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보완수사권 폐지 정부 입장 최종 정리"李 대통령, '예외적 필요' 강조했으나 입장 선회與 전대 '명청 대결' 구도 속 강성 지지층 결집국민의힘 "개딸 표심 얻기 위한 정략적 계산"
  • ▲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검찰 개혁 관련 현안 발표를 하는 모습. ⓒ뉴시스
    ▲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검찰 개혁 관련 현안 발표를 하는 모습. ⓒ뉴시스
    정부가 검찰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예외적 보완수사권'을 강조했지만 정부가 결국 더불어민주당 강경파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청래 전 대표가 '보완수사권 폐지'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보완수사권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25일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기본 원칙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며 "정부가 별도의 입법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국회의 논의와 결정을 존중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보완수사권은 검사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부족한 증거나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한다. 민주당과 현 정부가 추진한 검찰 개혁으로 오는 10월 검찰청이 사라지면서 새로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할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앞서 여권 내에서는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를 놓고 이견이 표출됐다. 정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강경파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 보완수사권도 수사권 연장선에 있다고 보고 검찰개혁의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맞게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당 일각에서는 경찰 등 또 다른 기관의 권력 독점을 우려하며 신중론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도 예외적인 경우의 보완수사권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보완수사권에 대해 "악용될 여지가 없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까지 다 봉쇄해 놓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안이 있느냐"며 보완수사권 폐지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정부가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로 입장을 굳힌 것은 오는 8월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총리와 정 전 대표는 '명청'(이재명·정청래) 대결 구도 속에서 당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 대표가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로 강성 지지층 결집에 나선 가운데 김 총리가 선명성 경쟁에 가세했다는 해석이다. 

    정 전 대표는 정부가 보완수사권 폐지를 위한 별도의 입법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한 점을 문제 삼으며 김 총리를 견제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총리를 겨냥해 "국회로 떠넘겼다"며 "시간 끌기용 꼼수가 아니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고 밝혔다.
  • ▲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G7 정상회의 등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의 차량 출발을 기다리는 장면. ⓒ뉴시스
    ▲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G7 정상회의 등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의 차량 출발을 기다리는 장면. ⓒ뉴시스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포함한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논의해 온 검찰개혁추진단이 사실상 '패싱'됐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국무총리 산하 추진단은 당초 형사소송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총리가 정부안을 내놓지 않고 국회로 공을 넘기면서 추진단과 학계·법조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등이 논의한 것들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이에 대해 추진단 초대 자문위원장이었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추진단 만들어 8개월 이상 작업했는데 이를 안 내놓는다? 수십억 원의 예산을 쓰고 그 많은 인력을 차출해서 힘겹게 작업한 결과를 없는 일로 한다"며 "선관위가 방만하게 예산 썼다고 난리인데 이것에 비하면 명함도 내밀지 못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지난 3월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의가 "충분한 숙의와 균형 잡힌 토론보다는 감정적 접근이 앞서고 있다"며 자문위원장직을 내려놨다. 그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면 "형사사법 절차를 감내하기 어려운 혼란 속으로 밀어 넣을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를 바로잡기 어렵고 성범죄 등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최근 입장문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경찰이 종결한 수사에 대한 검토·보완 기회가 축소되거나 상실될 우려가 크다"며 "개혁 이후 성폭력 피해자가 이전보다 안심하고 피해를 신고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완수사권이 민주당 전당대회 국면에서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일이 강성 지지층의 요구와 정치적 셈법에 좌우되면서 제도적 검토가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보완수사권 폐지의) 본질은 국민 안전도, 형사사법체계 안정도 아니다"라며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개딸'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김민석 총리의 정략적 계산, 더욱 견고한 사법 방탄막을 구축하려는 이재명 정권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권력형 야합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로지 다가오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명·청 대전 승리를 위해 보완수사권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라며 "국정 운영보다 명·청 대전 당권 투쟁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 전 대표가 보완수사권 폐지로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니까 김 총리가 '물타기'에 나선 것"이라며 "보완수사권 존치를 둘러싼 논의가 강성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