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정족수를 채워라(?)집안싸움에 망신살 뻗친 한나라당헌 재의결 전당대회 처리 가능성도
  •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한나라당이 공황에 빠졌다.

    지난달 7일 한나라당 전국위원회가 당헌 개정을 통해 마련한 7.4 전당대회 규칙에 대해 28일 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탓이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고 한창 달아오르던 전당대회가 연기될 위기에 놓였다. 집권 여당 한나라당에 망신살이 뻗쳤다.

    친이계와 친박-소장파 연대가 “너 죽고 나 살자”식으로 치고 받으며 벌인 집안싸움이 화근이 됐다.

  • ▲ 29일 국회에서 열린 중진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이 법원의 ‘위임 당헌 개정’ 효력정지 수용에 대한 이해봉 의원의 발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연합뉴스
    ▲ 29일 국회에서 열린 중진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이 법원의 ‘위임 당헌 개정’ 효력정지 수용에 대한 이해봉 의원의 발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위원회 재소집 정상적으로 이뤄지나

    당헌 개정안을 재의결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가 긴급회의를 열고 다음달 2일 전국위원회 재소집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정족수(재적위원 과반). 전국위가 열릴 경우 의사 정족수를 채우는 게 최대 과제다.

    여상규 당 법률지원단장은 29일 “다음달 2일 열릴 전국위에서 전당대회를 위한 당헌 개정안을 다시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의 출석 및 의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7일 열린 전국위에 참석한 사람은 164명에 불과했고, 위임장을 제출한 위원이 266명이었다. 다음 달 2일은 토요일이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더욱 모이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의사정족수를 충족시킨다고 해도 참석자의 대부분이 당헌 개정안에 찬성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산 넘어 산이다.

    당헌을 개정하기 위해선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법원의 효력정지 취지대로라면 일단 741명의 과반인 371명 이상이 현장에 나와야 하고 가령 371명이 나왔다면 그들 모두가 찬성해야 당헌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다.

    정상적인 표결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6.7 전국위 당시 표결권을 박탈당한 전국위원들이 이해봉 위원장에게 사과 등을 요구하며 회의 자체를 보이콧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태 수습 나선 정의화 ‘진땀’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급기야 ‘사활이 걸렸다’는 표현까지 썼다. 전국위가 비대위의 ‘경선 룰(rule) 개정’을 손바닥 뒤집듯 해버린 지난 일은 뒤로 제쳐뒀다. 그만큼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의화 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회의에서 전국위 소집과 관련, “전당대회는 차질없이 치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위에서 선거인단 21만여명의 투표 근거규정을 적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재적위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거듭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국위원들의 참석 여부에 한나라당의 사활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전국위원회 위원들은 회의에 참석, 현재까지 진행돼온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과정과 당헌 개정에 협조해 집권 여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정 위원장은 “집권 여당이 당내 경선 룰(rule)을 적법하게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이번 법원의 판결이 정당사(史)에 대전환을 가져오는 발전적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지적했다.

    한나라당에는 법조계 출신 의원들이 많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판결 결과를 예측하지 못해 전대를 코앞에 두고 허둥지둥 전국위를 다시 소집하는 상황에 이르렇다. 

    당 일각에서는 “코미디 같다” “막장 드라마도 이렇지는 않다”고 비웃음 마저 나온다. 다급한 정 위원장의 불끄기는 이런 분위기를 염두에 둔 것이다.

    한 법조인 출신 한나라당 의원은 “효력정치 가처분신청 소식을 듣고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여론조사 30% 반영’도 재논의하나

    지난 7일 전국위에서 부결된 ‘여론조사 30% 반영 삭제’ 부분을 다시 논의해야한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전날 밤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도 ‘여론조사 삭제’ 부분이 다시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형환 대변인은 “법원이 여론조사 30% 반영 삭제 부분에 대해선 기각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전국위에서 이 문제가 불거진다면 격론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위에서 당헌 개정안 처리에 실패할 경우 ‘차선책’으로 7월4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헌 개정안을 추인받을 수밖에 없다.

    나성린 당 비상대책위원은 “전국위에서 문제가 생겨 당헌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전당대회에서 투표를 통해 의결해야 한다. 전대에서 투표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대에 출마한 당권주자 7명도 “지금 와서 전당대회 룰(rule)을 바꿔서는 안되고 현행 룰대로 치르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전대 룰’ 바뀔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