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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대 자치단체 서울시가 명품 브랜드 펜디(FENDI)에게 무릎을 꿇었다.
서울시가 오는 6월 2일 새로 개장한 세빛둥둥섬(Floating Island)에서 열리는 패션쇼에서 “동물보호차원에서 모피 제품은 안된다”는 기존 입장을 펜디 측의 항의에 불과 열흘 만에 번복한 것.
이에 따라 모피쇼 개최를 반대했던 동물보호협회의 반발은 물론, 그동안 이랬다저랬다를 반복해온 서울시 방침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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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2일 명품 브랜드 펜디(FENDI)의 패션쇼가 열리는 한강 세빛둥둥섬(플로팅 아일랜드)ⓒ뉴데일리
앞서 서울시는 9월 세빛둥둥섬 전면개장을 앞두고 첫번째 국제행사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의 패션쇼를 유치했다.
그러나 이날 패션쇼에 모피 20여점이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자 서울시는 갑자기 모피쇼를 제외하고 패션쇼를 개최할 것을 펜디 측에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트위터에 대변인 명의의 글을 올리는 등 ‘동물보호에 앞장서는 서울시’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모피 제품을 반대하는 사회적 정서가 분명한 만큼 모피가 제외된 패션쇼는 추진이 가능하지만, 포함되면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13일 펜디 아시아 지사측에 명확히 통보했다”며 “지금까지 협의가 서면이 아닌 구두로 진행된 만큼 시의 입장을 반영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패션쇼에서 모피 제품을 제외할 것을 확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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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보호협회가 내건 세빛둥둥섬 모피 패션쇼 반대 구호. 이들은 서울시가 "철학도 없는 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뉴데일리
하지만 서울시의 이 같은 입장은 펜디 측이 반격을 시작하면서 바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펜디 측은 “전체 패션쇼에 소개될 의상은 60점(한국쇼를 위한 의상 20점 포함)으로 하나의 콘셉트를 가지고 준비한 만큼 모피의상만을 제외한다는 것은 어렵다”며 “패션쇼를 2주 앞두고 일방적으로 조건부 취소를 통보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펜디가 아시아에서 패션쇼를 여는 것은 2007년 중국 만리장성 패션쇼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이며, 이날 행사에 마이클 버크 펜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한국과 중국, 일본, 태국의 연예인 등 수천명에게 이미 초청장이 발송된 점을 들어 서울시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서울시는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세빛둥둥섬(Floating Island) 모피쇼를 원안대로 진행한다고 23일 밝혔다.
명품 브랜드와 동물보호협회와의 싸움에 서울시가 끼어들어 중재도 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닌 꼴이다.
다만 펜디 측은 이번 패션쇼를 의류 외에도 가방, 구두, 액세서리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소개하는 컬렉션으로 개념을 확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젊은 인재를 선발해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고 이들을 인턴으로 고용하는 등 부가적인 조건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펜디 측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패션쇼의 구체적 진행과정이 자세하게 알려지지 못한데서 기인한 문제"라며 "서울시도 이번 패션쇼를 통해 서울과 한강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자세한 사항은 계속 논의 중”이라면서도 “시민들에게 다소 혼선을 끼치게 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한편 모피 패션쇼가 열리는 세빛둥둥섬은 서울시가 민자 964억원을 투입해 반포대교 남단에 조성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섬으로 이달 21일부터 시민에게 단계적으로 개방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