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학생 , 정부지원 감소 “기초학문 황폐화, 등록금 인상” 노조 “신분 불안, 구조조정 신호탄 될 것” 학교 “등록금 인상 기우에 불과, 기초학문연구 별도 지원”, “현 교직원 신분 보장”
  • 법인화 찬성, 독자적 발전전략 수립 ‘경쟁력 강화 기회’…파격적 성과급 지급도 가능

    서울대 법인화는 작년 12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교수와 학생, 교직원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갈등을 겪어 왔다.

    법인화를 찬성하는 측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법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정부의 한 기관으로 속해 있던 제약에서 벗어나 학교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독자적인 발전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울대 경쟁력을 논할 때 항상 제기된 ‘열악한’ 교수 처우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탁월한 연구역량을 나타내도 국가공무원이라는 신분상 제약 때문에 지원에 한계가 있었지만 법인화가 되면 스타교수 등 능력있는 교수와 연구진에게 파격적인 성과급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열악한 연구환경 때문에 해외 대학으로 인재를 빼앗기는 일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해외석학의 영입도 그만큼 수월해 질 수 있다.

    교육과정 측면에서도 특화된 분야를 개발, 학교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쟁점 1. 법인화 되면 “기초학문 황폐화된다”

    법인화 반대 교수들 “기초학문분야 황폐화,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법인화를 반대하는 교수들은 기초연구분야에 대한 지원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대학교육이 즉시 적용 가능한 실용중심으로 치우치고 있는 현실에서 그나마 기초학문연구가 숨을 쉴 수 있는 곳이 바로 국립대인데 특수법인으로 전환되면 이마저도 지원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사립대처럼 취업률이 높은 분야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것이고 결국 기초학문연구에 대한 지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리고 이런 편향성은 결국 ‘학문의 황폐화’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인화를 반대하는 교수들은 그 근거로 일본의 예를 들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한 일본의 경우 대표적인 국립대들의 대학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2004년부터 작년까지 영국 ‘더 타임즈’의 세계 대학평가에서 일본 국립대들의 순위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주장한다. 2004년은 일본에서 국립대 법인화가 시작된 해이다. 실제 같은 기간 동안 도쿄대(12위→26위), 교토대(29위→57위), 오사카대(69→130위) 등 대표적인 일본 국립대들의 순위는 크게 내려갔다.

    학교, “기초학문 지원” 법률로 명확히 규정 vs 교수들 “실효성 의문”
    학교측의 견해는 전혀 다르다. 일본 국립대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근거로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서울대법인화법(‘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을 들고 있다.

    같은 법 제31조는 학교가 ‘기초학문 등 필요한 분야의 지원 육성에 관한 4년 단위의 계획을 수립·공표하고, 매년 실행계획을 수립·시행(제1항)’ 하도록 하고 있으며, 국가는 ‘연도별 실행계획의 시행을 위해 예산의 범위에서 재정지원 등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제2항)’고 규정해 기초학문연구에 대한 별도 지원방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예산의 범위 내’ 지원이라는 점에서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의문을 표하고 있다.   

    ◇ 쟁점 2. “정부지원 감소로 등록금 인상 불가피”

    총학생회 “등록금 인상, 장학금 축소 막을 길 없어”
    학생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지원 감소로 인한 등록금 인상과 장학금 축소이다. 특수법인으로 전환되는 이상 정부지원은 현재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한다.

    30일 열린 학생비상총회에 2천명 가까운 학생들이 참여한 것도, 총장실 점거 안건이 95%라는 절대적 지지 속에 통과된 것도 학생들이 느끼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일본 도쿄대가 법인화 이후 등록금이 급등한 사실도 학생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학교, “정부 제정지원 줄어들지 않아” vs 학생 “예산 언제든 줄어들 수 있어”
    학교는 학생들의 우려에 대해 ‘기우’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 도쿄대와는 달리 서울대는 관련 법률에서 정부 재정지원의 기준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서울대법인화법 제30조는 ‘국가는 서울대의 안정적 재정운영을 위해 매년 인건비, 시설비 및 각종 경비와 교육·연구를 위한 지원금을 출연(出捐)해야 한다(제1항)’고 규정하고 ‘법인 설립 당시 종전의 예산과 그 증가율 등을 고려해 매년 출연금을 산정(제2항)’ 하도록 하고 있다.

    법인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국가의 재정지원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우려하는 등록금 급등이나 장학금 축소 등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정부 형편에 따라 예산은 언제든 줄어들 수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법인화 철회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쟁점 3. “구조조정 신호탄, 교직원 신분 불안”

    노조, “신분 불안, 급여 삭감 불 보듯 뻔하다”  
    법인화 반대의 또 한 가지 이유는 더 이상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특수법인으로 전환되면 국가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던 교수와 교직원들의 신분 역시 자연스럽게 ‘민간인’으로 바뀌게 된다.

    노조가 불안해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신분을 보장받았지만 앞으로는 여느 사기업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 놓인다는 점이다.

    법인화가 교직원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급여삭감과 정년 축소, 성과급제 도입에 따른 교직원간 경쟁구조 등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주요 이유들이다. 실제 법인화로 공무원 신분을 잃을 것을 우려한 일부 교직원들은 이미 학교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현재 교직원 정년․연봉 보장, 노조 우려는 과장된 것”     
    노조의 우려에 대해 학교측은 “과장됐다”는 반응이다.
    서울대법인화법(부칙 제5조~7조)을 통해 현재 교직원의 정년과 연봉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법인화가 되더라도 실제 교직원들에 대한 처우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공무원 신분 때문에 시행에 한계가 있었던 성과급제 도입 등으로 업무역량이 따라 더 높은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 쟁점 4. "법인설립준비위 정당성 없다"

    법인화 반대, "학교 일방적 졀정에 따른 구성"
    법인화 찬성, "법률에 따른 구성"

    법인화설립준비위원회를 두고도 찬성과 반대측은 팽팽한 입장차를 보인다.

    반대론자들은 설립준비위가 교수, 학생,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과의 충분한 논의나 의견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구성됐다면서 즉각적인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는 서울대법인화법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라며 반박하고 있다.

    한편 반대측은 법인화 근거법률인 서울대법인화법에 대해서도 정당성을 부정한다. 여당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시킨 법률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