 상무이사가 보유지분 전량인 4,000주를 주당 5만400원에 장내매도했다. 같은 날 서남섭 사외이사도 주당 1만6,000원에 취득한 지분 300주를 5만150원에 모두 팔았다. 당시는 안철수 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하며 주가가 한참 치솟을 때였다.
김 상무이사가 지분을 취득할 당시 단가는 주당 8,850원, 서 사외이사는 1만6,000원에 단가가 책정됐었다. 김홍선 대표이사도 보유지분 중 1만주를 지난 14일 주당 6만2,820원에 팔았다.
이에 대해 안랩 측은 “개인적인 지분 처분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회사관계자는 “해당 임원들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지분 일부를 판 것은 맞지만 최근의 정치적인 이슈와 연관 지어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 강용석 의원, "안철수 배당금만 월1억! 그러니 정치?"
"안철수 교수는 왜 돈 잘버는 CEO를 그만 두고 월급이 적기로 소문난 서울대의 교수가 되었을까? 단순히 명예 때문에?"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안랩의 주가 폭등과 이에 따른 안 교수의 수천억대 부자 등극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강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매달 1억원씩 따박따박 배당금이 나오고 CEO 생활과 교수 생활도 해보니 별 재미가 없어 이제는 정치권에 기웃거린다"고 안 교수를 비난했다.
강 의원은 국회 지식경제위 전체회의에서도 "안철수연구소의 주가가 7월까지 2만원대에 머물다 현재 9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런 형태의 주가 그래프를 작전주라고 하고, 아름답게 말해 테마주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11억~14억원씩 7년 간 총 104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무상증자로 자신의 주식을 280만주에서 380만주로 늘리고 그 중 10만주를 팔아 20억원을 챙겼다"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안 교수의 정치권 등장이 재산을 불리기 위한 수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 A 국회의원은 "무려 5배나 올랐다. 만약 박원순 후보가 당선이라도 되면 10배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이 돈으로 대선에 나올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정치 테마주로 수천억원을 번 것에 대한 정당한 해명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