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아직 외교무대 홀로 설 준비 안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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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2인자로 부상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단독으로 중국을 방문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牧丹江)의 최고급 호텔인 홀리데이인(假日)호텔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승용차에서 내려 경호원들로 보이는 인물들에 둘러싸인 채 호텔 내로 진입하는 모습이 외신 사진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김정일 위원장이 단독 방중했거나, 아니면 김 위원장이 후계자인 삼남 김정은을 대동하고 방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착시현상이 빚어졌을까.
이와 관련해 여러가지 추론이 나오고 있으나 김정은이 지난해 9월 28일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인민군 통수권자인 부친에 버금가는 부위원장의 자리에 오르고 북한 내부에서 2인자로서 위상을 키워온 정황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유력해 보인다.
사실 북한의 당 중앙군사위는 지금까지 그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김정일 사후 국방위원회를 대체할 권력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지적이고, 김 부위원장은 그동안 북한 대내적으로 명실 상부한 2인자로서 자리를 굳혔다.
김정은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권력 승계자로서 아버지인 김정일의 공개활동을 수행하며 보좌하는 동시에 내부 장악력을 키우는 `속성코스'를 밟아왔다. 따라서 국제 외교무대에서도 북한 2인자로서 인정받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해왔고, 이런 섣부른 '인식'이 중국내 정보소식통들로 하여금 김정은 단독 방중으로 예단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저우융캉(周永康) 상무위원의 지난해 10월,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같은 해 12월 초, 멍젠주(孟建柱)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의 지난 2월 13∼15일 방북을 통해 김정은 방중 요청 의사를 전달한 것도 김정은의 단독 방중을 예상케 한 요소였다.
따라서 연합뉴스가 이날 새벽 투먼(圖們) 일대에 경비가 대폭 강화된 속에서 북한 고위인사의 방중설이 나도는 것을 파악하고 그런 분위기를 기사화하고서, 이를 다시 국내 요로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들이나 베이징의 정보 소식통들은 이구동성으로 김정은의 단독 방중을 얘기했다. 사실 북한이 그동안 김정은의 권력승계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번에 단독으로 중국을 방문한 뒤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본격적으로 권력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이 아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과 2001년, 2004년, 2006년, 2010년 5월과 8월을 포함해 이미 여섯차례 방중했던데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에서 방문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연합뉴스의 김정은 단독 방중 기사가 나오자 국내외 언론들도 나름대로 소식통들에게 '확인 절차'를 거쳐 '김정은이 단독 방중해 국제 외교무대에 첫 발을 디뎠다'는 기사를 앞다퉈 송고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들어 김정은 단독 방중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국내 요로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김정은 단독, 김정일 및 김정은 동반, 김정일 단독 방문 등의 3가지 가능성이 제시됐다가 점차 김정은 단독 방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그러다가 일본의 교도통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무단장의 한 호텔로 들어가는 뒷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도하면서 김정은 단독 방문 가능성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의 김위원장 수행 방중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국과 북한 모두 입을 닫고 있고 한국정부도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어 현재로선 언론의 확인이 어렵다.
사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권력승계를 대외적으로 조기에 공식화하려하고 있으나, 중국이 북한의 3대 세습을 인정해줬다는 국제적 비난을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김정은 방중 여부 확인에 난색을 표시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결국 김정일 위원장이 김정은 부위원장을 혼자 보내는 대신 지난해 8월에 이어 불과 9개월만에 다시 자신이 직접 중국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아직 김정은이 외교무대에 혼자 설만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과 북한의 경제 사정이 그만큼 급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