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교육 고집, 황우여의 개인 철학2인자로서 굵직한 이슈가 필요했다(?)“반값등록금, 박근혜의 구상과 다르다”
  • “1000만원에 육박하는 대학 등록금,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내릴 방안을 적극 마련하겠습니다.” (5월25일 KBS 라디오 정당대표 연설 中)

    최근 각종 매스컴의 헤드라인을 줄줄이 장식하고 있는 이슈가 있으니 바로 ‘반값 등록금’이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현실성 없는 좌클릭’ 공약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잠잠하다가 갑작스레 불거진 ‘반값 등록금’ 정책을 여당 신임 지도부가 재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떨떠름한 반응이다.

    당내 친이(親李)-친박(親朴) 진영은 ‘반값 등록금’은 설익은 정책이고 내년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도 ‘반값 등록금’을 썩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의 ‘경제 멘토’로 알려진 이한구 의원은 24일 ‘반값 등록금’이 박 전 대표의 구상과는 다르다는 점을 밝혔다.

    이 의원은 “지금 나오는 반값 등록금 정책은 (각 대학의) 상품의 질과 애프터서비스는 모두 다른데 값만 반으로 깎자는 것인데 굉장히 위험한 접근 방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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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듯 논란이 점차 커지는 반값 등록금을 황우여 원내대표는 왜 굳이 추진하려는 것일까. 

    사실 ‘대학 등록금 인하’ 약속은 매번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한나라당 역시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이후 대대적인 정책 공약으로 등록금 인하 공약을 내걸은 바 있다. 

    현 여권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언제 다시 등록금 공약을 꺼낼지라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다만 민주당이 내놓은 ‘무상복지론’이 걸림돌이다. “단지 표를 얻기 위한 야당의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맹렬히 공세를 펼쳤던 한나라당 입장에선 상당히 민망한 상황이긴 하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황 원내대표의 발언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황 원내대표의 측근들은 반값 등록금 발표가 절대로 하루 이틀 만에 나온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15대 국회 후반기인 1998년부터 내리 13년째 소속 국회 상임위를 ‘교육기술과학위원회’만 고집하고 있는 황 원내대표의 철학이 반값 등록금의 배경이라는 후문이다.

    황영철 대표 권한대행 비서실장은 2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황 원내대표가 교육위 활동을 오랜 기간 하면서 반드시 실현시켜야 할 민생 현안 중 하나라고 판단한 어젠다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 추진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여러 가지 로드맵도 생각하고 있다. 당의 쇄신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도 쇄신의 한 틀이라는 것이 황 원내대표의 의지다”라고 했다.

    황 원내대표의 한 보좌관도 “반값 등록금은 10년이 넘도록 교육 외길을 고집한 황 원내대표 철학이 반영된 정책으로, 일부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긍정적 입장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의원들이 더 많기 때문에 원만히 추진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황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교육 개혁을 강조하기도 했다.

    “교육 개혁이 정말 중요 필요한데 임기 4년으로는 어려워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그는 1년에 1000만원이 넘게 드는 대학 등록금 문제를 당선 직후 개혁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아버지 세대가 자식 세대를 가르치는 데 돈을 받는 것은 이상하다. 우리 대학교육은 등록금 때문에 빚을 지는 미국식이지만 유럽은 대학 등록금이 없다.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굵직한 이슈 선점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앞으로 40일. 한나라당의 1인자를 선출하는 7.4 전당대회까지 남은 기간이자, 2인자인 황우여 원내대표가 본인만의 쇄신론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이다.

    4.27 재보선 패배 전후로 민심이 야권 쪽으로 흐르는 기류를 2인자인 황우여 원내대표가 독자적 해법으로 막아낼 경우, 친이-친박 진영에서 1인자가 탄생할 지라도 또 다시 주류와 비주류가 뒤바뀌는 상황을 막아낼 수 있게 된다. 당내 권력지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민주당이 이미 선점하고 있는 의제에 손을 댄 이유는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황 원내대표는 칼을 뽑은 이상 무라도 썰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한 번 발을 들인 이상 빠져나갈 수 없게 됐다. 지금 발을 뺀다면 거대한 후폭풍이 일어날 수 있다.

    다만, 황 원내대표는 반값 등록금과 관련된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먼저 국가 지원 예산 규모를 어떻게 책정할 지에 대해 당 내부 논의를 거치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 반값 등록금과 관련,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은 대부분 내부 논의도 없이 지도부가 정책을 독자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를 조율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착시현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 ‘반값 등록금’이 마치 실제 등록금을 절반으로 깎아주는 듯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반값 등록금’이라는 표현 대신 ‘등록금 부담 반으로 줄이기’라는 표현을 쓰기로 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장학금 지원을 늘리는 것이지, 대학생 개인의 등록금액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가구의 등록금 부담을 줄인다는 차원의 정책이다.

    이를 명확히 해야 향후 발생하는 ‘뒷탈’을 막을 수 있다.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 보고 ‘속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