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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29일 반값 등록금 문제로 최근 언급되고 있는 기여입학제와 관련해 국민이 제도의 본 취지와 성격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큰 돈을 내면 그 대가로 누구나 입학시켜주는 식의 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대 총장을 지낸 정 위원장은 29일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입학의 대가로 뭉칫돈을 내는 식의 제도는 어디에도 없다. 미국 대학에서는 오랜 기간 학교에 이바지한 사람의 자녀가 입학하려 할 때 기여 사실을 조금 더 고려해주는 수준으로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4분의 1 이상이 '레거시 입학제'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 제도에서 대학 졸업자가 장기간 꾸준히 기부 등을 하면 이후 자녀 등이 학교에 입학하려 할 때 대학이 참고하는 식"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기여입학제의 뜻도 모르고 미국 대학에 거액을 제시하는 한국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대개 이런 사람들은 자녀 입학은커녕 망신만 당하고 퇴짜를 맞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정 위원장은 동반성장과 관련해 "대기업 전문 경영인들이 관료화돼 있어 기업 총수에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일어나는 일의 실상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다"며 경영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기업 오너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우리 기업은 (동반성장을) 잘하고 있다'라고 말한다"며 "이는 이들이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영인들로부터 '잘 되고 있다'는 허위 보고를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정 위원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 가을부터 발표를 시작하고 다음 달에는 동반성장 지수 산정과 관련한 중소기업 설문 조사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 국회에서 열린 동반성장 관련 공청회에 참석했는데 국회의원들이 동반성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열심히 도와주려는 것 같아서 상기됐다. 대기업도 조금씩 행동을 바꾸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부를 겨냥해 "동반성장을 위해 사회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의지의 퇴색 또는 후퇴로 보일까 걱정될 때도 있다. 장관들이 대기업을 옹호하는 것 같은 발언을 하면 국민은 금방 '정부가 (동반성장을) 안 하려고 하는 거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으니 그런 발언도 신중히 하고 관련 기관끼리 서로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