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박근혜, 이제 목소리 낼 때 됐다”“소장파, 너무 좌클릭하는 경향 있어”
  • 한나라당 친이(親李)계와 소장파가 정책 노선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힘겨루기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반값 등록금’ ‘추가감세 철회’ ‘조직 정책’ 등 논란 거리도 다양하다.

    당의 주도권 경쟁과 직결되는 만큼 이들은 팽팽한 기(氣) 싸움을 벌이며 쉽게 물러서지 않으려는 태세다.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는 7.4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도 말들이 많다. ‘당권-대권 분리 완화’ ‘당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 등 하나같이 대립각이다.

    이러한 가운데 친이계이자 안상수 전 대표최고위원 비서실장을 지낸 원희목 의원이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일침을 놨다.

    원 의원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해 “대학 등록금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황 원내대표는 야당과 한나라당의 기본가치까지 헛갈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장파를 향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소장파가 한나라당의 기본 철학에 반(反)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소장파가) 정부와 다른 노선을 가려고 하는데, 역사적으로 그렇게 해서 살아남은 정당은 없다”고 경고했다.

  • 다음은 일문일답.

    - 4.27 재보선과 원내대표 경선 패배, 친이계로서 무엇이 문제였다고 생각하나

    “한나라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판단으로 보인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국민과 당원들이 변화를 바라는 것이다. 원내대표 경선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그동안 정부와 당이 답보적인 행보를 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른 결과다.”

    - ‘당 쇄신’을 둘러싸고 친이계와 소장파의 의견이 엇갈리는데

    “쇄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엇갈리는 건 아니다. 쇄신과 변화만이 살길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분에 다 같이 공감한다. 다만 구체적인 방향이 문제다.

    현재 소장파는 한나라당의 기본 철학에 반(反)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 ‘좌클릭’하는 느낌이다. 설득과 논의, 혹은 압박을 해서라도 당-정이 함께 나아가야 하는데 너무 동떨어져 가려한다. 개혁적 보수의 기본적인 가치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 ‘반값등록금’ 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접근방법의 차이다. 등록금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은 공감한다. 하지만 문제되는 것은 황우여 원내대표가 반드시 필요한 논의 자체를 생략했다는 것이다. 절대 액수를 넘어선 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지금 대학들은 교육 수급 및 시설투자 문제가 극에 달해 있다. 고등실업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근본적 처방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부분을 논외로 하고 등록금만 문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와 조율하면서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황 원내대표는 야당과 한나라당의 기본가치까지 헛갈리면 안 된다. 이는 추가감세 철회 문제도 마찬가지다.”

    - ‘함께 내일로’ 모임을 유지키로 했는데, 방향이 좀 바뀌는 것인가?

    “(나도) 발전적인 방향에서 해체를 생각하기도 했다. 근데 따지고 보면 굳이 해체할 이유도 없다. 우리가 만약 해체 한다면 그동안 ‘함께 내일로’가 계파 분열을 조장했다는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정치적이며 인위적인 모임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특별히 인위적이진 않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리 비춰진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는 순수 정책 모임으로 가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순수 정책 연구모임으로 존속하면 된다.”

    -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제 박근혜 전 대표가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 1년 반 뒤 치르는 대선을 위해 담금질이 필요하다. 박 전 대표는 수많은 현안에 직면해야 한다. 여러 사람들과 토론을 해야 한다. 그러한 상황을 돌파하며 내성을 키워야 한다.

    야당과 논쟁을 하면서 내성과 조직력을 키워야 한다. 다른 잠룡들과의 토론도 필요하다. 수면 위 행보가 필요할 때가 됐다.”

    - 당권과 대권 분리 개정 논란은 어떻게 보나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는 문제다. 당권과 대권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면 다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차기 대권주자와 같이 힘을 가진 대표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내부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 분리는?

    “분리해야 옳다고 본다. 차점자가 최고위원을 하다 보니 ‘엔분의 일(1/N)’ 대표에 대한 구심력이 떨어지게 된다. 10개월 동안 안상수 대표 옆에서 지켜 본 결과, 당 대표가 상당히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집단지도체제로 가되 대표와 최고위원은 분리 선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이번 7.4 전당대회에서 어떤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보나

    “굉장히 중요한 시점에서 치르는 전당대회다. 내년 총선을 이끌 그릇이 당을 맡아야 한다. 변화와 쇄신을 끌고 가면서 모두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야당과 친화하면서도 지도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젊은 대표론도 긍정적으로 본다.”

    - 이재오 특임장관은 어떤 입장인가

    “정황상 이 장관은 출마하지 않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이 평의원으로 당에 복귀한다고 하는데 좋은 생각으로 보인다. 그렇게 해야 한다. 지난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이 장관이 가장 큰 타깃이 됐다. 실제보다 더 큰 책임을 지게 된 것도 있다.”

    - 그렇다면 친이계에서 거론되는 인사가 있는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달 말이나 6월 초는 돼야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본다.”

    - 최근 당 초선 의원 16명이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성명을 냈는데, 사실상 정진석 수석이 대상이었다는 얘기가 있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 정도를 벗어난 권력형 비리가 드러나면서 하루 빨리 투명하게 정립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차원에서 성명을 낸 것이다.”

    - 의·약사, 전문직 몰락의 시대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전문 면허권자 전체를 대상으로 그런 말을 한 적 있다. 과거엔 전문정보를 독점하면서 전문가들이 정보의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정보의 홍수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문 지식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전문직 종사자들은 앞으로 자체적인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자기 분야를 독창적으로 발전시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생산하고 발전시키지 않으면 몰락하는 것이다. 전문직 종사자들은 스스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 내년 총선 전망은?

    “너무 비관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한나라당이 최대의 위기 상황에 놓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하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위기다. 그러면서 이것만은 명심해야 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여당이란 정부와 한 패인 정당’을 뜻한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정부와 다른 노선을 가려는 분위기가 있는데 역사적으로 이렇게 해서 살아남은 정당은 없다. 김영삼·노무현 정권 시절 당-정 관계가 그랬다.

    정부가 잘하든 못하든 일단 민심을 전하면서 설득하고, 안 되면 압박이라도 해서 같이 가야한다. 안 그러면 다 죽는다. 총선에 희망이 없어진다. 앞으로 선출되는 당 대표는 낮은 자세로 국민을 대해야 한다.

    현재 한나라당이 쇄신,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징조다. 한나라당 전체가 나를 버리고 우리를 위한 쇄신을 하고 변화하면 승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