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소장·중립 “재보선 패배, 네 탓” 아직도.. 친이 “이재오-박근혜 공동 대표 맡아야”?
  • “한나라당을 두나라당이라고 바꿔야 하지 않을까.”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구나.”

    “상황이 이런데 아직도 내부에서 싸움박질? 내년에 눈물, 콧물 흘려야 깨달을까”

    당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쇄신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했다.

    하지만 말만 그럴싸했다. 화합과 전열 정비는 없었다. 듣지 않았다. 본인 주장에만 열변을 토할 뿐이었다.

    결국 계파·그룹간 인식차를 확인한 채 얼굴만 붉히는 여당 국회의원들만이 남아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기자들도 민망할 정도였다.

    2일 오전부터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는 휘청거리는 여당의 현 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4·27 재보선 패배에 다른 쇄신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지만 주류와 비주류의 속내는 제각각이었다.

  • ▲ 2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김무성 원내대표와 이군현 수석 원내부대표가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 2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김무성 원내대표와 이군현 수석 원내부대표가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 선거 책임론, 소장파의 주류 퇴진 요구

    이날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는 친이(親李) 주류가 재보선 패배를 초래했다며 퇴진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재보선 패배 책임론과 관련해 이재오 특임장관의 이름이 직접 거론되기도 했다.

    당내 소장파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태 의원은 “(당을) 청와대와 정부의 거수기로 만든 주류의 퇴진이 필요하다. 회전문 인사를 배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본21’ 소속 권영진 의원도 연찬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친이 주류들이 지금까지 해와서 이렇게 됐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중립·비주류들이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회, 차기 지도부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장파 김성식 의원은 “퇴진하라는 말은 안하겠지만 공간을 열어달라. 이재오 장관이 특임장관보다 교육장관으로 옮기면서 공간을 당원에게 옮겨주고 인사권을 놓아주는게 어떻겠느냐”고 요구했다.

    반면 친이계는 당내 권력투쟁을 지양하고 계파화합을 도모해야 한다며 이에 맞섰다.

    친이계 핵심인 이군현 의원은 연찬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이 공천을 한 것도 아니잖느냐”라며 “친이계 퇴진론은 부당하며 선거 패배는 모든 국회의원에게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론했다.

    이은재 의원도 “왜 청와대와 대통령을 비난하는가. 니 탓, 내 탓을 하기 전에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박근혜 역할론 “이제 나서야” 對 “아직은 아냐”

    일각에서 일고 있는 ‘박근혜 역할론’과 관련, 친박계와 소장파가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문제는 시작됐다.

    김성식 의원은 “(박근혜 역할론은) 유력한 대선주자를 끌어들여 총선판을 모면해 보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받을 수 있다”며 “친이 중심의 구계파에서 친박 중심의 신계파로 바통을 터치한다고 해서 이것이 당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서병수 최고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가 나서면 당·청 관계에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며 “내년 총선에 앞서 자연스럽게 그와 다른 주자들이 나설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때 활동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친박계 의원들이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참석한 의원들이 전했다.

    그러자 친이계와 일부 중립그룹 의원들은 ‘박근혜 등판론’을 요구했다.

    신지호 의원은 “대선 1년반 전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분은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을 풀어야 한다. 힘 있는 분이 당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군현 의원도 “계파가 없어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박근혜 전 대표와 친이계 좌장인 이 특임장관이 당의 공동대표를 맡아 화합하고 단결하는 모습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립 성향의 정태근 의원은 “당이 있어야 친박도 있고 친이도 있는 것이 아니냐. 갈등 앞에서 침묵하기보다는 이제는 변화를 같이 주도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해야 된다”며 박근혜 역할론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