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의 놀라운 변신! ‘필로폰’으로 둔갑

필로폰 제조 원료물질이 함유된 국산 감기약을 태국으로 대량 밀수출하려던 일당이 세관에 적발됐다. 적발된 감기약으로 만들 수 있는 필로폰은 300kg. 무려 1000만명 동시 투약이 가능하고 국내 소매가격으로 약 9000억원에 달하는 양이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21일 필로폰 제조 원료물질인 염산슈도에페드린이 함유된 감기약을 전자제품으로 위장해 태국으로 밀수출하려 한 무역업체 대표 A씨 등 2명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세관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수출된 감기약이 마약 원료로 사용돼 태국 세관당국에 적발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국산 감기약 수출 현황을 모니터링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감시망에 국산 감기약 915만정을 태국으로 밀수출하기 위해 인천공항 보세창고에 보관 중이던 이들이 걸려든 것.

세관에 따르면 수출책인 A씨와 중간 브로커 B씨는 지난해부터 태국에 국산 감기약을 수출해 왔다. 그러다 올해 9월 수출한 감기약이 태국 세관에 마약 관련 혐의로 압수되자 수입상인 현지 마약조직이 수출 방식 변경을 요청한 것.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수출시부터 품명을 전자제품으로 위장하고 운송경로도 일부러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수법을 사용해 우리나라와 현지 세관의 단속을 피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감기약 1.8톤, 915만정에는 필로폰 제조 원료물질 염산슈도에페드린이 함유돼 있어 일련의 화학적 추출과정을 거치면 1000만명 동시투약이 가능한 필로폰 300kg을 제조할 수 있다. 이를 국내 소매가격으로 환산하면 90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필로폰 1회 투약분은 0.03g으로 1회 투약분은 국내 소매가격으로 약 1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관에 따르면 올해 마약 제조용으로 의심돼 태국세관 등에 적발된 국산 감기약만 5건, 3430만정으로 필로폰 1,120Kg, 국내 소매가격 기준 3조 3000억원 상당을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또 현행법상 일반 의약품을 수출하는 경우 특별한 규제가 없어 누구나 세관에 신고만 하면 수출이 가능하다.

문제는 수출된 감기약이 현지 세관에는 가짜 B/L 등을 제출하는 수법으로 밀수입돼 국제마약조직에 넘겨져 자칫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마약원료물질 공급국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는 점이라고 세관은 우려했다.

세관 관계자는 "국제마약조직이 일반의약품인 감기약의 수출에 제한이 없는 우리나라를 마약 원료물질의 공급지로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