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李 졸속 파기환송' 법왜곡 혐의 피고발사건 경찰에 배당돼…공수처에 추가 고발도與, '또' 조희대 탄핵 추진…"반드시 본회의로"법조계 "신설법 소급적용 불가…명백한 위헌""판검사 고소고발 남발 현실로…사법후진국 됐다"
  •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10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10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여권이 밀어붙인 '사법 3법'이 공포되자마자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 관련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왜곡죄로 경찰에 고발됐다.

    고발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 등에 대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을 진행하면서 형사소송법과 대법원 판례상 인정되는 서면주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은 채 종이 기록에 따른 기록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이 고발된 것을 두 고 "'판·검사가 고의로 법률을 잘못 적용하거나 증거를 은닉 또는 위조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는 법왜곡죄가 수사 및 재판 기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행위가 이뤄질 당시 법률이 범죄로 규정하는 행위로만 공소 제기할 수 있다는 '형벌불소급' 헌법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발도상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정치 쇼"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해 5월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해 5월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李 유죄 취지 파기환송' 조희대 법왜곡죄 1호 피고발 … 경찰 사건 배당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조희대 대법원장, 박영재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한 법왜곡 혐의 고발 사건을 지난 2일 접수해 고발인 주소지 관할 경찰서인 경기 용인서부경찰서에 배당했다.

    고발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법이 시행되면 즉시 수사에 착수해 달라'는 취지로 고발장을 미리 냈다. 이 변호사는 전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도 등기 우편으로 고발장을 추가 접수했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조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할 때 형사소송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28일 사건을 접수한 뒤 34일 만인 5월 1일 2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대법관은 이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기 전 주심 대법관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이 7만 쪽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한 달 만에 다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졸속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범여권은 조 대법원장의 '탄핵 소추'를 예고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최혁진 무소속 의원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의원 12명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 발의에 나섰다.

    이들이 내세운 조 대법원장의 탄핵 사유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재판 절차 기본 원칙 훼손 ▲상고심 권한 일탈 ▲비정상적 재판 속도를 통한 정치적 중립 훼손 ▲비공식 조직을 통한 사전 심리 의혹 등이다.

    의원들은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99명 의원의 동참이 필요하다. 오늘부터 여야 의원들을 한 분 한 분 설득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반드시 본회의에서 가결시킬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 차원의 탄핵안 발의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조 대법원장의 '거취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조 대법원장이 '사법 3법'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사법개혁에 대한 저항군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것인가"라며 "사퇴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거취를 표명하기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 ▲ 대법원. ⓒ뉴데일리 DB
    ▲ 대법원. ⓒ뉴데일리 DB
    ◆ 법조계 "소급 적용, 명백한 위헌 … 우리 사법체계, 베네수엘라·필리핀처럼 된다"

    신설된 왜곡죄는 판사나 검사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 또는 수사 과정에서 법을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관은 법왜곡죄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조 대법원장 등이 법 왜곡죄 혐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헌법은 행위가 이뤄질 당시 법률이 범죄로 규정하는 행위로만 공소 제기할 수 있다는 '형벌 불소급 원칙'을 두고 있어, 경찰과 공수처가 본격 착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란 분석이다.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작년에 일어난 일을 올해 신설된 법안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소급 입법 금지 원칙에 반한다"며 "법에 어떤 행위가 처벌되고 어떤 행위가 처벌되지 않는지'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도 위반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소급 적용 금지 원칙으로 인해 고소장 그 자체로 범죄가 성립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민주당이 법왜곡죄를 발의·처리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법왜곡죄 신설로 검사의 수사·공소유지와 판사의 재판 심리가 정치권의 입맛에 좌우될 수 있게 된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지적과 함께 "우리 사법 체계가 후진국화된 것"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법왜곡죄가 국회에서 통과됐을 때부터 조 대법원장 등 여권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들에 대한 고소·고발 남발은 예견돼 있었다"며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법 체계는 베네수엘라나 필리핀처럼 후퇴할 가능성까지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판사는 물론 여권의 형사사건을 수사하고 공소 유지를 맡고 있는 검사들도 법왜곡죄로 처벌될까봐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전날 법왜곡죄와 함께 시행 첫날을 맞은 '재판소원'은 오후 6시까지 16건의 사건이 헌재에 접수됐다. '1호'로 접수된 재판소원은 시리아인이 대법원을 상대로 청구했다. 출입국관리법 위반 사건 실형 선고 후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것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는데, 지난 1월 8일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