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타워42, 캄코시티 공사 맡았던 한일건설, 미국서는 송사 논란‘케이먼 군도’서 형제기업 ‘녹십자’ 비자금 발견된 일도 다시 불거져
  • 부산저축은행의 캄보디아 사업인 ‘캄코시티’ 1단계 사업과 코스피 기업을 말아먹은 ‘사냥꾼’들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벌인 ‘골드타워42’ 사업의 시공을 맡았던 한일건설이 이번엔 미국서 교포에게 소송을 걸었다 망신을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10년째 대형 스포츠 센터 문제로 송사 중인 재미교포에게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을 걸었다 패소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재미 독립저널리스트 안치용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관련 자료 등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 ▲ 한일건설과 한일시멘트그룹이 실질적인 소유주인 美LA의 아로마센터 모습.
    ▲ 한일건설과 한일시멘트그룹이 실질적인 소유주인 美LA의 아로마센터 모습.

    한일건설은 지난해 매출 5,387억원, 영업손실 764억원과 함께 시공능력평가 42위를 기록한 중견 건설사다. 한일시멘트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창업주인 故허채경 회장의 셋째 아들인 허동섭 회장이 지난 3월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되며 경영을 맡고 있다.

    한일건설은 1997년 모기업인 한일시멘트와 함께 미국에 ‘한일개발(Hanil Development)’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뒤 LA한인타운의 부지를 매입해 대형 스포츠센터를 겸한 ‘아로마 스파 앤 스포츠(이하 아로마센터)’를 건설해 2001년부터 운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건의 소송을 당해 50억 원 이상의 손실액이 발생했다.
    첫 시작은 공동투자를 하기로 했던 재미교포 에드워드 안 씨(한국명 안승범)와의 소송이다. 한일개발은 당초 안 씨와 50:50 비율로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사가 길어지고 비용이 4,000만 달러 이상으로 커지자 한일건설과 한일시멘트는 한일개발에 돈을 더 투입(유상증자)했다고 한다.

    공동투자자인 안 씨는 자신 몰래 유상증자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안 씨는 “유상증자가 자신에게도 알리지 않고 불법적으로 이뤄져 인정할 수 없다”며 한일개발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03년 법원은 안 씨의 지분율을 25%로 인정했지만 본 재판에서는 패소했다고 한다. 안 씨는 2004년 한일건설과 한일시멘트의 추가증자로 인해 자신의 지분이 9.1%로 감소하자, 2006년 다시 한일개발을 ‘사기·횡령·배임행위 등’의 혐의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에 증거불충분으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안 씨는 이에 굴복하지 않았다. 美 LA 소재 에반스 법무법인은 안 씨를 대신해 2010년 9월 금융감독원과 증권감독원, 산업은행, 국민은행, 제일은행, 우리은행 등에 ‘평생회원권 불법판매, 아로마센터 건축비 과다산정, 소득축소 신고 등 한일개발의 각종 혐의에 대해 한일건설이 책임이 있으며 워크아웃 심사과정에서 재판에 질 경우에 대비해 최소 1억2,000만달러를 별도로 적립해 줄 것’을 요구하며, ‘한일개발의 불법행위에 대해 한일건설이 책임져야 할 배상금이 최대 2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통보했다.

    한일개발의 대주주인 한일건설(현재 지분율 50%)과 한일시멘트(지분율 40.9%)는 안 씨와 에반스 법무법인을 상대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10년째 악의적 소송을 지속, 이로 인한 손실액이 500만 달러(57억 원)에 달한다’며 명예훼손 등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美 LA 지방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분쟁은 안 씨와 한일개발 사이에서 그치지 않았다. 2010년 4월 스포츠센터 회원 10여 명이 아로마 센터가 판 평생회원권이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법원으로부터 집단소송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법에 따르면 회원권 효력 기간은 최대 3년이다. 2009년에는 푸드코트 입점 업소가 계약 위반을 이유로 손배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일개발은 이 같은 소송에서 벗어나기 위해 2006년 5,400만 달러에 아로마 센터를 미국의 유명건설회사인 ‘벡텔’에 매각하려 했다. 하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재미 독립저널리스트 안치용 씨 등에 따르면 한일개발이 벡텔 측에 ‘킥백(Kick Back: 매각한 뒤 일부 대금을 뒷돈으로 돌려받는 것)’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한다.

  • ▲ 재미 독립저널리스트 안치용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한일건설 측 패소 결과.
    ▲ 재미 독립저널리스트 안치용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한일건설 측 패소 결과.

    한편 한일시멘트그룹 측은 재미교포들과의 소송에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문서를 내놨다 오히려 이상한 자금 흐름이 재미 독립저널리스트 안치용 씨에게 발각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바로 형제기업인 ‘녹십자’의 케이먼 군도 소재 계좌를 통해 1998년과 2000년 950만 달러의 거액이 한일개발로 흘러든 것이었다. 녹십자는 故허채경 회장이 설립한 회사로 한일시멘트그룹과는 형제기업이다.

    이후 한일시멘트그룹 측은 ‘녹십자’의 케이먼 군도 비자금을 해명하기 위해 다시 자료를 내놨지만, 안치용 씨가 이 자료를 입수해 한일건설 회장의 차녀가 일도 하지 않고 경영기획이사로 재직 중인 것처럼 꾸며 수천만 원의 연봉을 받아간 사실을 밝혀내 논란만 커졌다.

    이 같은 내용들이 포함된 안치용 씨의 블로그는 현재 블라인드 처리가 되어 있다. 안 씨는 다음 커뮤니케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한 ‘티스토리’ 블로그를 이용 중이다.

  • ▲ 한일건설이 맡아 공사했던 캄보디아 프놈펜의 '골드타워42'의 최근 모습.
    ▲ 한일건설이 맡아 공사했던 캄보디아 프놈펜의 '골드타워42'의 최근 모습.

    한일시멘트그룹과 관련된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일건설은 부산저축은행의 캄보디아 사업인 ‘캄코시티’ 1차 공사와 ‘기업 사냥꾼’들이 만든 페이퍼 컴퍼니 Y사가 추진했던 캄보디아 프놈펜의 42층짜리 주상복합빌딩인 ‘골드타워 42’ 공사도 맡았었다.

    두 사업 모두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현재 공사가 중단한 상태다. 건설업계에서는 한일건설이 캄코시티 사업에서 400억 원 대, 골드타워42 사업에서 100억 원 대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한일건설은 자금난으로 2010년 6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