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감세철회, FTA상정 미온...야당 따라하기,"집토끼 산토끼 다 놓친다"
  • “이명박 정부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대학 ‘반값 등록금’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정부 관계자가 23일 답변한 말이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려는 정책이나 노력이 이 정부 들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을 강조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해당 사례로 대학생들의 등록금 대출 이자를 지속적으로 줄여오고 있는 점을 들었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3년간의 노력이고 앞으로도 허용 범위 내에서 지속적으로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반값 등록금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황우여 원내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정책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관계자는 등록금 관련한 말을 정작 황 원내대표에게 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그의 말이 못마땅함을 에둘러서 한 말일 수도 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가진 한나라당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가운데) 일행과 조찬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가진 한나라당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가운데) 일행과 조찬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 관계자는 대학 등록금 대출 이자만 놓고 본다면 노무현 정부에서 훨씬 높았다고 말했다. 당시 7%대에 머물던 이자율을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까지 낮췄고 더 낮출 방법을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이 정부 들어 한 번도 대학등록금이 물가상승률 보다 높았던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황 원내대표의 반값 등록금 추진 때문에 마치 이 정부 들어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커진 것처럼 비쳐지는 점을 경계하는 눈치다. 

    이 관계자의 시선처럼 요즘 한나라당 신임 원내 지도부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한다.

    황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고 추가 감세안 철회 등의 계획을 밝힌 데 대한 물밑 감정이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6월 임시국회 상정에 대해서도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는 걱정의 눈길도 보낸다.

    청와대는 집권 여당의 정책 기조로 ‘안정’을 꼽는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황 원내대표의 행보는 국민들 눈에 ‘야당 따라 하기’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기는커녕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황 원내대표 체제가 첫째도, 둘째도 민생을 부르짖고 있지만 왜 하필 ‘민주당 브랜드’를 따오냐는 시각도 있다. 자칫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을 위시한 야권의 선거 이슈를 한나라당이 뒤쫓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안 철회에 대해서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느 한 방향으로 정해졌다기 보다는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집권 후반기 한나라당이 정책기조에서 중심을 잡지 못할 경우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는 이명박 정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20일 “야당 따라 하지 말라”고 한 것도 그런 차원의 말이라고 청와대 참모들은 전하고 있다. "야당이 공격하더라도 한나라당이 일관되게 정책과 노선의 중심을 잡고 가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게 이 대통령 말의 요지였다. 황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가진 회동 자리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저쪽 쫓다, 이쪽 쫓다 하다가는 집토끼, 산토끼 다 놓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