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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북한에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식량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현지 유력 일간 신문 코메르산트가 8일 보도했다.
신문은 러시아 외교부와 크렘린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식량난에 빠진 북한을 돕기 위해 5만 t의 밀가루를 지원키로 했으며 이는 지금까지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한 식량 지원으로는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대규모 식량 지원은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러시아 외무부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의 대북 식량 지원은 지난달 2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장관 회담의 틀 내에서 이루어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과의 회동에서 북측의 요청에 따라 추진 중인 것이다.
발리 회동에서 박 외무상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밀가루 지원을 요청했고 라브로프 장관이 북측의 요청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전달해 승인을 얻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나탈리야 티마코바 대통령 공보실장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티마코바 실장은 "대통령이 북한에 밀가루 5만t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정부에 전달했으며 이와 관련한 모든 필요한 조치가 거의 마무리됐다"고 말해 조만간 식량 지원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러시아의 이번 식량 지원은 사상 최대 규모라고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모스크바 국립대 한국학 센터의 파벨 레샤코프 소장은 "러시아가 이처럼 대규모로 식량을 지원하는 것은 러-북 관계 역사상 처음"이라며 "2009년 12월까지 계속된 이전의 러시아의 대북 밀가루 지원은 1만t 선을 넘지않았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 같은 러시아의 지원 규모가 한국의 대북 지원과 비교해도 상당히 큰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8월 말 북한에 2천500t의 밀가루를 보낼 계획이다. 모스크바의 지원 규모는 이보다 20배나 큰 것이다. 현재 러시아 국내 시장의 밀가루 가격을 기준으로 환산할 때 러시아가 지원할 5만t의 밀가루는 약 1천77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식량기구(WFP)에 따르면 북한은연간 60만 t의 밀가루를 필요러 하고 있다. 레샤코프 소장은 "현재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아주 좋지 않다"며 "북한은 오래 전부터 이런 지원을 고대해왔고 러시아의 지원에 아주 고마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식량 지원이 6자회담에서 러시아의 지위를 높여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레샤코프 소장은 "2001년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입지는 튼튼했다"며 "이후 지난 10년 동안 계속 영향력을 거의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중개 역할을 하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번 식량 지원이 러시아가 예전의 대북 영향력의 일부라도 되찾으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