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사결정기구 평의회 결의도 효과 없어 총학 점거 계속, 학교 대화 의지 보이지 않아…사회적 갈등 양상 초래
  • 서울대 법인화를 둘러싼 논란이 학교담장을 넘어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학내 갈등도 시간이 흐를수록 해소되기는커녕 확전양상을 띠고 있다.

    3일 오후 현재까지 서울대 총학생회와 법인화반대공동책위윈회(공대위)는 닷새 째 총장실이 있는 행정관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

    총학과 공대위는 어제 정오 기자회견을 통해 점거농성을 풀면 성실히 대화에 임하겠다는 오연천 총장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까지 다시 한 번 총장과 대학본부측이 법인화에 대한 의견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학교측의 움직임은 없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학생들이 요구하는 법인화설립준비위원회의 해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온 학교측이 학생들을 만족시킬만한 묘수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 날 오전에는 서울대 평의회가 긴급 소집돼 이번 사태에 대한 수습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의회는 서울대 교수와 외부인사 74명으로 구성된 최고의사결정기구다.

    그러나 비공개로 열린 회의를 마친 박삼옥 평의회 의장(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이 기자들에게 던질 말은 '양쪽 다 한발씩 양보하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평의회는 회의를 마친 후 “학생들은 즉각적인 점거농성을 풀고, 학교도 소통 부족을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평의회는 학생들에게 “집단행동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관철하려는 행위는 용인되기 어렵다”면서 “대학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행정관 점거를 즉각 풀라”고 촉구했다.

    학교측에 대해서도 “이번 사태를 악화시킨 원인은 소통부족에 있으므로 이를 인정하고 구성원들이 특히 우려하는 사안들에 대해 대학본부가 추진하려는 기본내용을 되도록 빨리,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과 공대위가 요구하는 ‘법인화 철회’에 대해서는 대학 발전을 위해 쌓아온 결과가 한순간에 해체될 순 없다며 법률이 폐기되거나 대학본부측에서 재검토 할 것을 결정하지 않는 이상 평의회는 법인화 작업을 원점으로 되돌릴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평의회가 내놓은 ‘양시양비(兩是兩非)론’은 학생들에 의해 보기 좋게 무시당했다.

    총학생회는 점거를 풀라는 평의회의 결의를 거부했다. 지윤 총학생회장은 “평의회에서 총장실 점거를 지지하는 의견도 다수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이 나왔음에도 다른 의견은 무시한 채 점거 해제를 요구하는 평의회의 결의가 대표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평의회의 결정을 거부하고 대학본부도 학생들과의 대화를 이어나갈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서울대 사태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편 전국 40개 국공립대학 교수회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는 3일, 서울대 학생들의 법인화 반대 농성에 대해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국교련은 학교측에 “대학 지배구조 변경과 같은 중대사안은 구성원들의 총의를 물어 결정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즉각 법인화 준비를 중단하고 학생 및 교수들과의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