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최문순, 한승수-권오규 구도 영향 제기
  • “나는 지난 선거 패배의 최종 책임을 져야하는 패장”

    한나라당 이계진 전 의원이 오는 4.27 강원지사 재보선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출마가 유력했던 그가 왜 갑작스레 포기를 선언한 지에 대해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의원은 15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최근 대법원의 결심공판에 따라 당선된 도지사가 물러났고 재선거를 해야 하는 혼란한 국면에 이르렀다”며 “이 상황에서 이유 여하를 따지지 않고 지난 선거의 패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고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선거에 나서지 않음과 동시에 앞으로 어디에서든 백의종군의 자세로 나라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공정한 경선을 통해 정말 훌륭한 후보를 내고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이 전 의원은 이어 “며칠 전 청년당원 워크숍에서 질의에서 ‘이번 선거에 이계진이 나가면 100% 이긴다’고 말한 홍준표 최고위원에 미안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자신을 지지해 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글을 마쳤다.

  • 이계진, 한 발 미리 물러섰나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강원도지사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최문순·최종원 의원과의 경쟁에 있어 최근 한나라당 내에서 엄기영 MBC 전 사장의 입지가 더욱 두터워지고 있기 때문에 이 전 의원이 미리 한 발 물러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민주당이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카드를 꺼낼 경우, 한나라당에서는 강원지역 출신인 한승수 국무총리를 대항마로 내세울 수 있다는 전망이 이 전 의원의 포기를 부추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최문순을 내세울 경우, 한나라당은 엄기영을 밀어붙일 것이고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가 후보로 나온다면 한승수로 막으면 된다는 의견이 정치권 내에서 분분하다”며 “이를 염두에 두고 이계진 전 의원이 서둘러 불출마 선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공첨심사위원회를 거쳐야 하겠지만 인지도를 보나 지역 민심을 보나 엄기영 전 MBC 사장이 후보로 결정될 확률이 크다”며 “이계진 전 의원의 경우, 지난 선거 패배 때문에 지역에서 민심을 많이 잃었다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원희룡 사무총장을 필두로 한 공천심사위원회(이하 공심위) 명단을 공개, 이르면 21일 최종 의결을 거쳐 구성을 완료하고 공천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공천 위원으로는 정희수, 이현재, 김재경, 김금래, 손숙미, 박보환, 윤상현, 정미경 의원까지 총 9명이 선정됐다.

    다음은 이계진 전 의원 불출마 선언 전문.

    강원도지사 출마 후보 공모를 앞둔 시점에 서서

    안녕하세요? 해바라기 피는 마을의 촌장 이계진입니다. 오늘, 불과 며칠만에 새 블로그 포스트를 올립니다.

    지금 가뜩이나 어려운 강원도에는 너무나 많은 눈이 내려 설해로 힘겹고, 동시에 동계올림픽유치를 위한 실사를 받고 있습니다. 모두 모두 힘내시고, 전국의 국민여러분, 여러분의 응원을 바랍니다.

    사랑하는 강원도민 여러분, 당대표와 한나라당 당원동지 여러분, 저에게 항상 바른 길을 일러 주시던 사회의 여러 어르신들, 정치적 황사 바람속에서도 변함없이 저를 지지해 주시는 도내와, 전국의 수많은 지지자 여러분 또, 작년 지선에서 끝까지 헌신과 정성으로 저를 도왔던 선거 동지 여러분, 인제 산골에서 만났던 주름진 얼굴로 웃으시며 반기던 할머니까지, 또 지난 7년 동안 저와 함께 했던 능력있고 진실한 보좌진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특히 정치를 하게된 남편 때문에 마음을 많이 다친 마음여린 내 아내) 친지, 지인 여러분. 저는 이 순간에 여러분을 마음 속에 떠 올리며 평화롭고 행복한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저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가 되기 위해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을 받고 도전했으나 여러분의 높은 지지를 지켜내지 못하고 선거에 패했습니다. 그리고 깨끗이 승복했었습니다.

    그러나, 그후 약 7개월만에, 진보성향이 우세하다는 대법원의 엄중한 ‘결심공판’에 따라 당선 도지사는 자리에서 물러났고, 새로운 갈등 속에 엄청난 비용을 들여 다시 선거를 해야하는 혼란한 국면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불행한 일이 다시는, 다시는 없어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이 상황에서 이유 여하를 따지지 않고, 지난 선거의 ‘패장’으로서 미련없이, 모든 책임을 지고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지난번 선거 패배에 최종 책임을 져야하는 패장으로서 이번 보궐 선거에 나서지 않음과 동시에 앞으로 그 어디에서든 백의종군의 자세로 나라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간절히 바라건대는 ‘한나라당이 공정한 경선을 통해 정말로 훌륭한 후보를 내고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기를 바랍니다.’ 그런 승리가 우리의 힘임을 아직도 저는 믿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많은 질책과 사랑을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