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돈 투자..美도 정확한 실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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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켈리 전(前) 미 국무부 차관보는 17일 "북한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오랜 시간 많은 돈을 쏟아부었으며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학술회의 참석차 방한한 켈리 전 차관보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켈리 전 차관보는 지난 2002년 10월초 평양을 방문해 고농축 우라늄(HEU) 개발의혹을 제기했고 당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이를 시인하고 나오면서 제2차 북핵 위기가 촉발된 바 있다.
그는 그러나 "개인적 견해로는 북한이 상당히 실질적인 UEP를 가진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실태는 알 수 없으며 이는 미국 당국도 마찬가지"라면서 "불과 1년반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곳에 대형 우라늄 농축시설이 들어섰다는 점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과 시설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켈리 전 차관보는 6자회담 재개 전망에 대해서는 "(회담 개최) 가능성이 상당히 커 보인다"면서도 "2003년 6자회담이 처음 시작될 때보다도 북한의 비핵화 전망은 밝지 않다"고 전망했다.
켈리 전 차관보는 이어 "북한에 있어 핵무기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고 식량과 자금 등을 얻어내는 수단인 만큼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특히 6자회담의 목적은 북한의 비핵화지만 북한은 6자회담에 나서기 전에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워싱턴에서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피로감(fatigue)'이 감지된다"고 미국 정부 내의 기류를 전했다.
그는 그러나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면서 "기대치를 낮추고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북한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거 북한 주민은 외부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자신들이 겪는 빈곤이 정권 구조와 뭔가 관계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듯하다"면서 "북한이 갑작스럽게 변화를 겪게 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1992년과 2002년 방북한 바 있는 그는 "최근에는 북한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당분간은 북한을 방문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