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정신나간 부산 의원들”PK “민심 달래기 위해 어쩔 수 없다”
  • 여야를 막론,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저축은행 투자 전액을 보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 VIP 특혜인출과 관련해 부산지역 국회의원이 관계돼 있다는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 이 같은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될 전망이다.

  • ▲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이 지난달 29일 금융감독원 부산지원 앞에서 저축은행에서 불법으로 예금을 인출한 이름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집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이 지난달 29일 금융감독원 부산지원 앞에서 저축은행에서 불법으로 예금을 인출한 이름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집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 억지법 만들어내는 부산 의원들

    2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 여야 부산지역구 의원 전원을 포함한 21명은 저축은행의 예금과 후순위채권 전액을 예금보험기금으로 보상하도록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올 1월부터 소급 적용해 2012년까지 한시적으로 저축은행 예금 및 후순위채권 전액을 예금보험기금을 통해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예금에 대한 보호 한도액은 5000만원, 후순위채권은 보호 대상에 아예 없던 규정이다.

    대표 발의자인 이진복 의원은 “상호저축은행의 부실문제는 정부의 감독 및 정책 실패로 인해 야기된 측면이 강하므로 예금자 등에 대한 공공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이 법안은 6월 국회에서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에 상정될 예정이지만 부정적 기류가 적지 않아 입법 전망은 지극히 불투명하다.

    구제받는 예금자가 전체 고객 55만명 가운데 1만여명에 그쳐 ‘2% 구하기’를 위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법안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전형적인 ‘선거용 입법’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 “정신나간 부산 의원” 비난에 PK “어쩔 수 없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2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이 개정안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으로 결국 일부 수혜자를 위해 국민 세금을 쓰자는 것”이라면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법안 발의 철회를 요청했다.

    부산 출신의 민주당 김영춘 최고위원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법 통과) 성사 가능성이 없을 뿐더러 되지도 않은 일에 선심 쓰고 보자는 식으로 국회의 입법권을 희화화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청와대가 쐐기를 박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안제출 단계이므로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면서도 “부산저축은행의 사전 특혜인출 의혹이 가시지 않았는데 현행법을 무시하고 예금을 전액 보장한다고 하면 모럴 해저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개정안이 다른 국회의원의 동의를 받기 어렵고 세금을 재원으로 하고 있어 비판 여론이 높아 실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이 같은 정치권 내 기류에 대해 부산 의원들은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부산민심을 달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동남권 신공항 유치 실패, 저축은행 사태 등 연이은 악재로 지역구에서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부산 민심이 흉흉해졌다”며 “청와대가 부산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불만을 터뜨다.

    다른 의원은 “이대로라면 부산에서 총선도 안심하기 힘들다”며 “민심을 달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