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수 같은 남자들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IMF의 총재 스트로스칸이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기 위해 수갑을 차고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영웅호색’이라는 옛글이 우선 떠올랐습니다. “뛰어난 능력의 사나이는 색을 좋아한다”는 뜻이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한 남자는 호색가였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나폴레옹 전쟁 때 프랑스와 스페인의 연합함대를 트라팔가 전투에서 물리치고 장렬하게 전사한 호레이시오 넬슨 제독은 영국을 지킨 역사상의 영웅으로 높임을 받고 있지만 해밀튼 부인과의 불륜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동양의 폭군들은 예외 없이 성적인 강자들이었고 오늘도 후진국의 수장들 중에는 열도 더 되는 ‘후궁’을 거느린 인물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스트로스칸도 프랑스의 차기 대통령 물망에 올랐던 사람이라는데, 세이느 강의 물이 그런지, 과거의 대통령을 지낸 퐁피두나 오늘의 대통령인 사르코지가 여자 문제에는 결코 깨끗하지 못한 정치 지도자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빌 클린턴도 그 방면에는 도사였습니다.

    연행되어 가는 칸의 표정은 흡사 ‘동물의 세계’의 발정한 숫놈 맹수를 연상케 하였습니다. 칸의 그런 사나운 표정에 매력을 느끼고 흥분하는 여성들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인간은 그 오랜 진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맹수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나라 시황제나 명나라 태조 주원장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 해도 대들 여자가 어디 있으며 항의할 신하가 어디 있었겠습니까. 대들면 죽여 버리고 항의하면 옥에 쳐 넣으면 될 일이 아니었겠습니까.

    서른 두 살의 흑인 청소원은 위기를 모면한 것은 사실인가 본데 혹시 돈으로 해결해도 될 일을 지나치게 확대시켜 프랑스의 사회와 정계 뿐 아니라 전 세계를 소란케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나 같은 사람은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장가를 세 번이나 들고 아직도 정력이 절륜 이어서 아직도 마음에 드는 ‘암놈’만 눈에 뜨이면 덤벼드는 스트로스칸을 나는 부러워하지는 않지만, 저렇게 능력 있는 ‘숫놈’은 이 일로 영구히 일어나지 못하게 쓰러뜨리는 것도 결코 잘하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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