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 관계자·기획사 대표 연루설 수면 위로…
  • 소문만 무성했던 '카라 사태'의 퍼즐 조각이 조금씩 맞춰지고 있다. 멤버들의 부모와 소속사간 이견차 정도로 치부됐던 이번 일에 또 다른 연예 관계자와 기획사 대표 등이 연루됐다는 루머가 불거지면서 인기 절정의 카라가 석연찮은 이유를 내세워 갑작스레 태도를 바꾼 이유가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

    ◆카라 3인방, 소속사에 계약해지 통보 = 지난 19일 박규리를 제외한 카라의 네 멤버(정니콜ㆍ한승연ㆍ강지영ㆍ구하라)가 돌연 소속사 DSP미디어에 전속계약해지 통보를 하면서 불거진 이번 파문은 구하라가 몇 시간만에 입장을 철회하고, 니콜의 어머니가 "돈 때문에 자식의 인생을 도박하는 부모는 없다"며 트위터에 글을 남기면서 온갖 루머와 억측을 동반, 가요계를 일대 혼란 속에 빠뜨렸다.

    카라 3인방의 입장을 대변하는 법무법인 랜드마크는 당초 "소속사가 지위를 악용해 멤버들이 원하지 않는 연예활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강요와 인격모독을 하고, 멤버들에게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은 채 맺은 각종 무단 계약 등으로 큰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다"고 계약 해지 사유를 밝혔다.

    ◆랜드마크 "신뢰 깨진 이유, 아직 밝힐 단계 아냐" = 그러나 랜드마크 측은 지난 21일 자청한 언론사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1차 보도자료에서 '받지도 못했다'고 언급한 문제의 일본 계약서를 "소속사와 멤버 양측이 나눠 가졌다"고 말하는가하면 '어떤 문제가 불거져 서로간 신뢰가 깨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내부의 문제를 밝힐 순 없다"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해 취재진을 어리둥절케 했다.

    또 '소속사 측에서 번역본을 줬다면 해당 문서가 전속계약서인 줄 알았을 텐데 어떻게 속였다고 주장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랜드마크 측은 "지금 상황에는 사실이 어떻다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 해당 문서에 사인을 할 당시 여러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잘 정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양측간 문제가 해결되고 조정이 된다면 소속사와 다시 화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혀 당초 강경했던 자세에서 한발짝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 ▲ 21일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랜드마크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라 3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홍명호 변호사.  ⓒ 뉴데일리
    ▲ 21일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랜드마크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라 3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홍명호 변호사. ⓒ 뉴데일리

    ◆카라 3인 요구사항 "정확하지 않다"? = 이날 기자회견에서 랜드마크 측은 카라 3인방이 소속사와의 계약 해지를 요구한 첫 번째 이유로 "양자간 신뢰 관계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례나 정황을 밝히지 않아 이같은 애매모호한 답변은 오히려 팬들의 의구심만 키우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또한 1차 보도에서 언급한 "일본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을 정상적으로 배분받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 양자간 갈등에 금전적인 문제가 적잖이 도사리고 있음을 피력했다.

    하지만 '카라 3인방이 요구하는 사항이 정확히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랜드마크 측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수익 문제는 본질이 아니다. 부수적 문제일 뿐이다"라고 답해 이번 사태가 수익 배분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는 입장을 취했다.

    결국 카라 3인방의 입장을 대변하는 법무법인 조차 이들이 왜 DSP미디어의 둥지를 떠나려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함에 따라 이들의 이탈 과정에 뭔가 또 다른 목적을 가지고 뛰어든 배후 세력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일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 "카라 3인방 중의 한명인 니콜의 어머니 김씨가 '카라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취지의 게시글이 다수 게재되면서 논란을 가중시켰다.

    이같은 주장은 김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 기폭제가 됐다.

    ◆카라 니콜 母 "거짓에 무릎 꿇지 않겠습니다" = 니콜의 어머니 김씨는 카라 3인방이 소속사에 반기를 든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자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돈 때문에 자식의 인생을 도박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자식이 그토록 피땀으로 만든 오늘의 영광을 스스로의 손으로 돈 때문에 무너뜨리는 부모는 없습니다"라고 밝히며 금전적인 이유로 소속사와 등을 지게 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있는 그대로 보여드릴겁니다. 있는 그대로 얘기할겁니다. 거짓에 무릎 꿇지 않겠습니다"라고 덧붙이며 향후 소속사와 '정면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의 글이 일부 언론에 기사화되면서 '카라 사태'의 핵심 인물로 자신이 지목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곧바로 해당 글을 트위터에서 삭제했다.

    ◆니콜 母, 유력 연예계 인사와 잦은 만남 왜? = 김씨의 발언과 더불어 랜드마크 측의 2차 보도자료까지 공개됐지만 여전히 카라 3인방이 불만을 품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랜드마크는 "생각보다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며 히든카드를 품고 있음을 시사했지만 막상 기자회견을 자청한 자리에선 "구체적인 이유를 밝힐 수 없다"며 납득하기 힘든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21일부터 니콜의 어머니 김씨가 가요계의 유력 기획사 혹은 연예 관계자와 잦은 만남을 가져왔다는 설이 제기되면서 대중의 시선은 김씨에게 조언을 건네며 몇 차례 회동을 가져왔다는 연예계 관계자에게로 급격히 쏠리기 시작했다.

  • ▲ 21일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랜드마크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라 3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홍명호 변호사.  ⓒ 뉴데일리

    소문의 내용은 그럴싸했다. 카라 3인방 측이 최근 들어 연예계의 유력 인사들과 만남을 가져왔는데 여기엔 드라마 제작사 간부와 유명한 연예기획사 대표가 포함돼 있다는 것. 특히 니콜의 어머니가 이들 중 한명과 친분이 두터워 카라의 향후 활동과 거취에 대한 자문을 자주 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나아가 이들 관계자들이 앞으로 세우게 될 회사에 카라 멤버들이 합류할 것이라는 루머와 함께 한 관계자가 멤버들 부모에게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제안했다는 억측까지 나돌았다.

    결국 카라 3인방 측이 소속사와의 결별을 택한 이유를 두리뭉실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이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더 큰 파이를 안겨 줄 다른 기획사로 옮길 계획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드라마 제작사 간부 "음악사업 구상 중" = 소문만으로 카라 사태의 배후자로 지목된 연예 관계자는 얼마 전 유명 히트작곡가 A와 트위터 상에서 주고 받은 글들이 공개되면서 이번 사태의 '몸통'으로 급부상했다.

    유명 드라마 제작사의 부사장 출신으로 알려진 이 인사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새로운 일의 시작 때문에 설레서 늦게 잤는데도 너무도 가뿐하게 눈이 떠지는걸 보니, 역시 긍정적인 생각과 새로운 일의 시작은 신체에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명약인거 같다"고 글을 남긴 뒤 "아쉽지만 지난 건 빨리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봐야지요. 항상 인생과 일은 도전의 연속! 실패와 성공의 외줄타기를 하는거죠"라고 말하며 "굿모닝! OO 조만간 새로운 음악사업 때문에 얼굴 보게 될 듯 좋은 하루 보내"라고 한 유명 작곡가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이에 작곡가 역시 "굿모닝 형님 언제든지 환영입니다"라고 답글을 달아, 두 사람이 뭔가 새로운 음악 사업을 구상 중임을 내비쳤다.

    이같은 글을 주고 받은 시기가 카라의 내홍 조짐이 불거지기 전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이 언급한 음악사업이 카라의 이적을 염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 시작했다.

    DSP미디어 측도 연예 인사의 이같은 발언과 행보를 주목, "특정 세력이 멤버들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회유한 것 같다. 관련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력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 관계자를 이번 사태의 배후 세력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 ▲ 21일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랜드마크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라 3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홍명호 변호사.  ⓒ 뉴데일리

    ◆J씨 "내가 배후라니…말도 안돼" = 온갖 소문을 양산, 논란의 주인공이 된 연예 인사 J씨는 결국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며 "니콜의 어머니와 친한 건 사실이고 약간의 조언을 드린 사실도 있지만 거액의 투자금이나 계약금 얘기는 전혀 꺼낸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J씨는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배후로 지목됐다는데 웃기는 소리다. 내가 도와주는 건 맞지만 전혀 다른 차원이다. 니콜 집안과는 미국에서 같은 아파트에 살았고 오래전부터 멤버들과 그 부모를 잘 알아 고민을 상의해오면 제3자 입장에서 편안하게 조언해주곤 했다. '40억원 설'은 대꾸하기도 싫다"고 거액 제안설을 부인했다.

    또한 '갈등의 근본 원인은 돈 문제가 아니라 소속사와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체계적으로 가수들을 관리해온 이 대표가 있었더라면 두말하지 않고 재계약을 했겠지만 소속사는 멤버들의 이 대표 병문안을 막고 건강상태도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자꾸 뭔가를 숨기고 심지어 부모들에겐 제대로 된 정산 내역서와 계약서도 보여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 유명 작곡가에게 보낸 트위터 글에 대해서도 "그 작곡가와 평소 절친한 사이로 내가 드라마 제작 사업을 하니 OST 제작 관련 문의를 하려 했다. 그런데 이 글이 카라와 연관될 줄 몰랐다"고 밝힌 뒤 "나와 친분있는 음반기획사 대표도 배후 인물로 지목됐던데 내가 '상의할 일이 있으면 도움을 청하겠다'고 말만 했을 뿐인데 구설에 휘말렸다"고 밝혀, 작곡가나 기획사 대표 모두 카라와는 상관없는 인물들이라고 해명했다.

    ◆카라 부모 측, 연제협에 중재 신청 = 결국 니콜의 어머니와 카라의 장래를 의논한 적은 있으나 자신은 결코 배후세력이 아니며 자신 외에 그 어떤 누구도 이번 일에 관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J씨는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중재 요청도 할 계획"이라면서 카라 세 멤버의 부모들이 소속사 DSP미디어와 협상을 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처럼 카라 3인방의 배후세력으로 알려졌던 J씨가 전면에 나서 이들의 '대변인' 혹은 '중재자' 역할을 함에 따라, 향후 카라 3인방의 거취는 J씨의 '입'과 '행동'에 좌지우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고의성 여부를 떠나 니콜의 어머니에게 일종의 조언을 건네 왔던 J씨의 행보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니만큼 J씨가 좀더 책임있는 발언을 해 주길 당부하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재계약 문제에 있어서 제 3자가 개입되는 것 보다는 당사자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데 아직까지 카라 멤버들의 솔직한 얘기가 나오지 않아 아쉽다"면서 "부디 J씨가 잘 중재를 해서 양측 모두가 상생하고 가요계에 더 이상 파문이 일지 않도록 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 ▲ 21일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랜드마크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라 3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홍명호 변호사.  ⓒ 뉴데일리

    ◆'카라 사태', 연예계 구조적 결함 상징? = 가요계 일각에선 이번 '카라 사태'에 대해 일개 그룹의 갈등이 아닌 다른 아이돌그룹 전체와 연관된 상징적인 사건으로 풀이하고 있다.

    데뷔 초기 각자 손해를 감수하고 시작한 가수와 기획사가, 이후 해당 가수가 인기 스타 반열에 오를 경우 가수 측은 자신들이 과거에 맺었던 불평등한 계약을 후회하고 기획사 측은 이전의 계약 관계를 최대한 오래끌고 가려는 이견차를 내보이면서, 결국 결별 수순을 밟게 된다는 '공식 아닌 공식'이 가요계에 만연돼 있다는 것.

    물론 카라의 경우 소속사와 불공평한 계약을 맺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소속사의 관리 행태에 대해 멤버들이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세월이 흘러 멤버들의 눈높이가 상승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소속사의 구조적인 문제가 뒤늦게 불거진 것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다소 리스크를 안고 가더라도 데뷔 초부터 양자가 균등한 위치에서 출발하는 계약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만일 구조적인 결함이 조속히 치유되지 않는다면 동방신기나 카라의 경우와 같은 불미스런 일이 수없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연예인 소속사 분쟁에 관여했던 한 변호사는 "만일 카라의 활동을 지속하기로 양측이 합의에 성공하더라도 이번 일로 인해 유무형적 큰 피해를 입은 DSP미디어 측의 법적 소송이 예상되는 분위기"라며 "국내 연예계에는 아직까지도 소속사와 연예인과의 계약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곳이 많아, 이번 사태의 결말이 어떻게 나오던 간에 계약만료를 앞둔 다른 연예인과 소속사들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